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부터 끝까지 세 주인공의 감정묘사가 굉장히 세밀함.
-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13살의 소녀라면, 면죄부를 어디까지 줄 수 있을까.
- 세실리아와 로비의 서재씬은 넘나 관능적..
- 드디어 브리오니, 용서를 구했구나! 생각하는 찰나, 마지막에 반전을 안겨주며 정점을 찍음.
- 브리오니는 자신이 몰락시킨 세실리아와 로비에게 끝내 속죄를 구하지 못했다. 자신의 삶이 한평생 속죄였다고 한들 그게 의미가 있을까?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13살의 상상력 많은 소녀가, 두 사람의 인생을 몰락시키고 난 뒤 과연 어떻게 속죄할 것인가, 훈훈?까진 아니더라도 자신의 죗값을 받길 바라며 이 책을 따라갔습니다. 어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브리오니의 담대함과 영악함에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한 기분으로 말이죠.
소녀는 성장하여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픈 마음으로 케임브리지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을 치료하는 간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원숙한 소설가가 되어 '글'로써 용서를 구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영화 밀양이 생각나더군요. 딸을 죽인 살해자는 감옥에서 종교를 통해 하나님께 구원을 받았다며 마음이 편해져 있죠. 정작 아이 엄마인 전도연은 살해자를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가해자는 본인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 같아요.
정작 브리오니가 삶을 망치게 했던 두 사람은 한 평생을 고통속에 살다가 생을 마감했으니까요. 늦게라도 브리오니가 용기를 내주길 바랬던 저는 끝끝내 브리오니에게는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브리오니가 자신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 평생 살았다 한들, 그게 진정한 속죄일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본 뒤 영화가 과연 이 600페이지 같은 500페이지의 소설을,
내밀하게 얽혀있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어떻게! 축약해서 두 시간 안에 다 보여줄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원작이 너무 좋으면 영화화했을 경우 대부분 실망하게 마련인데,
어톤먼트의 키이라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눈빛이 너무 아련해서 책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상과 잔인함도 빠트리지 않았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색감의 연출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