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 #1] 사람들에게 문화활동이란 무엇일까

'근 과거' 영화 1987이 상영무렵 영화가 끝나고
그 실제 사건에 대한 분노와 내가 이 사건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는 내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모든 감정이 뒤섞여 검은 화면의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면서
잔잔한 음악이 들리고 불이 켜지고 영화에 몰입해
경직되어 있는 나의 몸의 모든 긴장이 순간적으로 풀리는 순간

[여자친구(로 보임)] (일어서며) 와... 영화 너무 재밌다.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손에 떡볶이를 들고 )
[나] ??!!??!?!?!?!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

마지막 시위 장면이 끝나고 나서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영화 속 사람들은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직전까지
손을 번쩍 들고 구호를 외치며 열정적으로 세상에 대한 외침을 했는데
그걸 보고 나서 하는 첫 마디가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와 다르니까 나와 인생이 달랐으니까.
영화에 대한 관점이 다르니까. 저 사람에게는 영화가
데이트 코스 중에 하나겠지발년아!!!

이해는 무슨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독재타도를 외쳤던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도 안타깝다.
심지어 우리가 느끼기 어려운 아주 먼 과거도 아니고
우리도 촛불시위라는 걸 같이 느낀 세대인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다는 말이
'우리 뭐 먹으러갈까'라니... 지금 손에 다 먹은 떡볶이도 들고 있잖아....

하....

나는 정치가 시스템을 만든다면 예술은 사람들의 생각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스템을 이길 방법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면 시스템을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렇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분명 전 글에서 '그분'을 감싸 안는 이야기를 한
내가 한 사람을 욕하고 있다.
그래 역시 나는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사람♥)

영화를 보건 연극을 보건 전시를 보건 음악을 듣건 왜 이러한 행위들을 할까
누군가에게는 위로
누군가에게는 분노
누군가에게는 변화 등
무엇이든 뭔가를 느끼기 위해 문화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영화 보는 동안 떡볶이를 느끼고
다음 음식을 느낄 준비를 한 것 같다 그 여성분은

또 하나.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비평을 하거나
생각을 이야기하면 내가 어필을 한다면 상대방이 불편해 한다.

[나] 나는 이런 점은 이 영화에서 좀 안 맞는 것 같고 더 좋은 방법들이 있었을 것 같아.
[상대] 아 그래?
[나] 이 장면은 어떻게 생각해? 연기는 좋았는데 효과적인이 못했어.
[상대] 근데 영화 보고나서 꼭 욕을 해야 돼? 그냥 보고나서 즐겁게 보면 된 게 아니야?

욕이 아니다. 대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안 좋은 점만 얘기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거다.
영화라는 소재로 서로의 생각의 주고 받음을 원한거지 나는.
그냥 시간을 같이 떼우고 즐겁다라고 끝낸다는 건
나한테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나와 같이 영화를 본 그분은 사실 영화이야기를 싫어했다기보다는
뭔가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얘기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다.
내가 부정적인 얘기 자체를 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근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얘기 (문제점 또는 비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것에 대해서도 또 글을 써보도록 해야징.

두 가지 공통점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문화예술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까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그 떡볶이 여성분이 영화에 대해서 욕을 해도 좋다.
쓰레기 같은 영화 이 영화 왜 만들었을까라고 해도 좋다.
(사실 안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이 헿)

그래도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할 것 같다.
그러면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또 다시 분노가 찾아온다.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근데 우리 뭐 먹으러갈까?

흐읍하흐헿하....!!

같이 문화생활을 했다면
같이 본 그걸
같이 들은 그걸
같이 느낀 그걸 공유했으면 좋겠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칭찬이든, 감동이든 어떤 것이든
적어도 문화생활을 같이 한 그 시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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