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일기 + 이벤트 없는 팔로워 400명 자축

지금 쓰는 글은 정보글도 아니고 멋있는 사진도 없으며 심지어 재미도 없다. 그냥 머릿속을 가득히 채운 잡동사니들을 어딘가에 쏟아내야 할 것 같아서 쓴다. 평소에도 잡념이 가득하여 일의 진척이 생기지 않을 땐 글로써 풀곤 했다. 일단 써내려 가면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일기장에 뱉어도 될만한 글을 스팀잇에 쓰는 뻔한 노림수가 보이지만, 뭐 속물이라 어쩔 수 없다.

거의 1일 1포스팅을 하던 얼마전까지만 해도, 소재가 없어서 안달이었다. 특정분야에 전문성도 없고 이곳저곳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대학생에게 매력적인 소재는 항상 부족했다. 그런데 이제는 괜찮은 소재가 많이 떠오르는데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글을 쓰면서 진지하게 고민할 내용도 막 떠오르는지만, 도저히 그것을 정리할 겨를이 없다. 한국에 돌아온 이상, 내 생활에 좀 더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즘 책 읽는 시간이 늘긴 했다.

돌아보면 지난 한 달 동안의 스팀잇에서의 순간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 터질 것 같았던 이곳 생태계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해할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이 시스템에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 스팀잇 홍보하는 카드뉴스 만들었고, 대세글에 올라보는 영광도 겪어봤다. 뿐만 아니라, 다른 블로그에선 도저히 접할 수 없었던 구체적이고 양질의 정보글도 많이 읽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작가들의 글을 실시간으로 읽으며 직접 소통할 수 있기도 했다.

전문적인 포스팅을 하진 못하더라도 컨텐츠 공해의 주범은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댓글을 남길 때는 진심을 담으려고 힘썼다. 사실 이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좋은 글을 보고 들떠서 주절주절 떠든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정말 신나는 순간들이었다. 그 사이 나도 모르게 팔로워수가 늘어갔고, 어느새 400명을 넘겼다. 200, 300 명을 넘어갈 동안은 뭔가를 연재하고 있었다. 흐름을 끊기 싫었던 나머지 축하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어물쩡 넘어갔는데 어느새 벌써 400명이다.

스팀잇을 시작할 때만 해도, 400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면 이곳에서 가장 핫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싶었다. 그런데 @outis410님과 @kimlee님의 글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outis410님의 방식처럼 진심이 전해지지도 않을 테고, 내가 생각한 이벤트는 상품을 미끼로 더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자 하는 뻔한 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가 탄로난 이벤트는 김 빠진 콜라처럼 밍밍하기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팔로워가 2~4배 늘어날 동안 크게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 잠깐 활동했다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 팔로워들도 있고, 관심사가 달라 내 블로그를 찾지 않는 분들도 더럿 있을 것이다. 마치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소통하는 스티미언들의 수는 초창기와 비슷하다.

내 역량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활발하게 소통하는 분들을 보면 경외감을 느낀다. 인간이 꾸준히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의 내 역량은 20~30명으로 그치는 것 같다. 피드를 둘러보거나 내게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의 답방을 가다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있다. 또는 '워크 스팀잇 밸런스'를 지키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고마움은 표현하고 싶다. 보잘것 없는 내 글들을 읽어주었고 다른 사람에게 갈 수도 있었던 보팅 파워를 내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이름 불러주기'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이름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닉네임일지라도.

아이디를 복사 붙여넣기 하지 않고 직접 타이핑했다. (오타로 인해 다른 사람을 부르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텐데...) 서너 번 이상 꾸준하게 좋은 대화를 나눴거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여태까지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역량이 딸려 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 엔딩크레딧처럼 구성하면 멋있을 것 같아서 다음과 같이 썼다.

참, 순서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Thanks to

@minhoo
@outis410
@kimlee
@ddd67
@yhna
@kimthewriter
@grapher
@zamini
@flightsimulator
@amukae88
@illluck
@bree1042
@energizer000
@tanama
@smartcome
@yunasidy
@pinkdunt
@jisung
@springfield
@splay08
@wonderina
@daldalmango
@pinkpig
@maclaude
@sjchoi
@eugenenote
@virus707
@munwhan
@highyoonzi
@happyvirus
@kyslmate
@virus707
@carrotcake
@brianyang0912
@rbaggo
@asinayo
@wanabe
@dakfn
@lawyergt

인맥, 담합, 보팅풀...등으로 혹시나 오해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ㅠ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5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