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라디오] Our Spanish Love Song by Charlie Haden and Pat Metheny


소크라테스도 아닌데, 학생들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특권이 있을까? 뭐라 대답을 하면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선생이란 걸 잘 아니까 다들 저 인간이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러나 하는 눈치로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비슷한 문장으로 바꿔보았다. 일반적인 감상자들 말고 음악을 실제로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들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생각해보지만 잘 떠오르는 게 없는지, 아니면 그냥 조금만 어색하게 기다리면 무슨 얘기를 하겠거니 하는건지 알 길이 없다.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말을 내뱉는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을 듣는 것, 내 소리가 더해지기 이전 상태의 음악을 듣고 거기에 필요한 소리를 상상해 완성해 가는 것, 무대 위에서 음악을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게 아닐까? 아무리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이라도 무대 위에서 함께 음악을 듣지는 못할테니."

아마 누군가와 연주하며 감동을 받은 다음날 쯤 되었을 것이다. 리허설이건 공연이건 이 사람의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니 이건 정말 행운이야,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뒤, 양재천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러 걸어가는 동안 이 노래를 다시 반복해서 들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둘의 연주. 그때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답을 더하기로 했다.

음악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보상이란 음악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아마도 그것 뿐일거라 생각하며 얼마나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모른다. 이십 년 넘게 들어온 곡을 다시 들으며 그 안에 담겨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말이다.

이십 년 동안 들었던 솔로도 악보로 적어보니 잘못 들은 음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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