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개미 (1)

오래 전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가 출간되었을 무렵 꽤나 hot했던 책이었고 라디오에 광고도 이렇게 나왔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 소설 개미를 읽을 수 있어서.
개미로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 소설 개미가 있어서.

'놀고 있네. 개미가 개미책 있다고 해서 행복한걸 알게 뭐야.' 라는 생각이 대뜸 들 정도로 시니컬한 사춘기였다. 어쨌거나 책읽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책을 사서 재미있게 읽었고 그중 많은 구절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아래와 같은 구절을 포함해서.

이제껏 지구상에 수많은 종들이 살다가 멸종하는 동안 개미는 항상 살아남았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면 그들은 인간이 꾸며놓은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지구의 진정한 주인인 개미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개미라는 종족에 대한 존경심을 무의식중에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세월이 지나면서 개미에 대해 오랬동안 잊고 지냈다. 사는게 바쁘고 개미보다 중요한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개미를 재발견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도 기어다니고 먹거리를 잠시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줄지어 몰려와서 새까맣게 덮는 행위가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을 어지간히 그런 자잘한 일에 무딘 내가 어느날 문득 눈치채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인간의 기준으로 정한 남의집 개념을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내 집에 들어와서 나를 이렇게까지 압박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바닥에 흘려진 먹거리나 식탁에 올려둔 먹거리를 신경써서 치우기 시작했다.
놈들은 대체로 쓰레기통 속에 있는 먹거리를 목표로 나타나지만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곳에도 계속 나타나서 그냥 죽치고 있기도 했다.

나는 화가 많이 났다. 개미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면 덜했겠으나 그동안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었던 개미 종족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기 때문에 못견딜만큼의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분노가 더욱 커졌다. 한편으로 공포심이 들었다.
'이것들이 계속 점점 늘어나서 나와 우리 가족을 오래도록 괴롭히는거 아니야?'

종족전

나에겐 이것이 마치 종족전인 것 처럼 느껴졌다. 인간과 개미가 영토를 걸고 싸워서 이기는 쪽이 우월한 종족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인간을 대표해서 인간의 자존심을 걸고 나는 전투를 결심했다.

선전포고를 했다. 물론 말은 통하지 않는다. 손가락을 곧게 뻗어 하나 하나 분노를 담아 꾹 꾹 눌렀다. 도망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이를 꽉물고 얼굴 뻘개져서 눌렀다. 소설 개미에서 봤던 "손가락들"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평소같으면 대충 물걸레나 물티슈로 쓱 밀고 도망가는 놈들을 잡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선전포고 삼아서 철저하게 메세지를 전했다.
'더이상 내집에 들어와서 내눈에 뜨이면 죽는다'
행렬이 끊기고 더이상 안나타날 때 까지 죽이다가 이윽고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놈들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듯 보였고 명확한 메세지가 전달 되었고 저 집에 가면 안된다는 소문이 개미들 사이에 퍼졌을 꺼라는 승리감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더 많이 오면 어쩌지?'

다음날, 놈들은 계속 나타났다. 나는 당황했고 다급하게 검색을 했다.
인간이 가진 무기는 손가락 뿐만이 아니란다 개미존만이들아
인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지혜와 노하우를 찾아낼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러나 다급하게 하는 검색으로는 현재 내 상황에 딱 맞는 그런 이거다 싶은 결과가 찾아지지 않았다.
평소에 나는 너무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항상 대비하며 방어태세를 강구해 놓지 않았다면
갑작스런 전쟁 발발시에 우왕좌왕 하게 되는것은 당연하다.
이대로 인간은 개미에게 패배하고 영토를 빼앗기게 되는 걸까?

-다음편에 계속-
인간 vs 개미 (2)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