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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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있을 수 없는 일(1)

“오빠 넥타이 하면 안돼?”
“불편해.”
“아 왜에, 오늘 공개수업하는 날이니까 넥타이 해야 되는 날 아 니야?”
“안 해도 돼. 자연스럽게 입어도 되는데?”
“아니 그래도 격식을 차려야지! 넥타이 하면 멋있잖아.”
“목이 쫄린단 말이야. 안할래.”
“힝, 난 오빠 넥타이하면 좋던데...나 고등학교 때 오빠 넥타이 매고, 양복 딱 입은 거 보고 내가 반해가지고 졸졸 따라
다닌 거 생각 안나?”
“그 때는 지금보다 날렵했지!ㅎㅎ”

오빠가 안 한다 해도 나는 넥타이를 가지러 간다.

“오빠 그래도 하고 가자, 나 오빠 넥타이 한 거 보고 싶어. 내가 사줬던 거 하고 가자.”
“ㅎㅎ안해.”

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이 죽어 돌아서 가는 걸 보면 오빠는

“아, 알았어, 알았어. 할게, 할거야. 줘.” 라고 한다.

작전 성공.

“아이고, 잘생겼네. 우리 남편.”
“늦었다. 나 간다. 애들이랑 밥 잘 챙겨먹고 있어.”

문을 열고 나가는 오빠의 뒤통수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더 이상 나에겐 선생님이 아닌 나의 남편의 뒷모습.
그리고 매일 저녁 다시 저 문을 열고 다시 돌아오는 우리 남편.

선생님이 출근하시고 우리집으로 퇴근하시게 될지 상상도 못해봤다.
그것도 내가 사는 집에, 내 남편으로.

.

.

.

처음 만났던 건 내가 고등학생이 되는 입학식 날이었다. 입학식 날 오빠는 새로 오신 수학선생님으로 소개되었다.
말끔한 양복에, 야무지게 매진 넥타이.
듬직한 어깨와 험상궂은 표정이 나를 매료시켰다.
‘험상궂은 표정’이라는 표현은 웃는 건 확실히 아니었고
웃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고, 무표정한 표정이긴 한데 자신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왠지 등 뒤에 각목을 숨기고 있을 법한 표정 같았다.
입학식 날인데.

심지어 양복은 은갈치 색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선생님 뒤로 비치는 아우라를 느꼈다. 양복 탓이었을까?

입학식 이후로 선생님을 다시 만난 건 수학 수업시간이 아니라 교무실에서였다.

나는 인사 잘하고 착한 학생이라
중학교 때부터 교무실 청소를 도맡아한 이유로 고등학교 때도 교무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교무실 청소하면 선생님들과 가까워지기 쉽다.
나는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같은 재단이라 중, 고등학교가 같이 붙어있어서
오며가며 봤던 선생님들도 낯설지 않았고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다른 친구들 보다 내가 먼저 인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 오신 남자 수학선생님과 먼저 친해진 건 교무실 청소를 같이 하는 친구였다.
나는
왠지 등 뒤에 각목을 숨기고 있을 법한 표정을 가진,
새로 오신 남자 수학선생님이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며가며 인사를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교무실 청소를 같이 하는 친구는
언젠가부터 그 선생님 이야기를 자주 꺼내더니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아!”라고 말하더니,
왠지 등 뒤에 각목을 숨기고 있을 법한 표정을 가진, 새로 오신 남자 수학선생님의 책상 위에
선물을 놓고 왔다.

_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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