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노입니다~^^
사람들에 따라 식물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물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식물 즉 나무나 꽃등엔 꽝손입니다.
꽃병의 꽃이 활짝 만개를 해 보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거나
나무나 화분의 식물을 길러서 재미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예로 아래의 사진은 묘목을 심은지 12년째 되는 후지 사과나무입니다.
두 그루 중 그나마 큰 것으로 사진을 찍어 봤는데
잘 큰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단 한번도 사과가 열리지 않은 도도한 사과나무입니다.
12년전 두 그루의 사과 묘목을 심은 이유는
꽃이 피면 벌이 날아와 이나무 저나무의 암술, 수술을 교배시켜......라는
예전 생물시간에 배웠던 아리송한 이론을 들어서 인데
결국 단 한번도 꽃도 사과도 달리지 않는 두 나무를 보고
남편이 하는 말 "저 둘은 게이가 틀림없어"
그러나 진실은 결실을 얻을 만큼의 노력과 관심이 부족해서겠죠.ㅎㅎ
사실 매해 집 뜰에 피는 꽃들이 10여가지가 넘는 줄은 알지만(갯수도 모름)
이름조차 다 알지 못하니...
이런 제가 아주 잘 할 줄 아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동물을 아주 좋아하고 잘 돌본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영향은 제 아버지에게서 온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의 아버지는 인정이 아주 많으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초 2때니 10세 전의 기억입니다.
그 시절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구걸을 하는 사람도 많고
신문팔이, 구두닦기로 나선 아이들도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기업에 근무하시기 전 아버지의 사업체 중 한 곳이 식당이였고
아버진 자주 길거리에 있던 그들을 직접 데리고 와 식사를 챙기셨고
심지어 그들의 자리에 마주 앉아 많이 먹으라며
이것저것 반찬을 얹어 주시곤 했던 모습이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가끔은 식당의 손님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단 직원의 항의도 받으셨지만
그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시는 아버지 모습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정 많은 모습은 사람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였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동물에게 해당되었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동물들이 제 추억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거북이, 공작새, 비단잉어, 엔젤피쉬, 물뱀.
이중 아버지가 낚시터에서 잡아 쬐끄만 연못에 풀어 키우던 물뱀은
이유를 모르게 매일 죽어서 둥둥 떠있는 붕어들을 보시곤
몇날 몇일을 속상해 하시던 아버지가
셜록홈즈의 눈으로 살해된 붕어들의 몸을 관찰하셔서
빼박의 증거인 치흔을 발견하여 떨미가 잡힌
질이 나쁜 연쇄살어뱀으로
이 물뱀을 잡기위해 연못의 물을 모두 빼내는 노동을 시킨 괘씸죄까지 더해
저희 집 동물 역사상 유일하게 퇴출되어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집안의 어항에는 작은 비단잉어들이 살고 있었는데
먹이를 먹는 모습과 헤엄치는 모습을 구경하느라
자주 어항앞에 옹기종기 모여 떠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비단잉어들은 색깔과 문양이 다양해서 구별이 가능하고
그중 가장 작고 못생겨서 애착을 갖게 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보다 좀 지저분한 검은 색과
특히 한쪽 눈에만 멍이 든 것 같은 검은 동그라미가 있어
가족들이 그 잉어만 이름을 지어 불런던 기억이... 형래.
이 비단잉어들이 첨 올땐 간난아이 손바닥 만했던 것들이
밥 잘먹고 무럭무럭 자라다 보니 어느덧 제법 커져서
횟집 수족관 만한 어항에서 자라는 것이 안쓰러워
결국 넓은 곳으로 보내고 그 자리에 네온테트라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네온테트라는 그 수가 떼거지로 많고
크기는 워낙 작은데가 다 똑같이 생기다 보니
딱히 구별할 방법도 없어 키우는 재미도 없고
더욱이 교감이란 것을 할 수 도 없던 중
늘 이 어항과 피쉬를 부러워 하시던 아버지의 친구분이 계셔서
어느날 어항째로 그분의 집으로 가게 됐습니다.
제법 큰 거북이는 목욕탕 욕조에 돌과 풀도 넣고 키우다
먹이도 잘 안먹고 혼자만 있는 것이 걱정이 되어
결국 한강으로 가 방생을 해 주었는데
아버지 말씀엔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며 멀어져가던 거북이가
목을 빼고 한참을 뒤돌아 아버지를 봤다는...
(아버지의 허전한 기분 탓일 것만 같은^^)
어느날은 공작새의 알이라며 부화를 시키시겠다고
새장을 구하고 전등을 달고 매일 들여다 보시다 불안하셨던지
서울 시내의 동물병원들을 수소문하여
결국 알을 부화시키는 곳에 맡긴 얼마 후
정말 아기새들을 데려 오셨습니다.
한동안 저의 3남매는 매일 옥상의 새장앞에 모여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 젤 작은 새의 머리털이 늘 빠져있고 대머리인 겁니다.
오랜 감시 끝에 덩치가 젤 큰 애가 젤 작은 아기새의 머리를 쪼는 것을 발견
그 큰애를 호통도 치고 미워도 하고
결국 새장 중간을 막아 그 큰 덩치와 분리도 시키고
가장 약하고 작은애가 먹이를 더 먹을 수 있게 감시했던
저희 3남매의 진지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이 공작새들은 서울보단 넓은 터가 있는 시골의 할머니 댁으로 옮겨가
모두가 다 잘 자라나서 길게 자란 뒷 꼬리를 활짝 펴기도 하고
가끔 마당에 지은 새장을 벗어나 날라가기도 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합니다.
사실 사진 속의 공작새처럼 꼬리가 그리 멋있진 않았습니다.
뭔가 듬성듬성 빠진 것이 펴도 별 볼품이 없었는데
얘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펴 보긴 하더라고요.ㅎㅎ
몇년전 방문했던 시골의 삼촌댁에는
그때 지어졌던 공작새장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는 동물들을 단순히 이뻐하고 구경만 하신게 아니라
물고기들에겐 꼭 손수 어항의 물을 갈고 자갈을 닦으시고
다른 동물들도 잘 살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글을 쓰게 된 이유는 버려지고 학대되는 애완동물들 때문이였는데
강아지 고양이는 써보지도 못하고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너무 사랑스럽고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애완동물에 대해
다음에 다시 이어 보겠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