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뱀(파이탄)
남자친구와 저는는 날씨가 더운 날이면 집안에 앞문 뒷문을 다 열어두고 있는데요. 지난 목요일은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고양이들에게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는 뒷문을 닫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평화롭게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칠때 쯤 갑자기 밖에서 어미 고양이 미니의 아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저희는 미니의 그런 울음소리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주변에서 말로만 듣던 뱀이 나타난건가 단번에 짐작을 했었지요..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갑자기 이런상황이 닥치니 집안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생각이 안나더군요.) 둘다 허겁지겁 뒷 문을 열고 남자친구는 손잡이가 긴 마당 빗자루를 저는 후레쉬 전등을 집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뒷마당 쪽 구석 풀이 무성히 자란 구석에서 몸집이 큰 비단뱀이 미니의 새끼 중 한마리인 '추추'의 몸을 둘둘 말고는 질식을 시키기 위해 있는 힘껏 새끼고양이의 몸을 쪼으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미니는 그런 뱀으로 부터 새끼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구요. 저는 후레쉬 전등 빛을 뱀이 있는 쪽으로 비췄고 남자친구는 어떻게든 추추를 살리고자 빗자루로 뱀의 머리와 몸을 세게 여러차례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잠시 멈춰서는 남자친구를 향에 노려보기만 할 뿐 뱀의 몸은 더욱 세게 추추를 쪼으고 있었는데요. 계속해서 내리쳐도 끄떡이 없자 후레쉬를 남자친구에게 건네고 뱀에게 고통을 주어 추추를 쪼으고 있는 몸을 풀만한 뾰족하고 긴 물건을 찾으러 주방으로 갔습니다. 찾고 있는 그 사이에 남자친구는 저에게 추추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더군요. 믿을수 없어 얼른 다시 그 자리로 갔는데, 그 뱀의 또아리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던 추추의 움직임이 없어졌습니다. 그 땐 뱀이 무섭기 보다는 그 녀석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내가 이뻐라하는 미니의 새끼를 잡아먹다니. 비록 추추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차갑게 식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그 뱀의 먹이로 놔두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가지고 있던 빗자루를 넘겨받아 계속해서 뱀의 머리와 몸통을 세계 내리쳤습니다.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더군요. 화가난 뱀은 저를 향해 공격을 하려하다가도 제가 뒷걸음을 칠때 쯤이면 다시 추추를 잡아 먹으려고 입을 쩍 벌린채 대가리가 추추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뱀을 공격하는 동안 옆집에 사는 사장님께 전화를 했고, 사장님은 얼마안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사장님은 이미 뱀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분이셔서 10분도 안되어서 그저 막대기 하나와 맨손으로 뱀을 잡아 올렸습니다. 아..정말 와일드한 사장님...!!
살아있는 비단뱀(파이탄)을 잡은 사장님
사장님은 가지고 온 카키색 캔버스 가방에다가 뱀의 꼬리부터 머리까지 조심스레 넣은 다음 입구를 돌돌 말아 봉쇄하고 차갑게 식어버린 어린 추추와 함께 차에 싣고 남자친구와 함께 운전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곤 남자친구의 의견데로 큰 비단뱀의 경우엔 (호주의 천연동물이기 때문에) 집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 다시 저멀리 풀어주었고 추추는 땅에 묻어주었다고 하네요.
그날 이후로 미니는 한동안 새끼가 없어진 자리를 맴돌았고, 저희 또한 그날 이후로 조그마한 소리만 들려도 뒷마당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미니가 낳은 새끼는 6마리였고 그 중 지금 남은 새끼들은 2마리(2마리는 자연사 2마리는 허약한 애들이라 각각 동물단체, 사장님 댁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이네요. 매일 아침에 먹이를 줬었고 지금도 주고 있는데, 지금은 먹이를 주는 양이 현저히 줄어 들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날씨는 이런 고양이들의 속도 모르고 쌀쌀해져만 가네요. 겨울이 되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나 있을 텐데 이녀석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