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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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1)

고등학교 2학년 때.
나경이가
백화점 지하 1층 마트에서
재돌샘과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을
마주쳤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
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을 떠본 적 있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내가 둘이 사귀는지 안다는 걸
모를테니까.

그 날은 토요일이었다.
나는
점심을 먹고 친구와 이야기 나눈다고
운동장에서 배회 중이었다.
그 때 퇴근하시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중앙 현관에서 나왔다.
나와 친구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여기서 뭐하고 있니~! 공부 안하고~"
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쌤~ 점심 시간이잖아요ㅠㅠ 집에 가세요?"

선생님도 나랑 같이 잡은 손을 흔들었다.
"응. 빨리 퇴근해야지. 토요일인데 얼른 가야지^^."

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손을 잡고
주차장까지 같이 걸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쌤 시험 수행평가 너무 어려웠어요... 좀 쉽게 내주시면 안되요?"
"내가 다 내는 게 아닌데 어떡하지."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차 앞까지 다 왔다.
선생님은 차는 흰색이었다.
재돌샘이랑 똑같은 흰색 차.
생긴 것도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재돌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쌤 차 흰색이었어요?
엇, 재돌샘 차랑 커플이예요?ㅋㅋ
재돌샘 차랑 비슷하게 생긴 거 같은데요?"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내가 가리킨 재돌샘 차를 보면서
살짝 미소 짓는 듯 보였다.
"...내 차가 더 좋아.ㅋㅋ"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재돌샘 차를 응시하면서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따라 웃었다.
"아 진짜요?ㅋㅋㅋ
쌤 차가 더 좋아보여요.ㅋㅋㅋ"

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좋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재돌샘이 잘 되는 게 나에게
좋은 일일 수 있다 생각했었지만,
정작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앞에 서서
진짜
사귀는건지
안 사귀는건지
떠보고 앉았었다.

더 이상 재돌샘을 찾아가지 않을거고
재돌샘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재돌샘도 포기했지만
비밀 연애 중인
둘 사이가
눈꼴셨다.

.

.

.

새내기라고
대우 받는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2학년 때도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기말고사를 잘 쳐야했다.
과제도 열심히해서
점수를 잘 받아야 했다.
공부에 집중이 안되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책상 앞에 앉아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언제까지고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남자친구에게는
내가 끝내자 한 적도,
그만 하자 한 적도 없기에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후배도 아닌
연락하지 않는
어정쩡한 사이가 됐다.
연락을 하지 않은지도
한 달이 지났다.

손수 만든 빼빼로를
전해주지 못 했다.
책상 서랍 안에 처량히 놓여 있었다.
수능이 끝나는 그 주말에
만나면 주려고
직접 만든건데.
기숙사에 사는
나는
통학하는 친구 집에 가서
부엌을 빌렸다.
보영이 언니만큼이나 친했던
같은 과 동기 집이었다.
염치 불구하고
같은 과 친구인 지민이 집에 가서 초콜릿을 녹여
길다란 과자에 묻혀가며
직접 만들었다.
지민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지민이 어머님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만든 빼빼론데
주지 못해서,
그렇다고 차마 먹지도 못하고
고이 모셔 놓는 중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남자친구 얼굴을 보고
결단을 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집에 내려가면
일단
모교에 먼저 찾아가서
남자친구를 만날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수능을 다 친 고3이
학교 기숙사에
남아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나는 싸이 다이어리에
몇 일에 집에가는지 적어 두었지만
남자친구의 싸이 다이어리에는
특별한 소식이 없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집에 내려와서
모교에 갈까, 말까
몇 일을 망설였다.
얼굴 보고
붙잡든,
헤어지자 하든
둘 중에 하나는 하려고 했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기가 겁이 났다.

얼굴을 보면
내가
매달릴 것 같았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걔 얼굴을 보면
그냥 주저앉아 울 것만 같았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으면
남자친구가
날 쌩까고 지나칠 것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왜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냐고
싫어하고
화낼 것 같았다.

모교에 갈 핑계가 필요했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면 되니까.
내가
모교에
남자친구 때문에 간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어서 간거라고 할
변명 따위가 필요했다.

그래서
재돌샘에게 문자를 했다.

오늘 쌤 보러 학교 갈까요?

'재돌샘한테 연락이 오면
학교에 가자.
학교에 가서
재돌샘도 만나고
고등학교 들러서
선생님들한테 인사도 하고...
걔가 있으면 단판을 짓고 오고
없으면 졸업식 때,
그 때
또 만나면 될테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재돌샘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오라, 오지 말라는 대답도 없었다.
'많이 바쁘신 날인가...
바쁠 때 가면 민폐겠지.
그렇다고...
답장을 안 해줄 것까지야...흠..
오늘은 안 되겠네. 포기다, 포기.'

기다리다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재돌샘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재돌샘에게 다시 문자했다.

쌤! 왜 답장이 없어요ㅠㅠ

1분도 되지 않아 진동이 울렸다.

응? 나한테 문자했었어?
너한테 문자 온 거 없는데?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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