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 :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젤다 총독 : 뭐지, 어느 쪽인가?
듀렌 : (아돌, 이야기가 복잡해지니까 모르는 걸로 해 둬.)
그리젤다 총독 : 수해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순식간에 방향을 잃게 된다고 한다. 흉악한 짐승도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생환할 수 있는 자가 거의 없는 곳이지. 때문에 우리 군도 그 개척을 주저해 왔다. 하지만 본국으로부터 새로운 광맥을 발견하라는 통보가 있어서 말이다. 아돌 크리스틴, 그대의 역량을 믿고 부탁하고 싶다. 수해의 지도를 만들어 줄 수 없겠나?
아돌 : 지도?
그리젤다 총독 : 아무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니만큼 아직도 수해의 지도라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내일부터 수해를 샅샅이 탐색해서 그 지도를 작성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목숨이 걸린 일이니만큼 상응하는 보상을 준비할 생각이다. 내일 정식으로 고시하겠지만 지도를 완성한 자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할 생각이다.
듀렌 : 거액이라...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리젤다 총독 : 구역별로 나눌 생각이다만 총 3000만 골드가 될 예정이다.
듀렌 : 휘익~ 그거 엄청나구만.
그리젤다 총독 : 이미 소문을 들은 광꾼들과 탐험가들이 이곳 캐스난에 집결하고 있다. 만일 그럴 생각이 있거든 내일이라도 답변을 들려주었으면 한다. 오늘은 이미 밤이 늦었다. 마을에 숙소를 수배했으니 이만 쉬도록.
수염 난 사나이 : 으음~? 혹시 네놈은 광산에서 [마물] 을 쓰러트렸다던 검사 아닌가?
아돌 : 맞습니다.
수염 난 사나이: 흠, 역시 그런가... 어떻게 알았냐고? 그건 이 몸이 천재이기 때문이다. 이 몸의 이름은 레오. 셀세타 주둔군의 단장이다. 이 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조금 활약했다고 우쭐해하지 마라. 이 몸이 있었다면 너 따위보다 신속하고 예술적으로 해결했을 것이 틀림없으니까. 와~핫핫핫핫!
듀렌 : ...저자가 어떤 의미로는 캐스난 최고의 유명인사인 레오 단장이야. 너랑 있으면 독특한 녀석들하고만 얽히게 되는구만.
(지칠 대로 지쳐 총독부를 뒤로한 아돌과 듀렌은 여관으로 향했다.)
듀렌 : 아~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가장 길었던 하루 같아... 그래서, 총독의 부탁은 결국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돌 :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듀렌 : 뭐야, 고민하고 있는 거냐? 뭐, 넌 로문 녀석들과 잘 맞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돌... 하나 제안해도 괜찮을까? 너, 나랑 팀을 짜서 지도 만들기 일을 맡아 보지 않을래?
아돌 : 듀렌이랑 둘이서?
듀렌 : 뭐, 그렇게 의외라는 표정 짓지 말고. 확실히 너한테는 오늘 있는 대로 휘둘리긴 했지만... 나는 한밑천 마련하고 싶고, 넌 기억을 되찾고 싶고. 기억을 되찾으려면 다시 한번 수해로 갈 수밖에 없잖아? 그 김에 지도를 만들면 로문에 팔 수 있고, 나는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아돌 : 그렇군, 알겠어.
듀렌 : 흐흠, 계약 성립이구만. 서로 이용 가치가 있는 동안에는 공동 전선으로 가자고.
(이렇게 [셀세타의 수해] 의 지도를 만들게 된 아돌과 듀렌ㅡ 이 날은 밤도 깊었으니 둘은 여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튿날, 총독부를 찾은 둘은 그리젤다 총독에게 보고한 뒤 곧바로 수해 탐색 준비를 시작했다.)
(셀세타의 지도를 획득했다.)
듀렌 : 곧바로 수해로 출발ㅡ 하고 싶은 참이긴 하지만 당분간 거점이 될 마을부터 설명하마. 우선은 여기서 받을 수 있는 의뢰 (퀘스트)를 설명해 두지. 의뢰라는 것은ㅡ 한마디로 마을의 게시판을 통해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일을 말해. 당연히 일을 해내면 결과에 맞는 짭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 말씀이지. 그리고 여기 캐스난의 게시판이라는 건 저걸 이야기하는 거지. 아돌, 우선은 가까이 가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자, 전부 확인했지? 보아하니 이 주점에도 의뢰인이 있는 모양인데... 음, 뭐... 마음이 내키면 이야기를 들으러 가자. 그런데, 너 모험일지 갖고 있었지? 수해 탐색 경과와 의뢰 내용, 그리고 수해에서 조우한 짐승이나 주운 소재에 관한 내용... 그런 것들을 기록해 두면 다 너한테 도움이 될 테니까, 꼭 활용하는 걸 추천해. 그럼 게시판과 의뢰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은 간단히 마을을 안내해 줄 테니까 밖으로 나가자고.
