스팀펑크의 희망과 이면의 그늘

스팀펑크라는 문화 장르가 있다. 증기기관이 매우 발달된 테크놀로지로 그려지는 이 장르는 대체로 밝고 유쾌한 정서를 띄고 있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거대한 성이 스팀 펑크적 요소를 띈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가 대중적일 것이다.

스팀펑크의 특징은 스팀(증기)을 이용한 기술에 비해 기술의 수준이 놀랍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증기 기관이 출현한 산업 혁명기가 기술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폭발하는 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벨 에포크'(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라고 일컬어지는 1차세계대전 이전 까지의 서유럽이 이런 분위기였다고 한다. 증기기관 뿐 아니라 수세식 화장실, 전신과 전화, 자동차 등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 놀라운 문물이 폭발적으로 나타난 시기라고 한다. 편리함은 물론이고 평균 수명과 생활 수준도 이전과 다르게 놀랍게 향상되었을테니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 빛에는 언제나 그늘도 있는 법.

잠깐 게임 이야기로 빠져 보자. '어쌔신크리드 신디케이트' 라는 게임이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인 암살단과 질서와 통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템플러라는 집단의 대립을 다룬 시리즈물 중 하나인데 배경이 산업혁명기 런던이다. 주인공인 암살단은 높은 곳을 올라가고 건물 사이를 파쿠르(프리러닝이라고도 함)라는 기술로 뛰어다니는데 이전까지는 오로지 몸만 써서 다녀야 했다. 그런데 신디케이트에서는 기술자 벨(전화 만든 그레이엄 벨)을 만나 휴대용 로프발사장치를 사용하게 된다. 덕분에 빅벤, 버킹엉 궁 등 높은 곳을 퓩!하고 한 번에 올라간다. 정말 편리하다. 너무 편했는데 다음 작인 오리진은 배경이 기원전 40년 경 이집트다. 맨 몸으로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려니 암에 걸릴 것 같다. 아무튼 신디케이트도 스팀펑크적 색채가 짙어서 그런지 게임이 가볍고 유쾌한 액션활극 느낌이다. 그러나 앞 문단에서 말했듯이 그늘이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런던 곳곳에는 실업, 폭력배, 노동 현장의 아동 착취, 극심한 빈부 격차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실제 역사에서도 산업혁명기의 노동 문제, 아동 착취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어쩌면 1차세계대전은 그런 그늘이 누적된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좋아보이는 그 어떤 것의 이면에 반대 급부인 무언가가 있음이 세상사 진리일지도.

이렇게 생각하면 나쁜 것에는 그것만이 100%가 아니라 일말의 작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것이 쉽진 않더라도. 소설 '초원의 집'에 나오는 나쁜 상황이 있을 때마다 로라네 가족은 "큰 손해에는 작은 이득이 있지"라는 말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데 우리에게도 이런 마인드가 필요할 때가 있겠지.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