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여름의 일상🌞 - 1 비디오 상영회

 더위에 지친 여름의 일상 🌞

 이유 없이 피로하고 축 쳐지는 한여름,
‘아, 더워서 그런가봐’라는 핑계 섞인 말이 입에 붙은 여름 일상 정리하기



#1 비디오 상영회


비디오 테이프를 동영상 파일로 전환해 usb에 담아주는 업체가 있다는 걸 알고 친정이라는 말이 아직 입에 붙지 않는 엄빠 집에 쌓여있던 비디오 테이프를 모두 가져왔다. 부모님의 결혼식 비디오부터 삼남매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는 비디오를 세어보니 무려 17개.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지만 묵혀있던 추억을 꺼내려면 돈이 든다.

집으로 부모님과 외할아버지, 할머니를 초대해 점심식사를 하고 비디오 상영회를 열었다. 어느 순간 비디오 플레이어와 캠코더가 삶에서 사라지면서 20년 넘게 보지 못했거나 찍어놓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영상이다.







나의 어린시절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말도 잘 못했던 아가시절이 있었고 말을 할 무렵 매일같이 노래를 불러대던 모습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옛 아파트의 모습도, 가지고 놀던 인형도, 입던 옷까지 내가 잊고 있던 걸 다시 꺼내보는 일은 놀랍도록 즐겁다.
레슨을 하고 지휘를 하는 엄마를 보고 자라 내가 피아노를 두들기거나 발성연습을 따라하거나 지휘를 하는 모습이 많다. 말보다 노래를 더 먼저 불렀다고 했다. 이 영상을 보며 내 어린시절의 귀여움 보다도 얼마나 아이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젊은 모습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의 엄마, 아빠를 보는 마음이 이상하다. 여행에서 서로를 찍어주는 신혼의 부모님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젊고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을 말과 글로 표현하기를 몇 번이고 시도하다 포기했다.
누군가 말하길 부부는 서로의 젊고 아름다운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부모님의 쌓인 세월을 보고, 나 또한 남편과 쌓아갈 세월을 기대하며 미루던 우리의 사진과 영상 정리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 다짐한다.
(비디오를 보면서 엄마가 우니 괜히 마음이 찡했는데, 나중에 물으니 결혼식 전 날 서운하게 했던 아빠 때문에 새벽 4시까지 울던 게 생각나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우셨단다.ㅎㅎ)







동생들의 어린시절

현재 고3인 막내가 막 말을 배우기 시작했던 모습을 보던 나도 눈물이 난다. 나보다 키가 커진 징그러운 남동생들의 어린 모습과 변성기 전 어린 목소리 그리고 수줍고 해맑은 표정이 잊고 있던 우리의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내가 동생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던 누나였는지. 잊었던 감정을 비디오를 통해 다시 꺼낼 수 있는 게 어찌나 감사하던지.
9살 차이의 막내를 내가 참 예뻐했다. 영상 곳곳에 정말 살뜰히 동생을 챙기더라.
지금의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이 내게 줬던 사랑을 동생들에게 흘러 보내는 삶의 연습 덕이었구나.


우리를 카메라에 담느라 정작 엄마의 모습은 많이 담겨있지 않다. 영상 속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엄마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했는지 느껴진다.
우리를 비디오에 담았던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까. 이상하게도 그 사랑에 나의 머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가 줬던 사랑을 받아 자란 내가 또 하나의 사랑을 주고 받을 가정을 꾸렸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멋진 모습과 사랑을 나도 내 아이에게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찍어놓은 사진, 영상정리를 게을리 하면 안되겠네요!
훗날 몇 년 혹은 몇 십년이 지나 함께 들여다보며 추억할 날을 위해 😊
집 한 구석에 쌓여있는 비디오 테이프, 6mm, 8mm 테이프 등등 동영상 파일로 전환해보시길 강추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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