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8. Out of sight, out of mind.(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8.
Out of sight, out of mind.(1)

가끔
꿈에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한 번씩 내 꿈에 나타나
내 마음을 휘젓고 갔다.
'기분 나빠.'
잊을만 하면 꿈에 나왔다.
꿈에 나왔던 날은
하루 종일 그 여자
생각이 나서
괜히 신경이 곤두섰다.

"오빠, 그 여자가 꿈에 또 나왔어."
"누구?"
"아 진짜 짜증나!"
"뭐가? 그 여자가 누군데?"
"오빠랑 그 여자랑 손 잡고 있었어!"
"그러니까 내가 누구랑 손을 잡느냐고."

"누구긴! 오빠 전 여친!"

"참나. 나는 아무 기억도 안 나고
잊어버리고 사는데 왜 니가 더 난리야.
허구한 날 니가 먼저 그 여자 이야기 꺼내고는 생각이 나게 만드는거냐고."

"....미...미안.
아무튼 내 꿈에 그 여자가 자꾸 나와. 짜증나게!"

"....어휴. 니 꿈에 나오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

.

.

"담에 볼 때는, 모의고사 20점 올리기!"
선생님의 제안과 약속때문에
한동안
선생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20점 올리면 내가 이 차 너 줄게.
아니, 뭐 니 달라는거 다 줄게!"

'하아...20점 올릴 수 있으려나...
선생님은 자기가 말해놓고
기억 안 난다고 내빼진 않겠지?ㅋㅋ'

선생님을 달라고 할
목표도 정했고
비장하게 각오를 다졌으나
9월 모의고사.
2교시 수리영역에서
내가 자신있게 푼 문제는
몇 개 안됐다.
'20점을 올리기는 무슨...'
아무래도 평소보다
20점을 더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아무리 시험지를 넘겨도
맨 뒷장에서
다시 앞으로 넘어와도,
풀릴 듯말 듯해서 별표 쳐놓은 것을
다시 집중해서 들여다봐도
내 생각대로 풀리지가 않았다.
못 푼 문제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었지만
시간 이 기다려주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하면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안 푼 문제는 찍기라도 해야 해!'
찍어야 할 문제가
푼 문제보다 많아서
더 속상했다.

'약속했는데...'

모의고사 수리영역이 끝나면
12시 10분이었는데
그 시간이
중학교 선생님들 중에서
4교시가 없으신 분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재돌샘을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르는
시간이었다.

9월 모의고사 수리영역을 치고
나와서 어깨가 축 처졌다.
자꾸 한숨이 나왔다.
원래 모의고사 칠 때마다
수리영역을 치고 나오면
기분도 안 좋고
기운이 빠지고
마음이 아프고
늘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이번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속상함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한
나에 대한 실망이
더 더 더
컸다.

'설마 오늘 만나진 않겠지?
...
하아...
이런 날은 꼭 더 보이더라.'

선생님이 급식소에서 식사 중이었다.
일단
점수가 나온 건 아니니
보고싶은 사람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른 밥을 먹고
선생님이 나가실 쯤에
맞춰서 같이 나갔다.
그리고 앞서가던
선생님을
불러 세웠다.

"시험 못 쳤어요...20점 못 올린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축 처진 어깨에
울상인 얼굴로.
그러면 당연히
우리 재돌샘은
"그래? 시험이 어려웠어?
그럼 다음 모의고사 20점 올리기다?!
3교시 영어 시험 잘 치고!
우리 킴쑤는 잘 할 수 있을거야.
힘내! 시험 못 쳐도 괜찮아^^."
라고 말할 줄 알았다.

선생님은 한 쪽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2층에 불났다. 활활."

'....아 쪽팔려!'

선생님 그냥 갈까봐 급하게 나오느라
물도 안 마시고 나왔더니
고춧가루가 끼어있었나 보다.

'거울을 한 번 보고 나왔어야 했는데...ㅠㅠ'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말도 못했고
선생님도 날 쳐다보지 않고
먼저 가버렸다.

'뭐야...20점 못 넘었다고 저러는거야?'

야자시간에
답지를 보고 시험지를 매겨보니
8월 사설 모의고사 수리영역보다
12점이 올렸다.
'아..4문제만 더 맞았어도...!'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고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던 선생님 표정이 스쳤다.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선생님은
어짜피 내가 원래
몇 점을 받았는지 모르니까
선생님을 만나면
그냥
20점 올렸다고하고
선생님 달라고
해버릴까 싶었지만
12점이 올라도
자랑할 만한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20점 올려서 몇 점인데?'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 없었고
찍은 문제를 맞춘 것도 있었다.
뻥을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었다.

20점 올려도
3등급이 될까 말까한 성적을
선생님에게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선생님을
한참
찾아갈 수가 없었다.
선생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시험 못 쳤다고 말했을 때
20점 못 올렸다고 말했을 때,
괜찮다는 말
한 마디만 했어도
거리낌없이 선생님을 찾아갔을텐데
나는
그렇게 뻔뻔하지 못했다.

그리고
추석이라는 긴 연휴를 보내고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서
룸메에게
큰 폭탄을 맞았다.

"얘들아 오늘 내가 뭘 봤냐면..."

_다음편에 계속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2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