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도 못 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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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히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다. 인간이 모든 종 중에 특별한 종이라는게 아니라, 인간은 인간종의 최대이익을 위해 인간을 제외한 종을 필요에 따라 착취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물종 다양성 보존에 찬성하는 이유도 하나 뿐이다. 동물의 입장따위는 관심 없다. 생물종 다양성 감소는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도 피해가 되기에 방지해야 할 뿐이다.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동물실험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해가 되지만 않는다면.

애완견을 바라보는 내 시각도 마찬가지다. 애완견은 철저히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철저히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 위해서 애완견의 정신상태도 중요하다.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게 애완견의 용도라면, 애완견의 정신적 안정감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존재가 남에게 안정감을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얼핏 차가운 내 시각은, 누구보다도 반려견에게 따뜻한 시각을 보내는 강형욱과 겹친다.

반려견 훈련사인 강형욱의 손은 흉터로 가득하다. 강형욱은 강아지를 혼내는걸 싫어한다. 강아지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그의 손에 가득하다. 그는 산책 중에 목줄을 짧게 잡고 팽팽하게 잡아당겨서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모양새가 되는 산책도, 강아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일체의 억압을 지양한다.

짖는게 문제가 아니라, 왜 짖는가가 문제에요.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강형욱의 의도는 명확하다. 많은 개들은 인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개량되었다. 본능적으로 영역을 지키려 들고, 타인을 경계한다. 그래서 외부인을 보면 짖는다. 현대의 반려견에게는 맞지 않는 행동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지킬 필요가 없다.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강형욱은 반려견을 안심시킨다. 외부인이 접근한다고 해도 주인이, 자신이 다칠 일은 없다는걸 알려준다.

나와 계기는 다르지만 "왜?"에 집중한 결과 비슷한 결론을 찾아낸 것 같다. 그게 신기하기도, 사랑으로 그 실천적인 교육지침을 끌어낸 강형욱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강형욱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번씩 본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강형욱의 교육지침을 반려견에게 한정 짓지 않고 아동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동의 문제행동을 교정의 대상으로만 볼게 아니라, 문제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아동의 입장을 떠나서 효율을 따져도 문제행동을 억압만으로 쉽게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빨리 안 와?

우리는 길거리에서 아동의 팔을 잡아 끄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더 나아가, 길거리에서 아동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는 부모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뛰어다닌다고 뺨을 때리는 부모도 보았다.

한쪽에서는 기르는 애완견에게도 소리를 지르지 말고 목줄을 잡아끌지 말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고 팔을 잡아끈다. 개팔자가 상팔자인가, 아니면 인간이 개만도 못 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가. 거친 훈육법을 가진 부모가 나쁜 부모라는건 아니다. 아이들이 버릇 없이 굴도록,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부모들이 아동에 대해 더욱 높은 수준의 이해를 가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회는 부모들에게 아동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여유를 제공하길 바란다.


공기가 사나운데 목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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