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닮은 캐릭터 대문 감사합니다 @kiwifi
[새벽]
밤에도 열대야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들이라는 것은 최근 신문기사에서나 접했지, 직접 느낀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다. 자려고 누웠는데 덥다. 그래서 욕조 안에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가 하고 있다.
물론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내가 오늘(아니 어제구나) 아아를 특히 많이 마셔서인 탓도 있겠다. 이럴 줄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냉수 속에 드러누워서 얼음이 가득찬 음료를 마실 때는 좋았다. 원래 후회란 건 뒤늦게 하도록 존재하는 것이니까, 뭐. 그리고, 만일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 잠이 들 수 있다면, 그 동안은 순전히 피곤해서 더위도 느끼지 못하고 쓰러진 듯 잠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오늘은 별로 졸리지 않으니까, 그 유명한 밤의 열대야를 이제서야 느끼는 거고ㅠ
사실 내 경우는 단백질/지방 위주로 1일 1식을 꽤 오래 해왔기 때문에, 땀을 흘릴 정도의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번씩 몰려오는 소위 케토시스 반응과 그에 수반되는 신체의 뜨뜻함이 있다. 가령 그다지 덥지 않아도 갑자기 팔 부위가 뜨끈뜨끈해 온다던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땐 에어컨도 별 소용이 없고, 냉수 속에 풍덩 들어가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 탄수화물 폭탄 덩어리를 한번씩 섭취하는데도, 끼니 수를 가급적 늘리지 않으니 이런 반응이 아직 간혹 생긴다. 여름에 할 짓이 아닌듯...
음악을 듣고 있다. 익숙한 스탠더드 중에서, 보컬보다는 기악 반주가 생각나는 곡들...
페기 리(Peggy Lee)가 부르는 Till there was you
위 노래도 상당히 좋아하는 스탠더드 곡에 속하는데, 사실 비틀즈가 부른 버젼이 굉장히 유명하다. 그렇다고 비틀즈가 원곡을 부른 것은 아니고, 뮤지컬이 출처이다.
오늘은 더워서 엄두가 안 나지만, 조만간 스탠더드의 정의에 대해 써봐야겠다. 머리 속에는 있는데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논지의 순서 정도는 생각해봐야 할 듯. 가령 스탠더드를 재즈 스탠더드라고도 하지만 팝 스탠더드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도 많고, 위 노래처럼 뮤지컬/일명 브로드웨이 쇼에서 뻗어나온 류도 스탠더드 곡의 상당수를 이루지만, 그런 류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조만간 한번 견해를 정리해봐야겠다.
[저녁]
스팀잇 관련 글은 쓰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스팀잇을 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다고 생각되기에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어제,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올린 이웃분이 있었다. 그분도 나처럼 외국에서 생활하셨고 종종 현재 진행형이시지만,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생기는 동질감은 적은 편이다. 왜냐하면 나는 유학생이었던 적도 없고 특히 미국 유학생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사실 그분이 유학생이었는지의 여부도 정확히 모르긴 하지만...). 항상 가족과 함께 거주했고,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기도 했으며, 중간 학위 하나는 한국에서 1년간 공부해서 땄다. 전반적으로 초고속으로 수료한 편인데다가 그나마 해외 거주 기간을 통틀어 다른 한인들과 거의 알고 지내지 못했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만난 유학생 출신들도 있었지만, 그 중 누구와도 연락할 정도로 친하지 않다. 소위 해외파 중에서 전형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또한 나는 외국에서 가족과는 한국어로, 외국인들(사실 내가 외국인...)과는 영어로 얘기했기에, 이상하게도 한국인의 얼굴을 보면 설령 그 사람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 해도, 한국어를 하고 싶은 충동이 매우 강하다. 한국인과 영어로 이야기하게 되면, 마치 부모님과 불어로 얘기하는 상황마냥 뭔가 오글거린다고나?! 아마도 그래서 말에 자주 영어를 섞는 유학생 출신 친구들과 거리가 있는 듯도...
하여간...그 이웃분은 가입 초기에는 '익명성' 유지에 애썼지만 이제는 마음이 편해지셨다고도 얘기하셨는데, 사실 내 경우는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고 항상 학생+프리랜서였던 데다가, 한 학교를 오래 다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주로 하는 일은 크게 한 건 하면 한동안 쉴 수 있는 패턴이다.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일을 받고 또 건네주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들도 죄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적으로 나를 아는 사람이 내 스팀잇 글을 볼 일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나보다는 내가 글을 쓰다가 언급하게 될 수 있는 사람들, 특히 과거의 인연들에게 혹시라도 기분이 나쁠만한 내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를 알았던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보고, 자신에 대해 정말 기분 나쁘게 글을 썼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의 주변인이 보고 그 사람을 우습게 생각한다거나 하는 일은 정말 민폐이리라는 생각이 있다.
