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파티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많은 기록들이 이곳에 남았기에 첫 글부터 쭉 읽어봤는데,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문체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어 결국 마나마인으로 옮기며 재작성 했던 여행기를 스팀잇에도 옮겼다. 수정 기능이 생겼기에 망정이지. 하지만 내년 이맘때쯤이면 똑같은 글을 보며 또다시 부끄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여행기를 정리하고자 함이었는데, 여행기는 아직 뉴질랜드만 끝냈을 뿐, 아직 UAE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상반기에 고양이가 아팠던 일과 또 다른 이유들로 인해 내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쉽지 않은 것은, 올해 고양이가 아픈 이후로 고양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나와 남편, 첫째, 둘째 고양이 이렇게 우리 가족의 사이가 더욱 끈끈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5개월 전에 비해 첫째의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올해 두 차례, 부모님과 함께 여행할 기회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여행 중에 너무 내 고집을 부린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여행 자체를 통해 새로운 추억이 생겨 기쁘다. 내년에도 짧게나마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3월부터는 스팀잇을 통해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DSLR을 처음 구입한 것은 2009년이었지만 항상 Pv 또는 Av에 놓고 사용했을 뿐, 수동 모드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였다. 작년엔 은하수를 찍겠다며 야심 차게 소니 미러리스를 구입했지만 역시 매뉴얼 한 번 읽어보지 않았고, 블로그에 적힌 정보를 검색해가며 별 사진을 찍은 후로는 카메라를 꺼내지조차 않았다. 사진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5월 여행 이후부터는 이런저런 핑계로 카메라를 잘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3월에 찍은 첫 사진과 12월에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니 많이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
올 한 해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마음이 맞는 새로운 사람들도 꽤 만났다. 하반기에 매일같이 만나던 친구는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언젠가는 미국이나 한국, 또는 제3국에서 만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있다는 것은 이럴 때 참 좋다.
스팀잇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만났던 분은 단 한 분이지만, 대부분 서로 얼굴도 모름에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첫째가 아픈 동안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도 계셨다. 상반기에 친해졌던 많은 분들이 이곳을 떠나셔서 아쉽고 몇 분은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분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이 글을 빌려 마나마인 팀에도 감사드리고 싶다. 보상도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는 내 글도 가치 있다고 평가받은 것만 같아 기뻤다.
올해도 아부다비의 이곳저곳에서는 화려한 저녁 식사와 파티, 불꽃놀이가 행해지지만, 가족과 건강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꼈던 올해는 고양이들과 함께 오붓하게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새해가 되면 다시 한번 우리 넷의 셀카를 시도해봐야겠다.
새해엔 우리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이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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