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늦가을 이었던 것 같네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자마자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첫 여행지는 제주였어요.
혼자 게스트하우스 6인실에 묵었고, 일주버스를 탔고,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한 여행을 즐겼습니다. 근사하다는 애월 어느 카페를 찾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잘못 내려 고내리라는 마을에 닿았어요.
다음 버스를 타고 목적했던 카페로 향할 수도 있었지만 조용하고 정감가는 마을을 그냥 둘러보기로 했어요. 몇 백년은 된 듯 둘레가 넓은 나무와 느슨한 듯 견고한 돌담을 따라가보니 바다가 내다보이는 해물라면 집이 있었어요.
라면집은 휴일이었고, 아담하니 맘에드는 카페에 들어가려는데 번호를 남겨놓고 외출을 하셨더군요. 전화 걸어 커피를 마시겠다고 말하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목에 줄도 걸지 않은 자유로운 녀석들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심심해 보여서 였을까요.
사진과 영상을 찍는 제게 마구 달려들어 조금 놀라긴 했지만 경계심이라고는 찾을 수 없이 살가운 환영에 새 친구들을 얻은 것처럼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아있네요.
이 사진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녀석들이 왠지 아련해서 어울리는 문장을 붙여 보았어요.
그개 먼 곳만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