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essay] 고전읽기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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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문학이 어떻게 여타의 책보다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은 고전이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삶의 정수가 들어있고,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검증된 사상과 간접 체험을 전하기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고전을 읽을 때는 몸이 배배 꼬이기 일쑤고, 책장을 펴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오는 잠마의 위협을 겪는다. 한 구절 혹은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정신의 수많은 활동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은 괴로움을 자처하는 일일 수 있다. 고전이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토록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의 비밀이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쉽게 얻은 것보다 더욱 내면에 깊이 각인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책'으로 손에 꼽고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고전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고전을 읽는 것은, 정신에 깊은 흔적을 내는 과정이며, 그것은 고통이 따른다. 내 미력한 경험을 통해서도 난, 쉽게 읽고 느낀 감동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래가는 향기는 고통 속에 피워낸 향기이며, 자랑스레 드러낼 수 있는 상처는 적극적으로 싸운 선한 싸움에서 얻은 흉터일 것이다.

 독서는 고귀한 '노동'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고전을 읽는 것은, 고귀한 '고통'이라는 말을 맘대로 덧붙여본다.

월든

 대학 1학년 때 몇 달을 끙끙대며 기숙사 침대 위에서,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19세기에 살았던 한 선각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북소리를 찾아 그대로 행동했던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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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든」은 특별한 지성을 소유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사회 속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월든 호숫가에서 원시적인 삶을 살면서, 문명에 대해, 자연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그 책을 읽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던 것은, 어렵거나 난해해서가 아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백 미터도 안 되는 중심가 거리를 지날 때,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끄는 호객꾼이 2미터마다 한 명씩 있다면, 그 길이 아무리 짧아도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짧은 거리였지만 누구도 그 길을 평탄했노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월든」을 다 읽고 나서 난 자문해 보았다. 누구나가 사회로부터,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난 이 모든 인정과 기대를 물리치고 내게 들리는 북소리를 따라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내 북소리라면 소로우처럼 그 정신이 원하는 길을 따라 월든 호숫가에라도 집을 지어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한낱 장신구쯤으로 여길 수 있을까.

 다른 이와 구별된 '나만의 북소리'를 따라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바램을 이룰만한 용기가 내 안에 없음을 난 발견하게 된다. 어떤 위대한 일을 시도한다거나, 다른 이들이 쫓는 똑같은 모양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나를 향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정을 바라지 않는 그 일조차도 아직 연약한 내 정신은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난 이따금씩 그 책이 주었던 정신적 괴로움과 충격을 생각한다. 내 삶이 치열함을 잃어버리고, 그저 시간과 공간과 다수의 사람들이 흐르는 방향으로 휩쓸려가는 시간에, 난 소로우를 생각하고, 월든 호숫가를 생각한다.

 고전 읽기의 괴로움이 주는 삶의 향기를 느끼고 싶은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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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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