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도가 어느새 58이 되었습니다.
스팀잇에 가입한 게 12월의 중순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오르게 되었네요. 다른 분들보다 활동을 항상 적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합니다.
팔로워도 곧 500명을 채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팔로워 이벤트도 못 하고, 이번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이러는데 사실 바쁜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먹히지도 않을 궁색한 변명입니다.
쪼야님이 여신 글작가&그림작가 콜라보에서 그림 부분 1등을 했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벤트 가장 막바지에 지각하며 참여한 작품인데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투표해주실 줄 전혀 생각지도 못 했습니다.
kr-art를 위해 힘써주시는 르바님, 소요님. 그리고 이번 이벤트를 여신 쪼야님, 이벤트에 큰 후원 해주신 쪼야님, 킴밀님, 소울메이트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런 말 하면 너무 클리셰적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말 제가 1위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다들 너무 쟁쟁한 그림과 글을 만들어주셨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그림을 한 번 날려버린 것 때문에 동정표를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또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제게 표를 주실줄 몰랐습니다. 그냥 '어휴 저 새벽에 이상한 짓 하는 놈'이라고 절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 투표라는 소중한 표현을 해주실 줄이야......
사실 어떻게 보면 제 인생 최초의 1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모전에도 나가보았지만 만화 공모전은 다들 아시다시피 입상은 커녕 혹평을 들어야 했구요.
고등학교 1학년 때도 청소년 일러스트 공모전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물론 보기 좋게 떨어졌었지만...
제 인생에서 딱 한 번 있었던, 이틀간 밤을 새며 열심히 그린 그림입니다.(저는 밤샘 작업을 죽어도 못 해요) 아직 색칠 연습도 제대로 못해보고, 어떻게든 저 자신을 입증해보겠다는 열정으로 열심히 그린 게 기억 나네요.
그 이후로도 저는, '고등학생이 이 정도 실력으론 무리입니다.'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어, 그 말을 깨뜨리고 싶어 무던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림과 더불어 학업도 열심이었구요. 모의고사 외국어 영역을 만 점 받은 적도 있고, 언어도 2등급은 꾸준히 나와주었습니다. 사탐은....음 여긴 말을 아끼구요^^;; 수학은 후후, 예체능계는 원래 수학 점수가 반영되지 않아요.
입시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가지 않는 날엔 굳이 야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남아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고, 비록 입시학원에서는 채색 실력이 부족해 NO.1이라고 자처하긴 뭐했지만. 적어도 드로윙과 성적, 열정 만큼은 넘버 1등이었던 것 같아요^^;;(자화자찬?)
저는 그때 뭣도 모르게 가장 가기 어려운 대학에 가야한다는 집념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에선 항상 넌 세종대를 갈 거다, 갈 수 있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이런 말 뿐이었으니까요.
수능을 보았습니다. 언어 2등급 외국어 1등급, 사탐 5등급(....)으로 평균 3등급이 나왔어요. 예체능쪽에서 이 정도면 거의 평균 1등급이라 보면 됩니다. 수능은 멋지게 해치운 것이죠. 이제 학교 친구들은 모두 다 끝났다고 한시름 놓을 때, 저는 학원에서 하루 10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며 입시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입시 후 다시 찾은 학원 벽면에서 발견한 제가 고등학교 2학때 그렸던 상황표현그림
아마도 주제가 '메뚜기를 잡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어디가 메뚜기?)
입시 준비도 순조로웠습니다. 저는 손이 빨라서 다른 아이들이 드로윙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릴 때 항상 30분만에 해치웠으니까요. 아, 참고로 만화 입시 시험은 4시간 동안 상황표현이라는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겁니다.