듀렌 : 자, 이 마을에는 가게가 몇 군데 있지. 저기는 [빌리의 도구상] 이야. 포션이나 해독제 등등ㅡ 갖가지 소모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지. 그리고 여기가 [토머스의 무기상] 이야. 여러 종류의 무기와 방어구가 마련되어 있는데... 우선 시험 삼아 여기로 들어가 볼까. 여기가 [토머스의 무기상] ㅡ그리고 저 아저씨가 가게 주인인 토머스야. 무기와 방어구를 사고 싶을 때는 아저씨한테 직접 주문하면 돼. 그럼 다음은 교역소를 안내하지. 교역소는 바깥에서도 갈 수 있지만 이 무기상을 통해서도 갈 수 있어. 아돌, 여기선 편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코스를 이용해 보자. 여기가 [골드스미스 교역] 인데... 실은 교역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맡아 주는 편리한 상점들이 모여 있어. 예를 들면 이쪽은 대장간ㅡ 무기나 방어구를 강화할 수 있지. 게다가 여기 대장간은 광물 소재 제련 같은 것도 하거든. 무구를 강화하려면 제련된 금속이나 보석이 필요하니까. 우선은 광석을 찾아서 제련... 그리고 무구 강화를 부탁하면 돼. 뭐, 잘 기억해 두라고. 그리고 저 아저씨가 상점 대표인 골드스미스야. 별 것 아닌 소재라도 수를 채워 아저씨에게 넘기면 보다 좋은 물품으로 교환해 주지. 수수료는 안 드니까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아. 공짜라고, 공짜! ㅡ음, 캐스난에 있는 상점 소개는 대강 이 정도. 교역소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정면 출구를 통해 일단 바깥으로 나가자... 뭐, 이쯤에서 듀렌 님의 마을 안내는 끝. 제길, 네가 기억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이런 귀찮은 짓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아돌은 감사 인사를 했다.)
듀렌 : 그래... 아니,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아무튼 나중에 들어올 막대한 포상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싼 거니까... 어쨌거나, 마을 안내는 이걸로 끝이야. 좋았어, 그럼 본격적으로 수해 공략 작전 회의를 시작하자고.
[셀세타 총독부 건물 옥상]
듀렌 : ...경치가 제법 괜찮은걸. 끝없이 펼쳐진 대삼림 지대... 이것이 우리가 도전할 [셀세타의 수해] 다.
아돌 : 두근거리는데!
듀렌 : 후우, 그 여유가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좋으련만. 그렇다고는 해도 넌 한 번 다녀왔을 테지만. 좋아, 우선은 북서쪽 방향을 보라고. 오늘은 날이 따뜻해서 안개가 끼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서쪽 방향에 거목 같은 그림자가 보이곤 한다더군. 대강 거리를 추측해 보면... 아마 이 근처일 거야. 그리고 총독부에서 들은 정보인데 수해 북부의 해안에서 큰 하구가 발견되었다더군. 그렇다면 수해 한가운데를 대하가 가로지르고 있을 텐데... 대강 이쯤이려나. 현 시점에서 수해에 관한 정보는 이 두 가지뿐인 것 같아.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으니... 우선 둘 중 하나를 목표로 삼자. 의지할 수 있는 건 우리들의 다리와 아직은 새하얀 이 지도라는 게 되겠군. 마을 북쪽에 있는 거대한 문을 통과하면 그 너머가 [셀세타의 수해] 야. 좋아,그럼 곧바로 출발하자고.
레오 단장 : 에잇, 비키지 못하겠나!
듀렌 : 꽥, 성가신 녀석이 왔구만.
레오 단장 : 뭐냐, 누군가 했더니... 분명 아돌이라고 했던가. 이 몸도 총독 각하께 지도 작성 임무를 명받은 참이다. 천재 장군으로 칭송받는 이 몸이 나선 이상 네놈들이 공을 세울 일은 없을 것이다. 와~핫핫핫!
