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의 여러 캐릭터 중 악당 타노스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는 고뇌에 찬 철학자 같다. 진중하고 공정하고 논리적이며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역설적이지만 누구보다도 전 우주를 사랑한다.
아마도 전 우주의 생명 반을 무작위로 없앨 때 스톤 6개가 함께 파괴되는 것이었다면, 사라지는 생명에 자신도 포함시켰을 것이다. 인간의 상상으로 구현 가능한 매우 ‘완벽한 악당’이 아닐까 싶다.
비록 SF영화였지만 타노스의 악행은 매우 현실적이다.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미 인류는 이와 비슷한 끔찍한 경험을 했다. 영화보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나치의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는 신념에 찬 악행이었다.
‘홀로코스트’가 더욱 끔찍한 이유는 히틀러 같은 극소수 결정권자의 신념만으로 자행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착한’ 독일인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르코르의 소설 ‘바다의 침묵’에는 지성적이고 착한 독일군 장교가 등장한다. 개개인은 ‘착하지만’ 악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그 시스템에 협력하는 개인의 착함은 별 소용이 없어진다. ‘착한’ 독일군 장교는 ‘나쁜’ 시스템(나치)의 악을 가려주어 악이 악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 그런 ‘악인’들이 많이 보인다. 그 악인들은 지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재치 있고 착하다. 하지만 그 악인들은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악)에 협력하고 그 악을 가린다. '평범한(뻔한) 악인'들보다 이들이 더욱 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