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숨어 있는 골목을 찾아 골목 탐방을 다니는 것도 사람들이 살면서 하나하나 꾸며 나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지요.
건축가들이 만들어낸 공간은 찍어내듯 반듯반듯하게 만들어낸 아파트나 빌딩숲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입니다.
좋은 건축가일 수록 삶을 대하는 '철학'이 있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자신의 건축물 속에 담아 내려고 노력하죠.
경기도 광주에 있는 '파머스 대디'라는 공간은, 그래서 조금은 특별한 농장이고, 온실입니다.
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 '타워팰리스'를 설계한, 건축가 최시영씨거든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1979.html
다녀와서 발견한 기사이지만, 이 기사에 온실카페 '파머스 대디'에 대한 소개와 건축가의 생각이 잘 소개되어 있어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가득한 삶에 필요한 건, 초록과 자연이라는 단순하고 확고한 철학이지요.
그래서 파머스 대디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삼성리 380
이렇게 굉장히 뜬금없는 '경기도 광주'에
이런 유리 온실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은 4월인데도 패딩을 입어야 할 만큼 춥고, 흙비가 오던 날이었어요.
농장엔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아, 노란 잔디가 그대로 깔려 있었죠.
그러나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이런 풍경들 속에서도, 군데군데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들이 보였어요.
예쁜 야외 세면장과
건축가의 야심을 잔뜩 담은 오솔길 표지판이 보였죠.
이 표지판에 있는 이름들이 다 채워질 때쯤이면,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냥
그냥그냥 길과
그냥그냥 온실 뿐입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제가 느꼈던 감동이 전해 지십니까?
아쉬울 것 같아 몇 장 더 붙여 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봄날의 정원이었어요!
봄의 튤립과 수국, 수선화와 선인장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온실이었죠.
온실 한복판에선 아까 기사에서 보셨던, '바로 그', '진짜 건축가' 최시영씨께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내려 주셨고요.
음료와 함께 노릇노릇한 군고구마를 서비스로 주셨어요.
사실 이 곳에서 제일 좋았던 건, 꽃도 선인장도 예쁜 온실도 아니고
아직 추운 초봄, 빗소리를 들으며 맛있게 까먹던 군고구마였어요!!!
사장님이자 건축가이신 최시영님께선
"기대 안 하고 왔는데, 빗소리가 너무 좋아요!" 라는 말에,
"그쵸? 첼로 소리하고 너무 잘 어울리죠?" 라고 화답해 주셨죠.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진 온실에서 까먹는 군고구마와 커피 한잔, 그리고 빗소리....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가시나요?
사실, 파머스 대디에 들르기엔 아직은 이른 계절이었어요.
그치만 오랜 겨울을 보내고 지친 터라 봄 느낌이 무척이나 간절하기도 했지요.
그럴 때 온실이 주는 안온함이 얼마나 큰 위로였던지요.
파머스 대디는 초록이 예쁜 5월, 푸릇푸릇한 녹음이 아름다울 7월,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10월에 가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겨울의 파머스 대디 사진도 참 예쁘더라고요.
사실 여의도 전경련회관 50층엔, 파머스대디와 꽤나 비슷한, '스카이 팜'이라는 공간이 있죠.
이곳도 최시영 건축가의 작품이에요.
어때요, 꽤나 비슷하죠?
이 곳에 대한 기사 역시 여기서 찾아보실 수 있어요.
https://blog.naver.com/banana725/220650152900
이 기사에서 건축가는 '스페이스텔링'이라는 얘길 하는데요... space + storytelling, 공간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 아마도 그런 뜻이겠지요?
골목도, 공간도, 사람도... 아는 만큼 더 보이고 관심을 가질 수록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답니다.
온실카페 '파머스 대디'는 아이들을 데려가도 참 좋아할 것 같았어요.
푸릇푸릇 봄이 오면 서울 근교로 나들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