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5. [뉴질랜드 여행] 거대한 한 폭의 수묵화,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

Milford Sound. 이곳은 피오르(중학교 때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기로는 ‘피오르드’였는데, 언제 명칭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피오르는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란 뜻을 지닌 노르웨이어로, 빙하가 깎아 만든 U자 골짜기에 바닷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좁고 기다란 만을 말한다. 빙하는 퇴적된 눈이 중력의 작용으로 이동하는 하천을 말하는데, 이 눈덩이의 두께가 30m 이상이 되면 상당한 하중이 지표에 가해진다. 중력에 의해 비탈 경사면을 따라 빙하가 이동하게 되면 지표의 바닥과 측면이 깎여 나가 U자형의 골짜기가 형성된다.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들어와 과거 빙하가 흐르던 골짜기를 메우면 좁고 긴 협만이 생겨난다.

밀퍼드 트레킹은 밀퍼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거의 1년 전부터 예약이 필요하고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며 54km를 직접 걸어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여행이 바로 밀퍼드 사운드 크루즈이다.

퀸스타운에서 차량을 빌려서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뉴질랜드는 한국과 운전석이 반대고 밀퍼드 사운드 근처는 비가 오는 날이 많다고 해서 우리는 안전하게 여행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Real journeys를 통해 Milford Sound Scenic Cruise(밀퍼드 사운드까지의 왕복 버스, 크루즈, 점심 포함, 12~13시간 소요) 상품을 예약했는데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지인 중에는 같은 회사의 Milford Wanderer Overnight Cruise가 뉴질랜드 여행 중 가장 좋았다는 분도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는 3코스 저녁 식사(베지테리안 옵션 가능), 아침 식사, 트윈 베드에 1.5시간 가이드 동반 산책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방법으로 밀퍼드 사운드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퀸스타운에서의 출발지는 언슬로우 호 앞의 Real Journeys 사무소. 퀸스타운 - 밀퍼드 사운드 까지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새벽 6시 반부터 모인다. 심지어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4시간 빠르기 때문에 매우 긴장했던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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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 - 밀퍼드 사운드는 약 4시간 정도 거리지만, 테 아나우에서 30분씩 정차하므로 실제로는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는 길은 멀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굳이 잠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테 아나우에서 정차하는 동안 작은 상점에 들어가서 커피와 파이를 먹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비가 많이 왔다. 직접 운전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면 바로 위에 낮게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Mirror Lake에 잠시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Mirror Lake 라는 이름답게 고요하게 주위 풍경을 다 비춰내야 하는데, 비가 와서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호머 터널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 대신 사람이 직접 뚫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1935년부터 약 20년의 공사 기간 중 산사태가 발생해서 희생된 사람도 있었고, 세계 2차 대전 동안에는 공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힘들게 뚫은 만큼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폭이기 때문에 터널 바깥에 신호등이 있고 신호등 불빛에 따라 퀸스타운->밀퍼드 사운드, 또는 밀퍼드 사운드->퀸스타운 차량이 터널을 이용한다.


한국의 밝은 터널 내부와는 달리 어두운데 경사까지 있는 호머 터널


호머 터널까지 오는 내내 날이 어두웠는데, 터널을 벗어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토양은 물을 흡수하지 않아 비가 오면 그대로 폭포수가 된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던 밀퍼드 사운드 투어 날에 비가 와서 실망했는데, 오히려 덕분에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10mm 렌즈로는 눈에 보이는 광경을 다 담을 수 없다.

이 사진에서 인위적인 것은 저 작은 도로와 캠퍼 밴 밖에 없다. 언젠가 자연의 힘으로 융기했다가 침식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비록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이겠지만 역시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더 가자 드디어 강이 나타났다. 쨍한 햇빛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강이 넓어진 만큼 드디어 목적지에도 다 와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나니 왠지 갑갑해졌다. 유람선 관광을 한 후 퀸스타운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4~5시간 걸리는 버스를 또 타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 업체도 그 마음을 알고 있기에 새로운 상품으로 우리를 유혹했다. 바로 경비행기를 이용해 1시간 만에 돌아가는 상품인데, 지금까지 둘러 왔던 길을 무시한 채 눈 덮인 산을 구경하며 퀸스타운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당 35만 원씩 추가로 내어야 한다는 말에 포기했다.



1시간 40분 동안 타게 될 유람선. 1층, 2층 모두 갑판에 나가서 구경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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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에 뷔페, 샌드위치 도시락, 인도식 도시락(락토 베지테리언 용), 일식 도시락을 선택할 수 있다. 유람선에 타자마자 도시락을 받게 되는데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과일도 있어 나쁘진 않았고 커피는 무한 리필이 가능했다.

유람선 내의 자리도 넉넉한 편인데, 처음에는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가지만,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기 때문에, 돌아올 때에는 대부분 자리에 앉아있었다.

날이 흐려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안개 낀 흐린 날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먼 곳까지 나갔을 땐, 바위에서 휴식하는 바다표범도 볼 수 있었다. 운 좋은 날은 돌고래 구경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돌고래 운이 없는지 그 어느 곳에서도 야생 돌고래를 본 적이 없다.


배는 지도에 표시해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게 된다. 끝 지점에서 되돌지 않고 좌현으로 틀어 나아가면 남극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하니 더욱 설렜다.


이곳에 갈 때는 비옷 또는 방수가 가능한 옷을 입고 가는 것이 좋다. 크루즈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폭포 바로 아래에 가서 잠시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포수를 맞아가며 열심히 동영상을 촬영했지만, 렌즈에 계속 굵은 물방울이 튀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세찬 폭포 소리와 즐거웠던 웃음은 기록되었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오후 7시에 도착하는 당일 투어. 온종일 이동하는 여행이라 피곤하지만, 그래도 남섬의 꽃인 밀포드를 들리지 않으면 어딘지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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