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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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방금 있었던 일을 적으면 우리의 결혼생활이 단편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설명될 것 같다.
"나 손톱 좀 깎아줘."
"손톱 깎을 줄 모르세요?"
"아니... 뭐~ 오빠가 깎아주면 좋으니까."
우리 오빠는 어차피 깎아 줄거면서 꼭 한 마디 보탠다. 난 그게 약간 싫으면서도 좋다. 오빠가 나를 놀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그리고 그 한 마디에 내가 피식-하고 웃으면 오빠가 말은 안하지만 분명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나는 사실 그것도 좋다. 나의 웃음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의 정체는 바로 내 남편이다.
내 남편은 선생님이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도 선생님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지금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수학선생님을 하고 있다.
나는 선생님의 제자였고, 인사 잘하는 학생이었다.
대신 수학을 못해서 선생님께 수업을 들어 본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물어 본 건 있지만)
수업에서 나를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인사를 하면 꼭 예쁘다고 했다.
예쁘다고하면 나는 꼭 아니라고 했는데 굳이 만날 때마다 예쁘다고 해주는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바로 옆 내가 다녔던 중학교로 전출가시는 바람에 더더욱 수업을 들어 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전출을 가셔도 선생님이 좋아서 자주 찾아갔다.
선생님이 좋아서 생각 날때마다 편지를 썼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에도 선생님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선생님께서 밥 한 번 사준다해서 밥도 얻어먹었다. 스테이크로.
선생님께서는 어쩐지 연락을 자주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주셨다.
서로 위로해 줄 일이 생겨서 선생님이 오빠가 되었다.
오빠랑 연애를 했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나는 수학선생님 사모님 겸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나는 이 결혼생활이 얼떨떨하지만 꽤나 정상적이고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꿈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내 가정을 꾸리는 일.'
나는 내 꿈을 이루었고, 매일 아침 눈을 떠도 내 꿈과 마주하고 있다.
사실 매일 꿈꾸는 것 같다가도 그게 악몽 같다가도... 볼을 꼬집어 보면 아프고.
나는 우리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간결한 셔츠에 넥타이가 잘 어울렸고 정장을 입으면 누구보다 멋졌던,
낮은 목소리가 좋아서 선생님 수업이 마치기 전에 교실 창문에 붙어 몰래 들었던,
우리 수학선생님이랑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