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복귀신고 - 국내 내수활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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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 삼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마쳤습니다. 쉬러가는 여행이 아니라 놀러가는 여행이었어서 그런지 몸이 더 찌뿌둥해져서 돌아왔습니다. 마음은 상쾌해졌기 때문에 기분좋은 찌뿌둥함으로 남기렵니다.

저번 주에는 서울의 궁들을 누비고 다녔다면 이번엔 바닷가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역시나 전 물과 만나야 좀 사는것 같습니다. 바다를 침대삼아 하루종일 물에 떠다니는 나뭇잎마냥 둥둥 거렸습니다.

통제 부표 바로 옆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현기증이 나도록 높고 푸른 하늘이 꼭 동남아 여행지에 온듯한 기분을 심어줬습니다. 끼룩거리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며, 방파제에 부딫혀 허연 거품을 일며 바스라지는 파도며 해수욕장에서 선텐과 수상레져를 즐기는 청춘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해외 여행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좋긴합니다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뀐 상태입니다.

아마 당장 홀홀히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에 하는 한마디 일 수도 있겠지만 내수진작을 위해 갖은 노력과 무리한 정책까지 쏟아내고 있는 현 시국에 살짝 편승해 이번 이야기를 합리화해보려 합니다.


저번 주 휴가를 다녀오면서 내수진작을 위해 이번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내수란 것은 내가 피서를 단지 국내에 있는 해수욕장에 갔다고만 해서 진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수욕장에 가서 그날 식사를 그곳의 음식점에서 하고, 거기서 파라솔을 대여하고, 샤워실을 쓰는 등의 소비행위를 할 경우에 내수가 돌게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바글바글대는 해수욕장에 비해 식당가는 한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좀 유명한 조개구이집을 들어갔는데 한창 피크대의 점심시간인데도 자리의 3분의 1정도밖에 사람이 차질 않습니다. 거기서 식사와 후식까지 1시간 반 가량을 앉아있었는데 그 긴 시간동안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아버지와 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앉아있다가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렇다고 밥을 안먹진 않을텐데 점심 피크 시간대에 식당가쪽이 이렇게 한산한걸 보면 뭔가 다른 대안이 있는걸까 싶어 식당을 나와 자리한 파라솔까지 가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슥 훑어보았습니다.

몇번 볼것도 없이 바로 식당가와 가까이 있던 파라솔들을 보니 답이 나오더군요. 전부 집에서 아기자기 만들어온 도시락과 조그마한 아이스 박스에 담아온 음료들로 그날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다시금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국내여행을 권장하는 것은 절대 내수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아니, 우리나라는 내수활성화만으로 자립경제는 커녕 유의미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나라이다.' 라는 것입니다.

도시락을 가져와 먹는것, 아이스 박스에 음료를 싸와서 먹는 것은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내가 내 돈을 자유롭게 사용해 도시락 만들어 먹겠다는데 비난받을 일이 아니죠.

내수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고 비난하는건 예전에 속초의 상인들이 '포켓몬 고' 열풍때 사람들이 와서 밥도 안먹고 컵라면이나 먹는다며 불만이라던 기사만큼이나 멍청한 행동입니다.

애초에 인구 1억이 안되는 나라에서 내수활성화로 경제성장이나 침체완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해외여행객수는 매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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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통계(한국관광공사 발표) >

2016년엔 2250만명, 총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출국자수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에 인천공항은 자체 기록으로 '역대 최다' 타이틀을 몇개나 갈아치웠습니다.

그런데, 해외 여행객한테도 욕할 수 없습니다. 자유시장경제를 택한 나라에서 내가 내돈으로 해외여행간다는데 그걸 욕한다는것 또한 정신나간 행동입니다. (하지만 해외여행 꼬박꼬박 다녀놓고 나라 경제가 파탄나고 외국을 다녀보니 우리나라는 헬조선에다가 내수진작이 안된다며 욕하는 이용객들은 마찬가지로 올바른 정신상태라고 보긴 힘들겠습니다.)


결국 답은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가 국내여행 경비의 일정부분을 지원한다는 이상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그 짜잘하게 의미도 없게 쓰일 여러 지출들을 모아 국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퍼붓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외부 자금의 조달을 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애초에 자립경제를 실현해온 나라가 아닙니다. 수백년을 침탈과 굴욕의 역사속에 살아온 이 나라가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 무역에 힘쓰고, 기술발전을 통해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 인재들을 수출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준비도 안되있는 상태에서 자꾸 기업들의 수출길을 불리하게 만들고 내수진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가해지는 규제도 점점 쎄지고 있고 이번 부동산 대책에선 아예 서울전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수준에, 심지어 전자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나빠보이는건 일단 다 '조지고' 보는 것이죠.

내수는 진작이 되야함이 분명합니다. 저희 가족도 자영업을 하느라 제발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을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내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세금을 다시 내수지원에 쓰는 것으로는 절대 진작이 될 수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런식으로 다른건 다 박살내면서 내수를 세금으로 꾸역꾸역 돌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글에 이런말을 썼습니다. '병에 걸린 사람의 병은 고칠생각도 않고 진통제를 먹여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요. 지금은 딱 그런상황입니다.

국가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공부하라는 선배들과 교수들, 한때 멘토로 유명했던 지성들에겐 "이 꼰대, 틀딱아!! 노오력도 소용이없다고!!" 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맨날 나라 욕은 하지만 국내여행에선 돈을 잘 쓰지않고 한두푼이라도 더 모아서 이번 여름방학땐 남들 다가보는 유럽이나 동남아 자유여행을 한번 가보려합니다.

발전에 대한 노력이나 기대가 너무 빈약한 상태인데 내수진작이 될리가 없습니다. 나라자체도 돈이없어 증세를 논의하는 마당에 무슨 내수진작이 있을까요. 평등도가 낮으니 노력할 의미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몰라서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세상에 의미없는 노력은 없다는걸 노력해본 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력이라 함은 자신만의 아웃스탠드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무의미한 메아리로 돌아올 '내수 진작'을 외치며 국내여행에 대한 복지비 지출 따위를 논할 것이 아니라 한시 바삐 다른 현안을 좀 마무리짓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해결책을 분명하게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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