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렌즈로 대상을 난도질 하지 말 것. 카메라를 칼처럼 휘두르지 말 것.
2013.3.20. 청주, 아이폰 4
어릴적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가 멋지게 보인 적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대단한 장비를 가지고 세계의 곳곳을 누비며 진실을 캐러 다니는 탐구자의 모습을 찾았었기 때문이리라. 한동안 SLR 카메라를 메고,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거짓을 밝히어내겠다며, 여러장의 사진을 심지어 연사로 난사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필시 로버트 카파[1]의 영향을 받았었으리라.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사진을 위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자기 만족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채워지지 않을 허영 같은 것이었다.)을 위해 피사체의 구석구석을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 자극적이고 더 극적인 소재를 추구할수록, 대상은 관음증과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서, 풍경 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사실 잘 찍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잘 못찍는다.)
그래서 내가 렌즈로 피사체를 바라볼 때의 시선은 아주 조심스럽다.
나는 나의 카메라가 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속의 고양이들은 예전 일터에서 키우던 고양이들이다. 어느 초겨울날, 길고양이가 출입문 옆에서 낑낑대며 낳았고, 한동안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냈었다. 그리고 어미 고양이는 눈이 내리던 어느날 새벽에 차에 치인 채 눈이불을 덮고 말았다. 이 두 녀석들은 일터에서 몇 가지 사고를 쳤고, 결국 방출되었다. 묵시적인 승인 상태, 일터, 길고양이의 새끼라는 이유로 이 녀석들은 이름이 없는 채 태어났고,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버려졌다. 누구도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이 녀석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