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essay] 과거를 앓는 남녀의 편지, 「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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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키고 싶은 사랑과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둘 중 한 사람의 잘못으로, 때론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이별해 왔습니다. 이별과 함께, 추억은 내밀한 기록관에 들어갑니다.

나의 잘못이나 실수로 각별한 사랑을 잃었을 경우, 후회와 회한은 더 깊고 무겁습니다. 기록관에 들어간 추억들은 때론 힘이 되지만, 어떤 때는 비수가 되어 가슴을 깊이 찔러 들어옵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만 안했더라면…’ 하는 탄식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솟구칩니다.

「금수」(2016. 미야모토 테루)의 주인공인 남녀는 지금은 이혼한 예전 부부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서로에 대해 후회와 원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자가 외도했고, 불륜의 상대가 남자를 칼로 찌르고 자살하면서 외도가 밝혀집니다. 남자는 큰 충격과 부상을 입은 상태로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부인을 떠나보냅니다. 여자는 남편이 사죄나 변명을 하길 바랐지만, 그런 말을 듣지 못하고 그를 떠납니다. 배신감에 휩싸인 그녀에게 남편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건 그 당시 고려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헤어진 지 몇 년 후, 그들은 우연히 어느 산 케이블카 안에서 재회하고, 그때부터 몇 번의 긴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그들은 과거의 후회와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이별과 상실이 아직도 그들을 옭죄고 있었으며 현재를 좀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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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저는, 누구나가 가질 법한 사랑의 추억과, 후회의 전형을 느꼈고, 주인공이 과거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에 휩싸일 때, 나 역시 나의 후회와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과거에 내가 행한 어떤 일이 내 삶의 일부를, 혹은 전체의 축을 무너뜨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행동이 지금 내가 간간이 느끼는 불행을 잉태시켰다고 말입니다. 무너진 집터에 사는 사람처럼 완전히 무너질까 불안해하며, 반쯤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나 자신을 방치해오기도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가 지금의 내게 영향을 끼치고 날 망가뜨리고 있다면, 지금 하는 행동들도 미래의 내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반쯤은 불행한 상태로 살 것이 아니라, 무너진 집터를 보수하고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을 지금 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과거가 나를 망가뜨렸다고 믿는다면, 미래의 내 삶이 지금 내 행동에 달렸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겠지요.

“과거 같은 건 이제 어쩔 도리가 없는, 지나간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과거는 살아 있어 오늘의 자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 사이에 ‘지금’이 끼여 있다는 것을 저도, 당신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미야모토테루, 「금수」 중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겠지요.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혹시 내 실수로, 혹은 내가 더 붙잡지 않아서 떠나간 사랑이 생각난다면, 이제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책의 저자 미야모토 테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환상의 빛>, <흙탕물 강>, <반딧불 강> 등의 작품을 썼습니다. 특히 <환상의 빛>은 일본의 거장 영화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축복이 모두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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