물론 저는 그때까지도 채색이 너무 부족하여....그 부분만 보강한다면 세종대도 가망이 있어보였죠. 저는 학원에서도 우등생으로서, 원장샘과 친구들의 응원 및 칭찬을 받으며 무럭무럭 꿈을 키워갔습니다. 이렇게만 제가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보답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이건 컷만화네요. 상황표현과 달리 4시간안에 만화를 그려야합니다. 주제가 아마 '시험점수를
멋대로 바꾸다'뭐 그런 거였던 같아요, 시험점수를 고치려하자 내면의 천사가 짱돌을 던져서 방해해, 결국
점수가 더 낮아졌다는 결론.
그러다가 어느날 원장샘이 저를 따로 불러, 같이 학원 근처 붕어빵 장사차에 가게 되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나 했더니, 목표로 하던 세종대를 접고, 지역에 있는 국립대를 가는 게 어떠냐는 것이었죠. 그곳은 그러니까 음....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난이도가 낮은 곳입니다. 거의 만화 입시를 3학년때부터 시작한 친구들도 무난히 들어가는 곳이니까요.
그곳을 가는 것으로 목표를 낮추고 차라리 남는 시간 동안 학원에서 강사 알바를 하는 게 어떻냐는 거죠.
왜냐면 저는 세종대에 갈 돈이 없었으니까요.
그 사실을 왜 그동안 생각하지 못 했을까요, 제가 너무 어리고 순진해서였을까요, 단순히 열심히 하다보면 보상이 따를 거란 막연한 생각때문이었을까요.
이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날, 미래에서 타임 머신을 타고 온 아이가 세종대왕이 미래의 한글이 얼마나
발전했을지 보여달라하자 'ㅎㅇ 방가방가'라고 하는 모습(그때 당시의 유행........)
그래서 저는 그 순간 목표하던 대학을 포기하고, 지역의 국립대를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학원에서도 원장샘이 직접 저와 같이 입시를 하던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요. "XX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세종대에 가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너희와는 다른 입시를 준비할 거란다, 그리 알거라."
그때의 친구들 반응이 언뜻 기억나네요. 무언가 그 친구들도, 단순히 내가 제일 잘하니 세종대에 가리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원장샘의 말을 듣고는 현실의 무언가를 탁 느낀 듯 '헐' 이러더군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사실 이상하죠? 그 정도 인생을 살았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도 남았어야 하는데....흠.
그리고 전 그렇게 지역의 국립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슬픈 결말은 아니에요. 왜냐면 제가 대학교 1학년을 다니자 마자 '아 이건 내가 생각하던 그림이 아닌데....?' 싶었고, 2학년으로 올라가자 마자 수업과 시험을 빼먹기(ㅋㅋㅋㅋ)시작하다 결국 2학년 2학기로 넘어가며 바로 자퇴했으니까요.
1학년 1학기와 2학기는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2학년만 학자금대출을 받으며 다녀서, 다행히 대출금은 웹툰을 그리며 쉽게 갚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그때야 슬펐지만, 정말로 세종대 4년을 졸업했다면....대출금만 생각해도....-.-;;;
그런데 제가 왜 갑자기 대학 이야기를 꺼냈죠? ㅋㅋㅋㅋ 요지는 저는 제 인생에서 1등이란 걸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웹툰을 연재하면서도 인기 순위 1위에 올라본 적도 없구요(크훔;)
어떤 분들이 보기엔 그저 사소한 걸지도 모릅니다, 한 커뮤니티에서 연 이벤트에서 1등한 거니까요. 그치만 저에겐 그 의미가 너무 너무 너무 큽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그 기분이 말이죠!
특히나 제 영감이 되어주신 스프링필드님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표합니다. 스프링필드님 덕분이에요~!!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축하해주신 분들도~~~~~
앞으로도 새벽에 이렇게 갬성팔이 흑기사다운 글로 꾸준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추신.
여러분 모두 설날 잘 보내세요~~^^
저는 설에도 일해야 합니다...흑흑...웹툰작가에겐...휴일이 없어요....365일 일한답니다ㅜ▽ㅜ
다들 제 몫까지 놀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