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6-1. [말레이시아] 낯선 사람의 호의는 거절하세요. 조호르바루.


@mylifeinseoul 님의 최근 포스팅
빡침빡침했던 날. / 나는 감사하기로 결심했다.을 읽다 보니 그간 여행 중에 겪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셀레스텔님이 언급하지 않은 다른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팁 : 낯선 사람의 호의는 거절하세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호의를 베푼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래전 싱가포르에 유학 중이던 시절,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Johor Bahru, 싱가포르에 인접한 말레이시아의 도시)에 혼자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비자 런(Visa Run,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옆 국가에 다녀오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이왕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으니 그곳에서 박물관이라도 구경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전에 여행했던 국가가 괌, 싱가포르밖에 없었던 어린 날의 나는 그곳들이 얼마나 안전한 나라였는지 몰랐기에 말레이시아에 갈 때도 아무런 의심 없이 혼자 발을 디뎠다.

지금이야 해외에 가면 자동으로 로밍이 되는 것이 기본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휴대폰이 흔치 않았다. 그래서 친척의 월드폰(자동 로밍이 되는 휴대폰)을 빌려서 말레이시아에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내가 그 폰을 백팩 앞주머니에 넣고 걸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국경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후 지도를 들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물어 박물관으로 향했다. 어느 박물관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외부 게이트로부터 정원을 지나 한참 걸어가야 본 건물이 나오는 구조였는데, 건물 앞으로 들어서자 무장을 한 경비원이 오늘은 휴일이라며 나를 막아섰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행선지를 찾기 위해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려던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열린 채로 텅 비어 있는 백팩 앞주머니였다. 하필 내 폰도 아니었던 터라 눈앞이 캄캄해졌던 나는 결국 여행은 뒷전으로 미루고 휴대폰을 찾아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박물관을 급히 걸어 나왔다. 그때 웬 차 한 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제가 여기 박물관 관장입니다. 오늘 이곳은 문을 열지 않는데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제가 그런 모르겠고, 휴대폰을 도둑맞았어요."
"아 그래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박물관 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말과, 앞 좌석에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분을 태운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던 나는 공중전화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그 사람의 말을 덥석 믿고 차에 올랐다. 그 사람은 이제까지 내가 걸어왔던 도심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차를 향했지만, 다행히 나지막한 어느 산 중턱에 있는 공중전화 앞에서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그 휴대폰은 신호가 가지 않는 상태였다.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자, 그분은 국경 검문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며 차를 타라고 했고,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그 차는 또다시 도시와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고, 갑자기 나에게 돈을 요구했다. 어차피 사라져버린 휴대폰 따윈 잊고, 자기가 JB 근처의 멋진 곳을 구경시켜준 후 국경 검문소에 데려다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 상황에서 대체 누가 그걸 믿을 수 있을까?

다행히 그 당시의 나는 어렸고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던 때였으며, 당일 복장도 활동하기에 아주 적합한 복장이었다. 그래서 온갖 욕과 실랑이로 차의 속도를 느리게 한 후,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위험하고도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 또한 당황했는지 유턴 후 내 쪽으로 와서는 아주 질렸다는 표정으로 국경 검문소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그 도로에 다른 차가 없었기에 그냥 그 차를 또 얻어 탔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행히 검문소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옆에 앉은 분들께 그 일을 말씀드렸더니 다들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와 너무 다른 곳이고, 특히 리틀 인디아 주변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며 이렇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조호르바루에 사는 친구와 친해진 후 들은 바로는 총기 소지가 불법임에도 가끔은 총기를 이용한 범죄까지 발생하는 곳이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나같이 무모한 여행객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정신 차리고 있어도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등의 1차 충격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다음엔 제정신으로 생각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차분히 대응하신 셀레스텔님 존경합니다.) 부디 다른 분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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