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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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당신을 만나지 않는 시간 동안(2)

재돌샘이 중학교로 전근간 그 해
새로 오신 과학선생님이었다.
과학선생님이자 남자 기숙사 사감선생님이었다.
나는 문과라서
수업시간에 볼 일이 없었다.
재돌샘과 마찬가지로
오며가며 인사하는 정도였다.
재돌샘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나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과학선생님과는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보는 사이였다.

과학선생님은
교무실 옆에 있는 '기숙사 관리실'에서
기숙사 총 관리감독 선생님과
근무하셨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그 곳은
언제나 과학선생님이 보였다.
교무실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잘생긴 사람이었다.
코 밑에 연한 콧수염이 있었지만
그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콩깍지가 씌였었다.
그윽한 눈빛이 좋았고
날 특별하게 대하는 선생님이 좋았다.

친해질 계기가 없었을 뿐
친해진 후로는
무섭도록 빠르게 가까워졌다.

2009년 7월 16일에
내가 드렸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으면서
분명 마음이 더 깊어져버렸다.
"싸이 안 봤지?"
"네."
"어제 저녁에 썼는데."
"진짜요?!"

ps2 킴쑤는 눈이 참 예쁘더라 특히 웃을 때^^

라는 마지막 문장을
100번도 넘게 다시 읽었다.

재돌샘처럼
예쁘다고 말하는 선생님이 또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내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또 이렇게 심장이 뛴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매일 매일
나를 보고 웃고
나에게 잘해주는 과학선생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게 겁이 났었다.
여전히
재돌샘을 좋아하고 있었고
재돌샘에게 했던 것 처럼
기다리고 기대하게 될 것 같았다.
과학선생님은
내 그런 걱정을 늘 무너뜨리고
거침없이 다가왔다.

나도
조심하고 싶었지만
사실상 나도
과학선생님이
날 예뻐한다는 확신이 들어
하루종일
관리실을 들락날락거렸다.

재돌샘을 자주 만나지 못 하는 동안
과학선생님이
그 허전한 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중학교 2학기 개학 후에
재돌샘에게 찾아갔다가
모의고사 수리 20점 올리자는 말에
자주 가지 못할 때
힘들 때마다
과학선생님에게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추석 이후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재돌샘이 사귄다는 말을 들은 이후
지금까지 재돌샘을
좋아했던 순간들 때문에
마음은 아팠지만
재돌샘이 잘 됐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과학선생님만
바라보게 되었다.

나경이가 백화점에서 본
B반 여자 수학선생님과
재돌샘의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 할 방법도 없었지만.

재돌샘에게 직접
물어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어보고
그렇다 하는 대답을 듣기도 싫었고
그냥 좋았던 사이마저도
잃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경이가 본대로가 맞겠지.'
그냥 그 정도로 넘어갔다.
게다가
나는
내가 재돌샘과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
사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재돌샘은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본인에게 직접 확인 된 사실이 아니니까
모른척 하며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하고
웃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다.

그렇게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과학선생님 덕분이었다.

_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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