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그리고
재돌샘을
만날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연락이 온 건
여름 방학 때
남자친구가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할 쯤이었다.
11.
사랑은 타이밍(2)
남자친구에게
그 얘기를
듣기 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할머니 집에서
방청소 중이었다.
걸레질 중에
폰 진동이 울렸다.
생각지도 않은
재돌샘에게
문자가 왔다.
학교 다니며 많은 사람 만나보고
그렇게 만난 사람과 결혼해
사회에 나와 사람을 만나면
서로 너무 따질게 많은 것 같아
쌩뚱맞은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재돌샘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 맞는데...
이 선생님 뭐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래?
아...
누구랑 헷갈렸나?
나한테 보낸 게 아니구만.
근데 나랑
헷갈릴 사람이 누가 있지?
누구한테
이런
의미 심장한 소리를 보내려고....한거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 별 일이 다 있다 싶어서
실실거리며
걸레질을 계속했다.
그런데
먼저 온 연락에
답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나에게
보낸 문자가 아닐지라도.
B반 여자 수학선생님 때문에
둘 사이를 알게 된 후로
편하게 연락할 수도 없었는데
실수로 온 문자가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답장을 해 봐야겠다.'
문자가 온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답장을 하려고 폰을 들었다.
근데
좀 망설여졌다.
'근데 재돌샘
나한테 보낸 거 아니면...
나한테 보냈다고
생각도 못하고 있을텐데
괜히 민망해하지 않을까?
아니다,
나한테 잘못 보냈다고
알려주는 차원으로
답장하지 뭐.'
쌤! 저 킴쑨데!
저한테 문자 잘못 보내신거죠?
다시
내팽겨쳤던
걸레를 잡고
방을 열심히 닦았다.
괜히
나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래. 나한테 보낸 게 아니었어.'
그런데
진동이 울렸다.
너한테 보낸거야
'엥? 나한테 보낸거라고?'
나는 일단 웃음이 났다.
'잘 지내냐'고 묻기도 전에
어떤 문맥에서
나에게
저런 문자를
보내게 된 건지 궁금했다.
그럼 갑자기
그게 무슨 얘기세요?
청소를 차마 다 못 끝내고
폰을 잡고 있었다.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그냥 내가 살아보니까 그런 것 같아서
나는
재돌샘 말이 재밌었다.
그리고 신기했다.
고등학교 때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선생님이랑 연락도 하는
친구를 부러워 했던 것이 떠올랐다.
재돌샘과
문자를 주고 받고 싶었던
그걸
이제서야 해본다 싶었다.
축축했던 걸레는
말라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잘 아시면서 왜 결혼 안 하세요ㅋㅋ
나는
재돌샘과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사이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경이가 포착했던 순간을
나도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에게
삐딱하게 나갔나 라는
생각도 스쳤다.
역시나 답장이 왔다.
나? 곧 해야지
뭐라 답장을 하면
또 문자가 올지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심장이 뛰었다.
재돌샘이
진짜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사귀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심장이 뛰니까
약간
손도 미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할 사람은 있으세요?ㅋㅋㅋㅋㅋ
재돌샘의
반응이 궁금했다.
뭐 있겠지.
나라고 평생 혼자 살아야겠니?
하하하하하.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썼다.
그럼 한 가지 물어봅시다.
진짜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사귀세요?
전송.
누르고 괜히 불안한 마음에
한참을
눈을 굴렸다.
'괜히 물어봤나,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진동이 울렸다!
어 알고 있었구나
'진짜였구나.
진짜 둘이 사귀는 거 였네.
확실히 그랬던 거구나.
나경이가 본 게 맞구나.
이제...확인이 됐네.'
난
재돌샘이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여자친구가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인 것도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마냥
멍해지는지
혼란스러웠다.
진짜요? 진짜 사겨요?
빨리 답장했다.
그 다음 내용도 궁금하니까.
어 그렇게 됐네
문자가 그만
오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오! 얼른 국수 먹게 해주세요^^
청첩장 꼭 보내주셔야 해요~
라고 보내고
걸레를
주워 들고 화장실로 갔다.
진동이 금방 다시 울렸지만
다음 답장은
볼 필요 없었다.
그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_다음편에 계속
[3/2 낮 12시 20분 _ 늦게 올리면서 누락된 몇 문장을 수정합니다. 어제 12시를 기점으로 스팀잇이 느려지더니, 또 안 들어와지더니 느리게나마 되더라구요. 그 틈에 글을 올리느라 급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