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할 때면 여행사진을 펼쳐보곤 한다. 그러면 그때로 돌아가곤 한다. 여행지를 정하는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떠나는 데에 꼭 그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그저 '여기'만 아니면 되었고, 수중에 가진 경비에 부합하는 곳이면 되었다. 내게 여행은 도피처인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다 싫어질 때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을 오롯이 혼자 보내는 동안 폭풍같던 마음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돌아와서 한동안은 잘지냈다.
마음이 다시 일렁이기 시작한다.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어딘가로 도망가지 않고 '여기'서 견뎌내는 법을 알지 못하니... 또 도피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