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몇개의 에피소드가 생기게 되지요.
그 중 두고 두고 이야기하게 되는
추억이라 하기엔 다신 반복하고 싶지 않고
잊고 지내기엔 자꾸 기억이 되살아 나는(잊고 싶은데...)
황망했던 사건이 한둘씩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둘째 아이가 만3살이 되기 전입니다.
예약된 식당에 도착해 아이를 위해 구석의 편안한 자리를 원했고
벽을 따라 ㄱ자형 쇼파의자가 놓여진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다른 테이블과의 거리도 넉넉하고
벽쪽으로 붙은 편안한 쇼파가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였습니다.
식사와 음료를 주문하고
에피타이져를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큰 전화 밸소리처럼 "따르르릉~~~~"하는 소리가 온식당을 울려
깜짝 놀라 무슨일일까 두리번 거리는데
큰 소리에 놀란 눈을 한 둘째도
기겁을 하고 쇼파위를 달려 제 품에 안깁니다.
식당의 손님들이 식사를 중단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하는게 보이고
저희도 이 식당을 뛰쳐 나가야 할지 말지 눈치를 살피는데
웨이터가 와서 누군가 파이어 알람을 울린것 같다고
지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 합니다.
그러던 중...잠시 제 머리속에 휙~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어
아이가 뛰어왔던 동선을 역추적하며
쇼파를 따라 시선을 옮겨 봤습니다.
정확히 쇼파위에 일어선 3살 아이의 손이 닿을 높이의 벽면에
PULL DOWN 이란 유혹적 손잡이가 있었습니다.
"나를 당겨 주세요"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진 것 같은게...
옆의 남편에게 재빨리 설명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범인인것 같아요 ㅜㅜ)
웨이터를 불러 우리 아이가 그런 것 같다 자백을 하니
아이들에게 친절이 몸에 익은 웨이터도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첨 "따르릉~~~~"으로 시작했던 알람이
"빠아악~ 번쩍!" (싸이키 조명) "빠아악~ 번쩍" 으로
정말 밥이 코로 들어 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산만하게 바뀌였습니다.
웨이터 말에 의하면
대형 식당의 경우 소방서에서 키를 갖고 와서 알람 박스를 열어야만
이 귀청 떨어지는 소리와 싸이키 조명이 멈춘다 합니다.
그 와중에 주문했던 식사가 나오고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같고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조명에서 식사를 하려니 먹어도 체할 것 같고
도저히 정서에 맞질 않아 계산서를 달라 했습니다.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스테이크들을 그대로 남긴채
계산서에 음식값과 동일한 액수의 팁을 쓰고
도망치듯 식당을 나왔습니다.
식당밖으로 나오니 소방차 2대, 경찰차, 엠블런스까지 꽉차 있고
소방관이 박스에 맞는 키를 찾느라 이것저것 꽂고 있느데
제가 얼핏 본 왕팔지만한 링에 매달린 열쇠들이 한뭉텅이.(뜨악~!)
어느 세월에 맞는 키를 찾으련지...
점점 미안한 맘은 커져가고 감당이 되질 않더군요.ㅎㅎㅎ
빨리 이 미안한 곳을 떠나고 싶은데
주차장에서도 소방차등에 막혀 바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나중에 겨우 길을 터주어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침묵속에 차를 타고 집에 오니 남편이 곧바로 와인 병을 따고
불쑥 한잔 내밀며 제 얼굴을 살핍니다.
(원래 전 술을 못하는 체질이라 저에겐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 마셔야 돼... 잊어야 돼..."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도 생기고
얼떨떨한 기분이 오랫동안 남았던 황당사건이였습니다.^^
몇일전에도 그 식당앞을 지나다 또 그때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저희가 이야기를 해도 둘째는 기억을 못합니다.
(혼자만 속 편합니다ㅎㅎ)
어느덧 십년도 훌쩍 넘은 일인데
그 후 한번도 그 식당을 다시 찾은 적이 없습니다.
별로 가고 싶지가 않네요.ㅎㅎㅎ
즐거운 추억은 아니지만
길이길이 기억에 남는 사건이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