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가는 길이다. 밤에 못 자고 뒤척였는데 낮부터 회에 소주를 마셨더니 급 졸리다.
잤다가 기차에서 못 내리면 낭패라서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중.그냥 자고 일어났다.
졸려서 뭘 쓰려던건지 잊었는데 이제서야 떠올랐다. 어젯밤에 아빠가 TV로 여행 사진 찍은 것을 보자고 하셨다. 이미 다 옮겨 놨다고 하셔서 1차로 놀랬는데, 소니 카메라 사진은 물론 내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도 다 나오는거다. 휴대폰에 항상 패턴과 지문을 걸어 놓는 터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지? 아빠가 내 패턴을 아시는건가?', '스크린에 패턴락을 해지 한 모양이 남아 있었나?', '내가 사용하는 잠시 내려놓은 중에 얼른 가져가서 복사하셨나?' 별 생각을 다 하던 중 내 휴대폰이 빨리 잠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 화면 자동 꺼짐 시간이 10분으로 설정 되어 있었다.
아래와 같이 화면이 꺼지고 5초가 지나야 화면이 잠긴다.
4월 초에 휴대폰을 바꾸고 처음부터 이렇게 설정 되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무심코 다른 일 하느라 시간을 변경했다가 되돌리는걸 잊은건지 모르겠다. 여튼 이렇게라도 발견해서 다행인 듯.빈 여행 중 실수로 햄이 들어간 파스타를 조금 먹었다. 베지테리언 용 아라비아따만 있는 줄 알고 주문 했는데 그 집에 두 가지 버전이 다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알러지 반응이 오지 않았다. 면역력이 많이 좋아졌나 싶었는데, 한국 와서 4일간 두 차례 두드러기가 돋았다.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니고, 다시다도 피했는데, 무심코 먹은 소스가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시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전 처럼 결막염이나 비염, 또는 전신 두드러기로 오지 않아 다행이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다 가려니 아쉽다. 엄마랑은 여행이라도 같이 했지만, 동생이랑은 대화도 거의 못 나눴다.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자잘한 일이 있어서 친구들도 다 못 만났더니 아쉬움만 남는다. 아무때나 편하게 친구들을 만나던 시절을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삶이 그립기도 한데 생각해 보니 야근 후에 근근이 만났던 것 같다. 역시 기억은 미화된다.
교환학생 시절 지금의 남편과 롱디 커플이었다. 그 땐 둘만 같이 외국에 나와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친구들도 그리운걸 보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아빠는 처음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면 하시더니 이젠 한국은 아니더라도 좀 더 가까운 나라에 살았으면 하는 눈치시다. 그런데 사실 대학~회사 생활 할 때 보다 지금 더 자주, 더 길게 친정에 다녀오고 있다.분명 한국에 있는데 친구들은 나보다 5시간 빠른 곳에 산다는 착각이 계속 든다. 얼른 돌아가야겠다.
드디어 몇 시간 후면 남편과 귀여운 꼬맹이 둘을 만난다. 이번에 집에 가면 한동안 돌아다니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