판사 : 산초 형님~ 수해는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오잖아? 괜찮을까?
산초 : 성실하게 단장님을 따라다녔다간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걸. 어느 정도 맞춰 주다가 나머지는 길 잃은 척하고 땡땡이를...
레오 단장 : 멍청한 놈ㅡ! 한심한 소리 마라! 이 레오 님이 이끄는 주둔군이 지도의 포상금을 손에 넣어 그 명성을 천하에 떨칠 것이다! 알아들었거든 어서 가자!
산초&판사 : 아, 아이 아이 서!
듀렌 : ...어째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당한 기분인데. 뭐, 마음을 다잡고 우리도 출발하자고.
듀렌 : 자, 드디어 수해의 오지를 향한 우리들의 탐색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전에... 광산에서 몸을 풀었다고는 하지만 수해에 사는 짐승들은 만만하지 않아. 그러니 내가 보다 수준 높은 전투 테크닉을 가르쳐 주마... 뭐, 이 정도려나... 나머지는 실전에서 시험해 보자... 후우, 아직 많이 가지도 못했는데 꽤 지치는구만... 있잖아, 아돌. 체력이 달리거든 멈춰서서 [휴식] 하는 것도 중요해... 그리고 둘이서 싸우려면 역시 연계가 중요하단 말이지. 싸울 때는 부담 갖지 말고 [지시] 해 주면 돼. 지금 얘기해 둘 건 그 정도야. 좋아, 그럼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해나가자고!
[수연의 평원]
듀렌 : 희한하군... 갑자기 짐승들의 기척이 사라졌어. 저건... 그러고 보니 동료 정보상에게 들은 적이 있어. 수해에는 정령수의 묘목이 자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는 짐승이나 마물이 접근하지 않는다나.
아돌 : ...정령수?
듀렌 : 그래, 옛날에 이 근처에 살던 신께서 심으셨다더라고. 난 영락없이 지어낸 얘기겠거니 했었는데... 어쨌든 이만하면 여기서 쉴 수 있겠어. 아돌, 어서 거들어... 쨘~! 어때ㅡ 제법 쾌적해 보이지? 앞으로는 묘목을 발견하거든 근처에 텐트를 쳐서 거점으로 삼자. 그럼 오늘은 해도 저물 것 같으니 여기서 이대로 쉬자고.
(그날 밤... 수해의 상쾌한 공기와 정령수의 향기에 감싸여 눈을 붙이자 몸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돌의 뇌리에 봉인된 기억이 떠올랐다!)
듀렌 : 야아~ 잘 잤다... 뭐야? 너 좀 졸려 보인다?
(아돌은 떠오른 기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듀렌 : 탑? 그렇군... 그런 게 있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이 수해 어딘가에 그 탑이 있다는 말이려나. 뭐, 어쨌거나 그런 효과가 있거든 야영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새벽의 숲]
듀렌 : 울창해졌구만... 여기부터가 본격적인 수해라는 건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앞은 생환이 허용되지 않는 마의 영역... 방향은 물론 [시간 감각] 마저 이상해진다더라고. 게다가 짐승 놈들도 별별 공격을 다 한다나... 몸의 [상태 이상] 에는 주의하자고.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넌 살아 돌아왔었지. 게다가 이번에는 이 듀렌 님도 있으니까. 뭐, 너무 기 쓰지 말고 차근차근 탐색해 나가자고.
[방황의 숲]
레오 단장 : 으음~? 이 요상하게 생긴 행신은... 역시나ㅡ 아까 봤던 것과 똑같지 않느냐! 이런 고얀, 대체 왜! 왜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거야!?
판사 : 산초 형님~ 우리들, 미아가 된 지 어느 정도 지났으려나?
산초 : 어디 보자... 시간 감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완전히 녹초가 됐어...
판사 : 응... 나 배가 고파서 한계야~
산초 : 난 마음이 꺾일 것만 같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모를까, 같은 곳을 빙글빙글빙글...
레오 단장 : 에이, 우는 소리 그만 지껄여! 배가 고파? 마음이 꺾여? 전부 마음가짐의 문제에 불과하다! 애초에 소극적인 마음가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 자체가 글렀단 말이다. 너희도 이 몸을 본받아 좀 더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겠나! 비록 지금 길은 잃었다 해도 이는 사지를 단련할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느냐! [길을 잃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ㅡ라고 이 몸에게 감사해도 될 지경이란 말이다!
