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것 좀 보소~ 대문 사진이 생겼어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기다리다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재돌샘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재돌샘에게 다시 문자했다.
쌤! 왜 답장이 없어요ㅠㅠ
1분도 되지 않아 진동이 울렸다.
응? 나한테 문자했었어?
너한테 문자 온 거 없는데?
12.
어쩌면 그 놈과 그 년이 이어 준 너와 나(2)
어안이 벙벙했다.
뒷통수 맞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해요!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흥!
재돌샘은 또 금방 답장이 왔다
읙? 먼 말인고? 나의 킴쑤가 아니던고?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나의 킴쑤라니...
뭐야, 설레게.
이렇게 다정하게 말할 사람이
왜 이제서야 연락이 온 거야?'
재돌샘에게
실망스런 마음이 들 때 쯤
온 몸에 전기가 찌릿했다.
아차, 싶었다.
'설마...'
나는 일단 내 자신에게 꿀밤을 먹였다.
'하...못 살아. 내가 미쳤지.'
김재돌 선생님
한테 문자를 한다는 게
그만
김재규오빠
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는
재규오빠에게
오늘 쌤 보러 학교 갈까요?
라고 문자한 것이다.
내가 엄한 사람에게 문자 해놓고
답장 안 해준다고,
너무 한다고
재돌샘에게 윽박 지른 셈이었다.
'미쳤어, 미쳤어.
재돌샘한테 빨리 죄송하다고 답장 해야 돼..
그나저나
재규오빠한테는
답장이 안 와서 다행이네.
내가 잘못 보냈다고 생각 했겠지?'
아...죄송해요
쌤한테 문자 보낸다는 게 재규오빠한테 보냈어요...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내일 꼭 재돌샘한테 가서
죄송하다고 말해야지.'
뭐라고 보냈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아까 확인을 잘 해보고
재돌샘한테 문자를 보냈어야 했다.
재돌샘에게는
답장이 금방금방 왔다.
쌤보러 학교 가도 되냐고 물어 봤어요
오늘 학교 가볼까 했거든요.
재돌샘도 재규오빠를 알고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재규오빠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나와 같은 동네 사는 초, 중, 고등학교 선배였다.
아 그렇구나
문자 하지 말고 그냥 오지 그랬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갈 걸.'
후회스러웠다.
혹시 민폐 될까봐요
그럼 내일 쌤보러 가도 되죠?
재돌샘에게서
'우리 킴쑤가 아니던고?'라고 왔던 문자에서부터
어깨를 으쓱하고 있었다.
내일 방학식이라 바쁠지도 모르는데
일단 알겠어
내일 보자
'방학식이구나.
고등학교도 내일...
방학식이려나.
고3이 남아 있을까.'
네~~ 내일 봐요!
재돌샘에게 사과하러
학교에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모교에
갈 수밖에 없는
핑계가 만들어 졌다.
남자친구가 날 내치더라도
나는
재돌샘을 만나고 오면 될 참이었다.
다음 날.
모교로 향했다.
교문 앞에 섰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방학식이라고 해서
후배들이
일찍 마칠 걸 감안해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갔다.
'중학교를 먼저 가야 하나,
고등학교로 먼저 가야 하나.'
긴장한 탓에
괜한 고민을 했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숨인지, 심호흡인지 모를
숨을 뱉어냈다.
'일단 남자친구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
재돌샘한테 가서 위로 받지, 뭐.'
일단
고등학교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대학생이 된 후
두 번째로 찾아간 모교였다.
선생님들은 나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뭐하러 또 왔냐는 투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친했던 선생님 위주로만 인사를 드렸다.
B반 여자 수학선생님도 보였다.
재돌샘과 헤어진
재돌샘 전 여자친구.
둘이 왜 헤어졌을까.
그래도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은
내가
본인과 재돌샘의 관계를 모른다고 생각할테니까.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랑
고등학교 때
원래 친했던 그 때 처럼
가까이 다가가서 팔짱을 꼈다.
"쌤! 저 왔어요~"
"어~ 오랜만이다. 근데 쌤이 좀 바빠서~ 미안~"
"네!^^"
차가운 시선을 받아내고
향한 곳은
기숙사 관리실이었다.
과학선생님이 혼자 계셨다.
"쌤! 안녕하세요~"
과학선생님 역시 바빠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엇! 왠일이야?"
나는 일단 싱긋 웃어보였다.
"쌤 보러 왔죠~"
관리실 소파에 앉았다.
과학선생님도 바빠서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 보러 온 거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선생님은 그제서야 날 쳐다보고 웃었다.
이제 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는 표정으로.
과학선생님을 따라 머쓱하게 웃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승주(남자친구 가명)는요?"
"승주 어제 집 갔는데. 몰랐어? 어제 오지."
'하아...망했다.
어쩐지 어제 오고 싶더라니...
...재돌샘한테나 가봐야 겠다.'
"표정이 왜 그래?"
과학선생님은 겉옷을 걸치면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뇨...뭐. 아무것도 아니예요.
어디 가세요?"
자꾸만 오늘 잘 못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는 애들 마중해야지. 나가자."
'저는 후배들 마중 하러 온 거 아니거든요.'
"네... 전 중학교 갔다가 다시 오든지...할게요."
다시 올지 안 올지 몰라서 말 끝을 흐렸다.
그리고 나는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오늘 다들 왜 이렇게 바쁘세요~ 얘기 좀 할랬더니."
과학선생님은 관리실 문을 열며 말했다.
