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맛이 없을 땐 역시 컵케잌
흔히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역사책일수록 "재미있는" 이라든가, "한 눈에 보는", "쉽게 알려주는", "만화로 보는" 등의 단서가 붙는다. '이 책은 그렇게 지루하지 않으니까 좀 읽어 봐'라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는 독자의 흥미를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책이다. 한국사를 사극으로 읽는다고? 내가 엊그제도 텔레비전에서 봤던 바로 그 사극?
이 책에서는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관상>, <음란서생> 등 모두 25편의 사극 드라마와 영화를 소재 삼아 한국의 역사를 풀어나가고 있다. 각 사극에 얽힌 소재에 따라 공녀의 삶, 내시, 중전 간택, 조선의 감옥 등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한국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하나씩 예쁘게 포장된 컵케잌을 꺼내 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역사를 지루해할 사람이라도 책을 집어들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밥맛이 없을 땐 역시 컵케잌이지.

출처: 북이오
컵케잌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는 법
컵케잌은 맛있기는 하지만 느끼하고 달아서 많이 먹기도 힘들뿐더러, 한번 먹고 나면 다음 끼니에는 저절로 청국장이 생각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지만 거기가 한계다.
읽은 내용이 재미있어서 궁금하고, 더 많이 알아보고 싶은데, 거기에서 딱 멈추고 다음 컵케잌으로 넘어간다. 그 내용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면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사극의 내용과 해당 챕터의 소재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마치 그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억지로 사극을 서두에 꺼낸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불멸의 이순신> 편에서는 이순신이나 임진왜란에 대한 얘기를 더 들려줄 것 같았지만 도자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음란서생> 편에서는 서책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왕의 목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차피 사극의 내용을 다루는 게 아니라 초반부에 이런 드라마가 있다고 잠깐 언급만 하는 정도라, 사실 드라마와 챕터의 내용이 크게 상관없기는 하지만.
또한 작게 포장된 컵케잌처럼 각각의 소재가 나뉘어 있다 보니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어주지 못한다. 역사란 사건의 흐름이고 많은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는 일인데, 이 책을 읽으면 단편적인 지식만 얻게 될 수 있다. 하긴, 컵케잌으로 배울 채울 수는 없겠지.
한번은 먹을 만한 별식(別食)
역사에 대한 통시적인 고찰이나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이들, 본격적으로 역사의 만찬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역사는 지루해족(族)'에게는 역사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오늘의 별식(別食) 정도로는 권할 수 있겠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왕자의 인성교육은 어떻게 시켰을까? 왕자의 인품을 위해 왕자에게도 친구를 만들어줬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2.
잘 알지 못했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멀리 중국에 볼모로 잡혀가서 중국 왕실의 홀대를 받으면서도 농사를 지으며 자립에 애썼고, 함께 잡혀온 조선의 국민들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에 뭉클했다.
제목: 사극으로 읽는 한국사
저자: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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