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때 찾은 고향집.
형제들이 다 모여 부모님께 세배를 드린 후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척될 무렵
아버지께서
앞으로 3년만 더 농사 지으련다. 3년만 더 지으면 여든이다.
갑작스러운 이 말씀에 큰 형님은
아버지, 이제 농사를 줄이셔야죠.
재작년, 작년 농사를 지으면서 건강하시던 아버지의 몸은 눈에 띄게 수척해지신 모습이었기에, 자녀들의 당연한 걱정이었다.
그나마 올 겨울에는 메주를 지난 해 보다 반 정도를 줄이셨다.
작년에는 메주가 남아서 누구에게 파나 하고 염려했었는데, 올해는 바로 100% 예약이 되어 발송하기만 하면 된다.

자녀들의 걱정에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일을 쉬게 되면 더 아프게 되더라. 쉬엄쉬엄 농사 지으련다.
아버지의 의지가 강하시니 자녀들은 더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지만, 평생 부지런히 일만 해 오신 걸 생각할 때, 올해도 힘에 부치도록 농사일을 하실 것 같다.

자녀교육을 위해 도시로 나왔지만, 다시금 고향으로 내려오신 부모님. 직접 수레를 끌고 다니시면서 농사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한다.
삼년만 더 농사를 지으면 여든이시라니?.. 고향을 다녀오면서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큰 형님이 농사 시작하기 전에 가족여행을 계획하셨다며, 시간을 비워놓으라는 문자가 왔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가족들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뭔가 큰 의미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함께 하는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남기는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