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나의 이 일기 대문을 만들어주신 @kiwifi님께 감사를 드린다. 무료 대문 역시 몇 번 받았는데, 그러다보니 이 대문이 얼마나 수작업이 많이 들어갔는지 알 것 같다. 디자인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서도...
사실 캐릭터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사람은 우리 엄마다. ㅋㅋㅋ 나는 완전히 아빠를 닮은 편이지만,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엄마 얼굴이 약간 보인다고도 한다. 대문의 캐릭터가 나보단 엄마랑 더 닮았다는 것은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1년 만에 내 집에 와 계시기 때문...두둥!
하루 정도 놀러오고, 동성 친구에 한해 하루 밤 자고 가는 건 나도 환영이다. 바다도 같이 가고...그런데 그 이상은 그 친구가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좀이 쑤신다. 신체적으로 반응이 있다. 미간이 계속 찌푸려지고...한숨이 나온다. 나는 혼자 있어야 충전되는 인간이다. 하루 정도 남과 밀착해서 생활하다 보면, 힘이 떨어진다.
엄마는 이곳에서 하루 주무셨다가, 다른 곳에 가셨다가, 다시 하루 주무신 상태다. 힘들다. 뭐 다투거나 그래서 힘든 게 아니라, 내 생활 패턴과 각종 물건을 배치해놓은 그 패턴이 바뀌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다. 이런저런 생활 용품을 쓰고 나서 내가 놓은 위치 그대로에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물건을 사용하는 특유의 패턴이 있기에. 물론 하루 이상 한 집에 함께 머무는 것이 피곤하다는 얘기지, 부모님이 항상 참으로 고마운 존재임은 확실하다.
우리 부모님은 애초에 결혼하라고 종용하는 분들이 아니셨기에 새삼 다행이라 할 필요를 오히려 못 느낀다만, 옆에 있으면서 생활상의 사소한 불편들을 겪다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그 점이 매우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단, 종용을 안 하신다는 것일 뿐, 엄마의 경우는 원하는 사위감이 있다. 강요도, 종용도 안 하시지만 "언급"은 하신다. 그것도 OO이라고 매우 친근하게 언급을 하시지.
가령 이번 방문에서만 해도, 내가 혼자 "살림"하는 행태가 마음에 안 드신 순간에 이런 식의 말씀을 하셨다.
"혼자 야무지게 살림 잘하지도 못하는데, 그냥 시집 가서 가정부 아줌마한테 맡기고 사는 게 맞다."
언제는 혼자 할 줄 알아야 사람도 쓴다고 하시더니...사실 우리 엄마도 살림을 참 못하시는지라 그 부분은 그냥 덤덤하긴 한데,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미혼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좀 거슬린다. 그렇다고 내가 굴복할 리는 없지만, 그냥 좀 빨리 장가를 가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엄마도 미련을 버리시겠지.
엄마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내가 예전에 친구처럼 만나던 사람인데, 정말 얄밉게도 부모님이 두루두루 좋아할 스타일이다. 만날 당시에는 거의 항상 장거리였고, 그래서 그와 나 사이에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거리가 있었다. 따라서 그 사람만큼은 정말 편하다는 착각에 그만 그 관계를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나는 항상 무의식적으로나마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다른게 아니라, 같이 한 집에 사는 것을 내가 너무 싫어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을...
게다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 사람이 "이성으로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애초에 그 사람과 만나게 된 계기는 "그냥 지나치기엔 그 사람의 유전자가 아까워서"였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고 만났던 것이 맞다는 점이다. 객관적으로는 괜찮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겉모습에 전혀 혹하지 않았다. 만난 이유는 말 그대로 "유전자가 아까워서"였다. 그때만 해도 내가 남과 한 집에 사는 것을 정말로 힘들어한다는 것까지는 몰랐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의 모습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딴 것이 있다는 것 자체야말로, 실제 자식(만에 하나 존재하게 된다면)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나와 그 사람의 장점을 다 가진 인간을 상상하고 잠시 혹했었으나, 실제로 결과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게다가 설령 보장이 있다 해도, 한 집에서 사는 것은 절대, 네버...
뭔가 더 자세해지면 내용이 '어느 안티 로맨틱의 수기'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다. 엄마 덕분에 떠오르게 되었으니, 꼭 그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쓰게는 될 듯...그뿐 아니라 원래 이 시점에서 일기를 쓰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계시기 때문에 일기로 털어놓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평소 생각해둔 여러 글 중에서 뭐부터 써야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그 순간의 충동에 달려 있다.