내게는 한때 꽤나 알려졌던, 한 세대 위의 친척이 있다. 그분도 나와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그분을 직접적으로 오래 알았던 사람이 없었고, 따라서 상당한 신비주의를 고수할 수 있었다. 그분이 알려졌던 정도에 비해, 배경이나 가족관계나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 나도 비슷한 조건이다. 어쩌면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프사까지 올려두고도 별 걱정이 없는 것이겠지. 물론 프사를 이용하는 이유 자체는 내 글이 종종 남성적이고 연령대를 짐작할 수 없는 부분이 좀 있기 때문이다.
뭐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글쓴이의 성별이나 연령대를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야, 할 수도 있겠으나...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실제와 부합하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하게 최소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내가 스팀잇에 가입하기 한참 전부터 블로깅을 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왔고, 개인 정보는 오픈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캐릭터만큼은 확실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캐릭터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것이지만, 최소한의 '이미지'는 분명히 그에 포함된다. 꼭 프로필 사진처럼 직접적인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실체에 대한 힌트를 주어 어느 정도의 이미지가 형성 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결국 자기 마음인지라,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다. 안 그래도 그만이다. 그러나, 자신의 글을 꾸준히 봐주는 사람이 생기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위에서 거론한 익명성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런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을 정도의 익명성, 또는 실체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식의 '익명성'을 고수할 경우, 블로깅 자체에 한계가 생기게 된다.
(혹시 어떻게 느끼실지 몰라 아이디는 생략하겠지만) 주로 정보성 글을 올리는 다른 한 분의 이웃은 얼마 전, 일상 글 위주로 올리는 계정을 따로 만들어 관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고민을 토로하셨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주력하는 글과 일상 글을 다른 계정으로 나누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두 계정을 운영하면서 일종의 유머 효과가 생기는 또 다른 한 이웃분의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 이상, 일상적인 것과 전문적인 것을 한 계정에서 볼 수 있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냥 인간관계로만 비유하자면, 우리 모두에게는 '필요'에 의해 만나거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야말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만나거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필요와 선호 둘 다 느껴지는 상대도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가 주는 정보가 필요하거나, 그 사람이 내게 줄 수 있는 이익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더라도 관계 유지를 하기도 한다. 반면 누군가에 대한 선호가 확실하면, 굳이 '필요' 따위가 없어도 계속 친하게 알고 지내기도 한다.
꼭 스팀잇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하는 곳에서 내가 쓰는 글의 정보가 필요해서 또는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읽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사람들이 결국 나를 (정확히는 이미지를 통해 그들이 인식하는 나를) 선호하는 독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정말 내 글을 계속 따라올 사람들은 나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결국은 작가 자신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인 것이다. 이 점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든 블로거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이끌어내는 방법은 딱히 없다. 누군가로 하여금 내 캐릭터를 선호하게 만드는 일은 복잡하면서도, 어떤 코드 또는 매력처럼 단순하게 내재적인 요소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일 방법이 딱 하나 있다면, 글을 쓰는 이의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는 글을 가끔 쓰는 것이다. 그게 바로 글쓰는 이의 일상에 관한 글이다.
여기서 '일상 글'이란, 꼭 진기한 풍경이나 예쁜 먹을거리 사진이나 감동적인 문구로 장식된 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읽었을 때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조금씩 알게 된다고 느끼게끔 하는 모든 종류의 글을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물론 정보성 글에도 캐릭터가 너무나도 잘 묻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냉정하게 말해서 드물다. 정보성 글에서조차 캐릭터가 충분히 확실하게 느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을 구경했고 샀고 먹었다는 류의 글은 다 본질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대리만족'이나 '구경거리'는 될 수 있어도, 비슷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결국 각자의 '캐릭터'로만 전개가 가능한 일상 글은 어떤 글일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본인이 주력하고자 하는 글과 병행해 쓰면 좋을 것이다.
나는 출퇴근하는 일만큼은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도 하지 않았으며, 성인이 된 이래로 항상 그 선을 지켜내기 위해 궁리해왔다. 솔직히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네 업계 일을 하면 정말 잘할 거라면서 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로스쿨 같은 곳에 가라는 권유도 많았고 좀 더 창의적인 일도 많았다. 자랑 같지만, 사실 하면 잘 했을 것이다. 나는 막상 경쟁적인 환경에 들어가면 그걸 상당히 즐기는 유형이다. 학교에서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얄량한) 자유였다. 나에게는 혼자 있는 집에서 느긋하게, 양말과 신발은커녕 아무 것도 안 걸치고 아무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일을 하는 환경이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오퍼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내키면 언제든지 바다를 찾아갈 수도 있어야 했다. 듣고 싶으면 언제든 바그너 오페라를 하나 통째로 들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일은 항상 내 관심사였다.
제법 괜찮은 벌이의 주업을 찾은 후에도 계속 부업 찾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각종 블로그 타입과 유투브 등 여러 가지 미디어를 관찰했다. 그리고 글이든 영상이든 간에, 또 어떻게 생긴, 어떤 나이대의 어떤 성별의,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건 간에, 일단 이미지를 드러내놓는 정도에 따라 성과가 있다는 것이 내 관찰의 결론이다. 이곳에선 컨텐츠 고민을 자주 보는데, 솔직히 컨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는 만큼이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캐릭터가 없는 상태에서 컨텐츠라는 것이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