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행인

pexels-photo-813269.jpeg

어쪄면 우리는 누구나 다 작게는 드라마 그리고 크게 전체 인생을 보면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오래전 @floridasnail님께서 인생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서 드라마나 영화는 잘 안 보신다고 하셨던 말씀에 나는 울컥했었다. 그 어느 시절에 누군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몰라서 꺼내지도 못한 채 몇 년을 사람들과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살았던 나 역시 같은 마음에서였다.

이런 나의 삶은 어쩌면 그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중 한 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의 일들은 이미 방영된 드라마에 몇 번 나오기도 했다. 각기 다른 일들... 보면서 조금 웃겼다. 과연 정말 살면서 저런 일들을 겪었을까? 아니면 그저 생각과 자료조사였을까? 나는 결국 그 드라마를 다 끝내지 않았다. 저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저랬으면 조금 덜 아팠을까? 정말 바보같이… 나만 바보 같은 삶을 살았다고 알려 주는 것 같아서 그냥 안 보게 되었다.

또 한참이 지나 나에게 다른 일이 터졌고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 방영되는 드라마 주인공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1%도 안 된다는 확률에 걸려버린 인생. 방영되었던 드라마와 다른 점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너무도 멋지고 덤덤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덤덤했다. 정말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서서히 미쳐갔을 뿐이다. 역시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주인공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지만 현실의 내 삶을 살아가는데 정신없이 바빠서... (뭐 별로 달라지는 거 없는 거 같았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드라마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아주 오래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행인일 뿐이었던 너와 내가 생각났다. (이런 건 영화에서도 셀 수 없이 나왔던 장면이고 수많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이다.)
한때 절절히 사랑했던 연인들도 헤어짐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인연이 다 했기 때문에' 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가져다가 붙여야만 해석이 될 수밖에 없는 헤어짐. (다른 건 구차해질 수 있으니 그냥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그랬던 사람들이 우연히 길 가다 마주쳤다. 한 사람은 주차 계산기를 붙들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가던 길을 걸어간다. 주변은 전부 화이트아웃 되고 시간은 공기의 흐름까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간다. 천천히 걷는 걸음이 너와 점점 가까워졌을 때도 마치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른다. 그리고 느리게 주변의 모든 알 수 없는, 해석할 수 없는 에너지를 다 느끼며 우린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주차 계산기에 그렇게 오래 서 있었던 너는 내가 멈추어 서기를 바랬을까? 나는 네가 먼저 말 걸어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글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야 어떠했든지 간에 아무것도 아닌 행인1과 행인2로 스쳐 지나갔기에 나는 너와 함께했던 한편의 드라마를 겨우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는 거였다.

그 뒤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지.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나올 수 있는 드라마 소재일 뿐,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니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내가 아니어도 너는 살아가고, 내가 아니어도 오늘은 있다.


그렇게 어쩌면 때로는 시간이 약이 되는 삶을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독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많은 다른 이야기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일까? 글쎄...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본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반짝이는 별들이 오늘도 새롭게 생기고 있고, 이름도 모를 별들이 오늘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있지 않을까?

밤에 빛나는 것은 하늘의 달과 별
낮에 빛나는 것은 땅 위의 사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 소중한 것은 땅에서 빛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행인 중 하나가 나. 너. 그리고 다른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 이름 모를 행인들...

오늘도 이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행인일 뿐인 나의 삶이 흘러간다.
그래서 좋다. 그냥 나라서… 그냥 너라서… 그냥 다른 누군가라서…
그냥 각자 각기 다른 고유한 빛을 내는 땅 위의 별일뿐이라서…




이미지는 https://www.pexels.com/ 에서 가져왔습니다.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7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