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붓툰(BOOTOON)-2화-까칠녀의 어퍼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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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복학했다. 그 이름도 중후한 복학생!!!
왠 까칠한 후배에게 두상하나 받았다고 뭐 섬광처럼 필이 꽂히는 일따윈 없다.

신병7(리).png여긴 드라마도 영화도 아니고...
레알 현실이니까.
더구나 내가 속한 홍대 도자기공예과라는 곳은 복학할 당시 여성40명 남자 5명!
난 거의 천연기념물에 속했으므로 여자에 굶주릴 것도 없었을 뿐더러 흔히 그렇듯이 군대를 졸업한 후-난 정신차리고 공부에 매진했던 거디다!!! 쿠쿵~!!
(음...왜 이리 진실성이 희박해 보이지?ㅡㅡ;신병6(리리).png
난 도예과다. 학교내에서 가장 노가다성이 농후한 학과...온통 흙투성이들이 다 우리과다.
흙이 많이 묻을수록 도자기열성당원인냥 티를 내고 다녔는데...이빨 사이에 흙 좀 안끼고선 어디서 명함도 못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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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히 더 열심히 했는데...그 진실한 이유는-남자희소성 때문이기도 하고...
이 꽃다운 여자후배들이 "오뽱~! 나 흙 좀 밟아주믄 을매나 조으까?"
"오픙!(이게 더 코맹맹이소리) 나 어제 넘 달렸더니 힘드로...내가 점심 살테니 흙 좀...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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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꼭 그 애들이 아양을 떨어서 내가 도와준건 아니다. 난 고저...다른 이들의 숙제까지 떠맡음으로써 체력을 배양하고 명쾌하게 점심을 해결하며 심지어 저녁 막걸리까지 해결되는 놀라운 인과응보의 현상에 순응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양을 흘겨보는 까칠한 시선이 있음을 당시엔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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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게 얼굴조각상을 전해준 그 애!
애교부리며 일을 떠넘기곤 했던 아양걸들이 이 까칠녀의 초고성능 레이더망에 걸리면 실기실 밖으로 끌려나가 바로 무시무시한 취조에 들어갔다.

"야! 너...니는 손이 읍냐 발이 읍냐? 왜 멀쩡한 사지 두고 남정네들한테 일을 맡겨? 아....여시라서 손이 읍던가?"

"아니...내가 꼭 해달란건 아니규~그 형이 그냥 상냥하게 다가와서..."

"지랄한다! 내가 보니 꼬릴 선풍기처럼 흔드는건 니두만! 너 또 내 눈에 걸리면 콱! 불가마에 유약발라서 처넣어삔다?"

그 까칠녀는 여학생한테만 그런게 아니었다. 한번은 덩치가 산만한 과대표남자애가 뭔일을 잘 못했는지 사정없이 야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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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표남: 너...말 다했어? 이런 씨블 좀만한 기집애가 엇다 대고....

까칠녀: 뭐? 좀만한 기집애? 너 말 잘했다 이 쌍놈아!!! 일 똑바로 하라고 과대표지 니가 무슨 상전인줄 아냐?
그리고 새꺄! 덩치가 크믄 덩치값을 하고 나이를 처먹었음 나이값을 해 등신아!

알고보니 그 남자애는 나이가 까칠녀보다 두살이나 많았다.^^;;;
그 남자애가 성질이 나서 부들부들 떨었지만...이미 기세와 포스에서 겜셋!

실기실에서 청소나 정리를 할 때도 까칠녀는 손속이 철저하고 매웠다. 그러니 다른 애들 하는게 눈에 안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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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녀: 야야 너 그래서 해지기 전에 정리 마치겠냐? 저리 비켜!

여자애들은 수군거렸다.
'으이그 지 혼자 잘났어 그래...'

난 일도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장난기는 조절이 잘 안되는 개구장이였다.
수업시간에 은밀하게 설문지를 돌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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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인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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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설문에 참여했고---그 결과를 난 심술궂게 발표했던 것이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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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감에 지목된 이는 다름아닌 과대표남자애와 사랑에 빠져있었다. 천성이 착하고 온유하여 그 남자애에게 헌신적인 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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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형에 뽑힌 애는 예쁜데다가 눈웃음이 일품이어서 결국 10년 선배를 꼬시는데 성공했다. 그 선배는 프랑스에서 활약한 세계적인 화가의 아들인데 아버지 사후에 남은 수백개의 작품을 유산으로 갖고 있는 준재벌이었다.(그림 하나에 2억 이상)
자..세번째 악처형엔 누가 뽑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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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시...애들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고 나는 겉으로 웃었던 것 같다. 으이그...^^;
아 애들이 그 까칠녀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절친도 몇 있었지만 좀 어려워하는 면이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아마도 남편은 몹시 힘들거다...뭐 이런 판단이었을 뿐이다.ㅎㅎㅎ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이-그 세 여인의 삶이다. 그 후에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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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 후덕녀는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남자애를 일본으로 유학까지 보냈고...그 남자애는 일본에서 만난 여자애와 도둑결혼을 했다. 후덕녀는 졸지에 애비없는 딸 하나를 키우며 고독한 삶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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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형 애는 어땠을까?
돈은 많으니 떨어지면 작품 하나 팔고....애들은 유학 보내고...자기도 애들 돌본다고 외국에 살고...
남편은 기러기아빠가 되어 쓸쓸히 살다가 최근에는 이혼했다고 들었다.

세번째-그 악처형 까칠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

난 애들과 찻집[누나네]에서 자주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곤 했는데 어느날 다른 애들이 쑤욱 빠지는 바람에 까칠녀와 1:1 로 시간을 공유한 적이 있었다.
아! 시간의 까칠까칠한 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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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로 할 말도 없고 해서 물었다.

"나.. 어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 것 같아?"

이 까칠녀가 여러 남자와 여자에게 대하는 것은 보았는데 과연 나에게는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는지-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그 애는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을 테이블에 집어 던졌다.

"아...형? 크게 될 사람 같진 않아."

와........난 그 한마디가 이렇게 남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소리일지는 몰랐다.
몹시 아팠다. 지금까지도............으....!!ㅠㅠ;;;;;;
이 말은 마치 스팀잇에서 이런 댓글과 같다.

"넌 고래가 될 것 같진 않아. 뭐...멸치도 그런대로 괜찮아! 살 뺄 필요도 없고...^^"

지금 돌아보면 등골이 다 서늘해진다.
그 애는 나를 꿰뚫어 봤는지도 모른다.
아...인생은 이토록 미묘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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