"니가 안 바쁠 때 와야지."
나는 힘없이 관리실에서 나왔다.
"네...그러게요."
터벅터벅 중학교로 갔다.
중학교는 이미 방학식이 다 끝났는지
학교가 조용했다.
교무실에 들어가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재돌샘에게 다가가서 한 번 더 인사했다.
"쌤! 저 왔어요~"
재돌샘도 바빠 보였다.
그냥 집에 가야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재돌샘이 선생님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내가 뒤따라 갔다.
"커피 줄까?"
재돌샘이 물었다.
"아뇨. 그냥 물 마실래요."
재돌샘은 컵에 물을 따라서 나에게 건네 주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건가? 남자친구 때문에?"
"네. 오늘 얼굴 보고 결판을 내려고 했는데.
어제 집 갔데요.
어쩐지 어제 오고 싶더라니."
"나 보러 온다더니. 뻥이었어?"
"에이. 쌤 보러 왔잖아요. ㅋㅋ
어제 진짜 죄송해요...전 쌤한테 문자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김재'까지만 검색하고 바로 눌렀더니 그렇게 된 거 있죠?"
"그래. 나는 문자 받지도 못 했는데...
괜히 나한테 뭐라하고.
재규는 별 말 없었어?"
"다행히도 문자 안 오더라구요? 전화번호가 바꼈나봐요?!"
재돌샘은 창밖으로 먼 산을 바라봤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결판을 내긴 무슨 결판을 내.
이미 결판이 났지.
내가 기다리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어떡해요. 아직 헤어지잔 말은 못 들었는데."
재돌샘이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나도 재돌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일단 얼굴을 봐야되요.
얼굴 보고 얘기를 해야지.
...저도 이게 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요."
재돌샘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놨다.
다시 교무실로 들어가려는 것 같아서
그런 재돌샘을 붙잡듯이
말을 덧붙였다.
"쌤 오늘 저 집에 데려다 주세요.
저 오늘 쌤보러 온 건데~"
재돌샘은 콧방귀를 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셔~
나 마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려고?"
재돌샘이 마치려면 3~4시간은 더 있어야 했지만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한
이 허망한 마음을
재돌샘에게 털어 놓고 싶었다.
"다시 고등학교 갔다가 쌤 마칠 때쯤에
연락드릴게요."
"그래. 나중에 연락해.
니가 내 일 좀 해줘라.
휴~ 일이 너무 많다~"
"제가 어떻게 해요.ㅋㅋ
열심히 하세요^^"
재돌샘 어깨가 처져 보였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할까...'
그리고 중학교에서 빠져나와 고등학교로 갔다.
기숙사 관리실로 향했다.
'과학선생님이 계셔야 할텐데...퇴근하셨으려나.'
과학선생님이 혼자 계셨다.
관리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쌤...지금도 바쁘세요?"
"너 아직 집에 안 갔어?
지금도 바쁘지."
"아...네. 그럼 갈게요."
"어딜 가. 들어 와."
나는 히죽 웃어 보이고 관리실 소파에 앉았다.
과학선생님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커피 마실래?"
"아뇨. 중학교에서 먹고 왔어요."
"그렇구나."
그리고 내 맞은 편 소파에 앉았다.
나는 과학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바쁘시다면서요. 저 그냥 여기 좀 앉았다 갈게요."
"바쁘긴 한데. 니가 할 말 있는 표정이니까.
일단 니 얘기부터 들어보려고."
또 한숨이 나왔다.
과학선생님한테는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할지
고민됐다.
"승주랑 연락 안 한지 한 달 넘었어요."
"난 둘이 헤어졌다고 알고 있는데?"
"여름 방학 중에 생각 할 시간을 갖자는
얘긴 했었는데
다시 연락하고 지냈었어요...
예전 같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수능 끝나고 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학교에 있을까 싶어서 찾아 온 거예요.
얼굴 보고 단판을 내려고 한건데...
집에 가고 없다니..."
나는
과학선생님 앞에서 이야기 하는 도중
억울함인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부끄러움인지 때문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운다, 운다.
...진짜 우나?"
"안 울거든요!"
"연락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뭐하러 얼굴 보려고."
과학선생님은 날 놀린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다가
표정을 굳히며 진지하게 날 바라봤다.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예요.
기다릴거예요."
"언제까지?"
"오늘 얼굴 못 봤으니까. 이제 졸업식까지 기다려야죠."
"지금 12월인데, 2월 까지 기다릴거라고?
3개월을 더 기다리겠다고?"
"3개월이 됐든, 1년이 됐든 기다릴거예요."
"열녀 났네. 그 때까지 못 기다릴 걸?"
"왜요?
기다리면 돌아오지...
않을까요..."
과학선생님이랑 눈을 마주치고 있었는데
절로 시선이 떨어졌다.
이야기 할수록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침묵을 뚫고
전화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과학선생님은
자리로 가서 학교 전화를 받아 들었다.
"네....
네? 이현지쌤(B반 여자 수학선생님 가명)이요?
그럼 어떡해요?
이현지쌤은 괜찮으시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에서 하는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과학선생님 표정은 매우 심각했고
B반 여자 수학선생님 이름이 튀어나와서
나는 깜짝 놀랐다.
"왜요? 이현지쌤한테 무슨 일 있어요?"
과학선생님은 다시 맞은 편에 앉더니
내 눈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어.
사고가 났다는데...
...이현지쌤 차가
뒤집어졌데..."
_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