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04. 나는 말줄임표 3개만큼 네가 그립다
나는 네가 조금... 아주 조금 그립다. 이렇게 말줄임표 3개만큼 나는 네가 그립다. 나의 그리움 속의 너는 하나가 아니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나를 배웅해주던 너, 나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있던 너, 나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던 너,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나를 보드랍게 안아주던 네가 있다.
나의 그리움이 셀 수 없는 말줄임표에서, 이렇게 3개의 점으로 남기까지 나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너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너와 함께 하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너의 안부를 물을 때, 나는 나의 안부가 걱정스럽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는, 나의 일상을 깨뜨리는 데 망설임이 없다.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의 나의 말줄임표는 하나씩 더 늘어난다.
그렇게 줄이고 줄여서 이제 겨우 3개를 만들었다. 말줄임표를 줄이고, 마침표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침표도 사라져서 문장도 아닌 것으로 나의 그리움이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 바닷물이 밀려와 모래성을 없애 버리듯, 그렇게 그리움이라는 모래성을 흔적도 없이 적셔 버리고 나면 그 자리에는 바닷물의 물기만 남을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래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웃으며, 그게 언제 적 일이냐며 맞받아쳤다. 맞다. 그게 도대체 언제 적 일인지 손가락을 꼽아봐야 아는 일인데, 나는 왜 말줄임표 3개를 마침표로 찍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움을 마침표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마침표가 사라져서 허물어진 모래성 같은 문장으로 만드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누군가 자꾸 내 마음에 들어와 허물어진 모래성을 자꾸 쌓고 있다. 바닷물이 밀려와 망가져버린 모래성을 누군가 온몸으로 막아서서 지키고 있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모래성과 그것을 지키는 사람과 그리고 바다. 바다는 나의 그리움을 없애고, 모래성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그 누군가는 추억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밤낮없이 모래성을 쌓고 있다.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자아와 그리움에 발목이 잡혀 나의 안부가 안쓰러운 자아. 그들은 지키고 그리고 무너뜨린다.
나는 오늘 말줄임표 3개만큼, 딱 그만큼 네가 그립다.
나의 바다가 발목을 적시고 모래성을 반쯤 무너뜨리고,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바라본다. 지키지도, 그렇다고 무너뜨리지도 않으면서 나는 그렇게 모래성을 바라본다.
@yslee 작가의 시선
이별 후 잊으려 노력하지만,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 장소, 친구들 때문에 다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그리움과 함께 밀려오는 옛 기억들이 한데 뒤엉킨 마음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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