최근 글에 조빔의 Wave를 올렸었는데, 그걸 (내가 듣기에는) 엄청 감상적으로 편곡한 버젼이 있다.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떠올랐는데, 그냥 Various Artists인데다 표기조차 안 되어 있어, 누구의 것인지 몰랐고 지금도 모르는 상태인데 우연히 찾게 되었다. 여전히 아티스트명은 없다. 느낌상 일본 사람 같았는데, 업로드한 사람 이름은 한국인이다. 수록 앨범을 찾아보니 어느 "회사" 이름으로 한국에서 발매되었었고, 그 회사 소속으로 일본 이름들이 뜨기는 한다.
사실 연주를 들으면 한국 사람/일본 사람의 차이는 좀 덜 느껴도, 서양인과의 차이는 상당히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클래식은 더욱 그런 편이다. 성악의 경우 간간이 느껴지는 발음 때문에 당연한 것인데, 기악이 그렇다는 것은 신기하다. 정확히 왜인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성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외국어를 하면서 소위 발음이 좋지 않은 경우에 가장 티가 덜 나는 것이 "노래"이다. 노래에서는, 가령 카에타노 벨로조처럼 일부러 특이한 발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발음이 일상 언어에서만큼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편이다. 심지어 벨로조 같은 사람도 말보다는 노래에서 발음이 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릴적에 플라시도 도밍고가 영어로 노래 부르는 것과 말하는 것을 티비에서 보고 상당한 차이가 있구나 생각했었는데, 팝 가수들도 그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벨로조 얘기가 나온 김에 영화 노래 하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을 포함한 3인의 옴니버스 '에로스'였는데 전체적으로 우울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좌절하는 내용이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내 생각에 원래 사랑이나 에로스나 우울한 주제이다. 서머셋 몸 옹의 말을 또 인용한다. "욕망은 슬픈 것이다." 실제로 욕망의 대상이 있건 없건 그러한 감정 자체가 내겐 일종의 쇠사슬처럼 느껴지는데, 육, 영, 혼으로 나눈다고 가정할 때 내가 혼이 가장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아마 내가 나 혼자서보다 더더욱 풍족하게 사는 것 또는 남들의 부러움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그 "이성으로 안 보여서 헤어졌던" 그 사람과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종류가 다를뿐 욕망의 노예라고 봄.)
단지 그 사람에 대한 아무런 에로스적 감정을 포함한 사랑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러한 나 자신의 상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효도(?) 를 가로막은 것이다. 효도가 별건가, 엄마가 저렇게 그 사람을 좋아하시는데 바라시는 걸 들어드리면 일종의 효도가 되었겠지.
그 사람이 종종 잊을만하면 연락을 해온다는 점에 대해선 아무 느낌이 없었지만, 엄마의 소원을 못 들어드린다는 점에는 약간의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효도하면 되니까, 오늘도 그 정도의 슬픔은 극.뽁. 해버린다.
이번에 몽땅 사진을 찍는데 성공해서, 올려야겠다. 얼마 전에 몽땅이 새끼때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커서는 아빠냥(몽땅에게는 양아버지) 몬티에게 자꾸 따라붙어서 둘이 같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몬티의 친아들 숀은 가만히 있지 않아서 사진 건지기가 어려운 반면, 양아들 몽땅은 몬티 옆에서 붙어서 잘도 한참 있다.
나는 평소에, 다 자란 몽땅이 토끼를 닮았다고 자주 얘기하곤 한다.
몬티는 스코티쉬 폴드라서 귀가 축 내려가 있는데, 유독 잘 먹을 때는 귀가 일시적으로 올라붙기도 한다. 귀가 저기서 더 크고 올라가게 하면 그냥 친아들 숀이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내 마음 속의 고양이 세계는 몬티 중심으로 돌아간다. 너무 착하고 순하고 귀엽고 애들한테도 부성애 넘치는 우리 몬티...몬티의 두 마누라와 자식들에게 가끔 그런다. 니네는 니네 아빠 아니었으면 다 이렇게 안 키워줘!라고. 물론 전적으로 진심은 아니다. 저기서 더 작고 연약하고 털을 까맣게 하면 몬티의 딸 딘의 모습이다.
한편 말썽쟁이 루새끼는 요즘 얌전한 편이다. 그러나 표정을 보면 얘가 다른애들보다는 성깔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긁으라고 사준 밀짚 모자에 앉아 있는 몬티, 저 편에서 치킨 달력을 베고 뻗어 있는 숀, 그리고 까만 루...
루의 진면모는 아빠냥한테 잘 보이려는 사진이 아니라, 독사진에서 나온다.
빛을 보면 눈동자가 가늘어지는 고양이 특성상 매우 불리한 자연광 사진이지만...루
새끼
숀은 가만히 있질 않아서 잘 때만 사진을 찍기 쉽다.
입양한 동생에게 발 올리고 자는 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기를 쓰다 보니 이제야 완전히 환해졌다. 이제 밥을 먹거나 잠깐 더 자야지.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