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골목탐방2]을지로 한복판에 이런 골목이! 커피한약방과 혜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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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개화기 시대를 떠올리면 어쩐지 멜랑꼴리한 기분이 되고 맙니다.

지직거리는 축음기 위에서 돌아가는 재즈 멜로디, 따뜻하고 고혹적인 주황빛 백열등, 푸른색과 녹색 등 과감한 색채를 사용한 장식들과 고풍스러운 장식물들.

근대 문화의 호황기에, 일제 하에 있다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여 신경질적으로 시대를 살다 간 룸펜들과, 절망적인 현실을 잊기 위해 향락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 신문물과 옛것이 복잡하게 혼재된 거리...

곧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방송하게 되면 '복고'와 '개화기'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어질 것 같아요.

온통 도기, 타일, 목재 도매상으로 그득그득한 을지로 거리, 이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울이라는 도시의 중심이었죠.

그 도심 한복판에, 마치 이상이 몸을 움츠르며 좁은 골목 사이로 비켜 갈 것 같은, 옛 풍경을 고스란히 머금은 거리가 있습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 다시 묻게 되는, 이런 데 길이 있어? 의아해서 다시 보게 되는 그 골목 어귀,

옛 '혜민국'이 있었다는 그 자리에 마주앉은 커피숍 '커피 한약방'과 양과자점 '혜민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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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에 옛 창문마저도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활짝 열어놓은 오래된 건물, 커피 한약방에 들어서면 좁은 공간을 꽉 채운 샐러리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커피 한약방의 필터 커피는 그 농도와 그윽한 향으로 주변 직장인들에게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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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한 뒤, 커피 한 잔만으로 뭔가 아쉬우면... 바로 앞 혜민당으로 건너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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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지켜 정직하게 만든 디저트들과 빵이 가득 전시되어 있어요.

달콤한 디저트는 보기만 해도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사르르, 녹여 버립니다.

커피와 디저트 주문을 마쳤다면, 윗층으로 올라갑니다.

두 건물 모두 1층엔 공간이 협소한 편이에요. 2층에도 고유의 스타일을 뽐내는 좌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유는 윗층에서 즐기는 걸로...

혜민당과 커피한약방은 작은 골목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결국 같은 집이에요. 양쪽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모두 즐기실 수 있습니다.

KakaoTalk_Photo_2018-04-05-17-32-56.jpeg!

한 때 집마다 이런 자개장 하나씩은 꼭 있었죠?
이게 사실 어마어마한 예술작품이었는데... 그 땐 낡았다고 왜 다 내버렸는지...
요즘 자개장들이 다시 이렇게 인테리어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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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소품들이 층마다 그득그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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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도 커피도 훌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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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펼쳐지는 창밖 풍경은 황홀했고요.

창가에 앉아 쓰러져가는 기와와 낡은 나무로 된 창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이상이 어디선가 다가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하하하!'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직장인들이 빠져나간 골목은 금새 한산해졌고, 평일 낮 한산한 골목에서 커피를 기울이고 있자니 금새 다시 멜랑꼴리해졌죠.

단체 예약을 해야만 가볼 수 있다는 혜민당 3층 공간을 몰래 올라가 보았어요.

마치 일제시대 때 독립투사들이 거사를 도모할 것만 같은 공간이 숨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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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당과 커피 한약방이 있는 골목을 빠져나오는 길은,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몽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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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엔 커피 한약방 외에도 '호텔 수선화' 등등 간판도 없이 숨어있는 고즈넉한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다음 번엔 을지로의 다른 카페 투어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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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약방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12길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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