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갖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언니가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와 부모님이 사준 햄스터는 금새 죽거나 없어져버렸다. 다른 집에서 키워지는 동물들을 보면 앙증맞은 모습에 절로 셔터를 누르게 되지만 키울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인간의 공간에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고 작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건강검진에 산책까지 시키다니, 사람들은 정말이지 시간도 많고 부지런하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내 주변에 동물들은 꽤 괜찮은 소유주와 살고 있다.
- 어떤 강아지들은 주인을 따라 배를 타고 제주도 여행도 갔다.
- 또 다른 강아지는 주인 부부에게서 아기가 태어나자 주인의 친구 집에 맡겨졌다. 주인은 꼬박꼬박 양육비를 친구에게 주고, 친구는 정성껏 돌보며 종종 강아지를 보여준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강아지를 다시 데려가 같이 살 것이라고 한다.
- 어떤 고양이는 주인 부부에게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다가 하늘로 갔다.
버림받지 않은 이 동물들은 과연 행복한 동물들일까?
누군가에게 소유된 생명이라니. 내가 아는 한 지구상 어느 생명체도 다른 생명을 소유하는 일은 없다. 쥐를 키우는 고양이나 토끼를 키우는 호랑이는 들어본 적 없으니까. 오직 인간만이 생명을 소유하고, 그 중 일부는 소유하던 동물을 유기한다.
이제는 거대한 산업이 되어버린 반려동물 생태계에서 동물은 소유되기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산다는 것이 행복할 리 없겠지만, 그 안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 버림받지 않는 삶일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그들만의 왕국에서 자유롭게 살다 자유롭게 죽었을 동물들을 좁은 아파트에 가두고, 성별과 목소리를 없애고, 종일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도록 만드는 일이 허울 좋게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포장되고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들은 쉽게 지갑을 열고 원하는 동물을 쇼핑한다. 무분별한 공급으로 쉽게 동물을 가질 수 있는만큼 그 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리는 것에 죄책감이 적어지고 유기동물은 늘어갈 것이다. 공급하는 업자들에게 늘어난 유기동물에 대한 책임을 일부라도 지운다면 어떨까. 가장 좋은 것은 동물을 사지 않아 산업이 축소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떻게 생각하건 sns에 올라오는 동물들은 여전히 귀엽고, 소유주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생명을 소유했다면 그 생명의 끝까지 함께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처럼 이기적인 동물로 쓸쓸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