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서비스 거부 영상 공개. 한 발 늦은 팬서비스 의무조항 검토.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뉴욕 메츠에서 뛰던 구대성 선수와 우연찮게 서점에서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깜짝 놀라, 펜과 공책을 꺼내 사인 요청을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저의 사인 요청에 응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무례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사인 요청을 거절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합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팬들도 선수를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유니폼을 입은 상황에서 사인 요청을 일체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 KBS 뉴스에서 야구선수들이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고 버스에 올라타는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뉴스 보도 후, 선수협회가 공식적으로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사인 등 팬서비스를 야구선수들의 의무로 강제하는 팬서비스 조항을 명문화하겠다고 합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메이저리그처럼 5분~10분 가량 사인을 해주는 시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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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를 보니 선수 개개인의 의식 전환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의식 전환이 먼저라는 건 팬서비스의 의무화를 그 뒤로 미루겠다는 이야기도 되니까요. 선수들의 의식이 전환되면 좋겠지만, 의식 전환이라는게 호떡 뒤집듯 되나요? 팬들은 선수들의 의식이 전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팬서비스 의무화가 우선되면 선수들의 의식 전환은 따라올 것입니다. 아니, 안 따라와도 됩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팬서비스를 하라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팬서비스 조항은 진작에 명문화되었어야 합니다. 후진 야구 그만합시다.

비단 뉴스에 보도된 해당 팀 그리고 선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있어왔던 문제도 아니고, 몇몇 선수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팬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비판을 오래도록 들어왔고, 제가 쉴드치고 싶어도 쉴드칠 수 없는 그 선수의 오점입니다. 진작에 팬서비스가 프로야구선수의 의무로 자리잡았다면 제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실망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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