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4

[반말주의] 안녕? 화요일은 월요일의 연장선이야. 리틀 월요일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래서 오늘은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소개하려고 해. 어차피 전체 내용 요약 같은건 없는거 알지? 깨알 같은 포인트 하나씩만 꺼내줄거야.

어떤 청년이 있었어. 잘생기고 멀쩡했지만 별다른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야. 그 청년이 평소에 자주 찾아가던 한 중년 부인이 있었어. 남편이 죽으면서 많은 재산을 남겨준 부인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부인이 시신으로 발견된 거야. 두둥

그렇게 오래 알았던 사이는 아니라서 청년은 더더욱 의혹의 대상이 되었고,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어. 그래서 자기를 도와줄 변호사를 찾아가.

변호사에게 털어놓은 청년의 말로는, 자기는 부인에게 우연찮게 길에서 도움을 주게 되었었고, 그걸 계기로 집까지 초대를 받아서 갔대. 그리고 자기는 거절을 잘 못 하는 정 많은 성격이라고 주장을 해.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 초대로 갔지만, 나중에는 부인의 재정 관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변호사가 생각하기에 그 부인은 그렇게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아니었거든. 뭐, 젊은 사람을 자주 보고 싶어서 핑계를 하나 만든 것일 수도 있지.

그 시점에서 변호사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

당신은 부인의 재산을 조금씩 빼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가?

그러고는 청년이 답하기 전에, 두 가지 옵션이 있다고 설명을 해.

  1. 돈을 빼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경우:
    피의자는 돈을 다루면서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정직한 청년이고, 또한 마음 먹으면 돈을 언제든지 훔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떄문에 살인을 할 이유가 없다.
  1. 돈을 빼돌린 적이 있는 경우
    피의자는 이미 돈을 빼돌리고 있었다. (부인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었겠지?) 그런데 굳이 왜 부인을 죽이기까지 하겠는가?

(물론 청년을 기소한 검찰 쪽에서 볼 때는 양쪽 다 구멍이 있는 논리지?)

어쨌든 청년은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답을 해- 자기는 맹세코 한 번도 돈에 손을 댄 적이 없다고. 그러면서 이렇게 항변을 하지.

"그런데 말이죠,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만일 제가 범인이라면 얻은 게 하나도 없잖아요. 부인의 죽음은 제게 이득이 되기는커녕, 그간 있던 지원도 끊어버린 악재 아닌가요?"

그러자 변호사는 외알 안경을 들어서 뚫어지게 청년을 쳐다봐.

그리고는 입을 열어서...뭐라고 말했을까?

(어제처럼 퀴즈 식으로 쓸 때는 답을 바로 알려주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happylazar 형아의 지적이 있었어. 그래서, 답은 다음 회차로 미루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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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검찰 측 증인(Witness for the Prosecution)의 초반부 내용이야. 사실 추리라기보단 법정 드라마에 속하는 단편인데, 꽤 유명해서 영화로도 아마 세 번인가 제작이 되었어. 제일 최근에 만들어진건 영화라기보단 1,2 파트로 나눠진 BBC 미니시리즈인데, 내용을 많이 바꿨지만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어.

오늘의 포인트는 퀴즈보다는, 자기 의뢰인이 평소에 정직했건 아니건 간에 유리하게 돌려서 말하는 변호사의 기본적인 스킬이야. 우리도 자신의 무고함이나, 관점이나, 의견을 스스로 방어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비슷한 태도를 취하게 되어 있지.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방어인지, 또 어디서부터 억지가 되는지, 평소에 자기 점검 삼아 생각을 해보자고. 그럼 내일 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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