판사 : 마, 말도 안 돼요...
산초 : 아까까지 행신에게 화풀이하고 계셨는데 말이지이...
레오 단장 : 멍청한 노ㅡ옴! 늘 계속해서 추구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천재인 법... 생각 같은 건 뒤돌아서면 바뀌는 게 당연하지.
판사 : 그, 그런 거야? 산초 형님?
산초 : 화, 확실히 긍정적이긴 하지만... 아, 아니, 단장님의 페이스에 속지 마!
듀렌 : 거, 뭐냐... 대단하네... 그나저나 레오 일행은 벌써 이런 곳까지 와 있었나... 뭐, 됐어. 일단 우리도 서둘러서 가자.
[새벽의 숲]
(주위에서 짐승들의 기척이 사라졌다. 주변은 정적과 맑은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수해의 상쾌한 공기와 정령수의 향기에 감싸여 눈을 붙이자 몸이 편안해지는것이 느껴졌다... 아돌의 뇌리에 봉인된 기억이 떠올랐다!)
렘노스 :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ㅡ 이 수해에는 번영을 누린 한 왕국이 있었다고 해. 수해 곳곳에 있는 유적은 그 왕국에서 유래된 거고. 그 왕국이 어떤 나라였으며 대체 왜 멸망했는지... 나는 조금씩이나마 전승과 유적의 기록을 조사하고 싶어.
듀렌 : 또 기억의 꿈을 꿨나 보네. 어떤 내용이었어?
아돌 : 옛날에 수해에 나라가 있었다나 봐.
듀렌 : 허... 왕국? 뜬금없이 판이 커지는구만. 잠깐만... 분명 캐스난의 갱도에서도 유적이 발굴됐었지. 그것도 그 왕국과 관련된 유적일지도 모른다는 건가... 좋아, 전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야. 아돌, 당장 출발하자!
(쓰러진 나무를 민다.)
[기도나의 큰 구멍]
듀렌 : 어디 보자, 여기가 지도에 표시된 곳인데... 하~ 이거... 대단한걸...
[나무 위의 마을 코모도]
듀렌 : 나무 위에 집들이 있어... 보아하니 사람이 사는 모양인데.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다니, 인간이란 참 억척스럽다니까... 아돌, 이전에 여기 왔던 기억은 없냐?
아돌 : 모르겠어.
듀렌 : 뭐, 그렇게 쉽게 생각난다면야 고생도 안 하겠지. 좋아, 어디 뭐가 튀어나올지... 일단 들어가 보실까... 뭐, 뭐야!?
스벤 : 넌... 저번에 왔던 빨간 머리 외지인!
듀렌 : 뭐야, 역시 너 여기 왔었나 보구만. 그럼 마침 잘 됐네. 안으로 안내해 줄 수 없을까?
스벤 :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솔리오 : 이 겁도 없는 외지인 놈이...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라몬 : 네놈이 숲의 신의 노여움을 샀단 말이다!
나바르 : 난 이런 자식을 마을에 들이는 건 애초부터 반대였다고!!
듀렌 : 뭐, 뭐야!? 꽤 화가 난 모양인데... 너 뭔가 저질렀냐?
아돌 : 기억이 안 나.
듀렌 : 그런 말로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스벤 : 굳이 촌장님께 알릴 것도 없어!
나바르 : 그래. 숲의 전사의 명예를 걸고 지금 이 자리에서 처리해 주마!
듀렌 : 자, 잠깐만... 우리 이야기도 좀 들어 봐! 이 녀석은 여기 왔던 일이며 자기가 누군지도 다 잊어버린 상태라고! 그래서 기억을 되찾으려고 여기 온 거란 말이야!!
솔리오 : 그,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냐!!
라몬 :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듀렌 : 으, 미안... 불에 기름을 부었나 본데. 아돌, 이렇게 된 이상...
카나 : 그만둬!
나바르 : 아...
스벤 : 카, 카나...?
솔리오 : 어, 언제부터 있었어?
카나 : ...기억을 잃었다고? 내가 아는 아돌은 그렇게 뻔뻔스레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나도 잊어버렸단 말야?
아돌 : 미안...
카나 : ...풉...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일도 기억 안 나? 너... 내가 짐승으로 착각해서 널 사냥하려고 했을 때도 사과했었어.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솔리오 : 카나, 너... 이 자식들 말을 믿어?
카나 :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어. 다만 어찌 됐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있어.
스벤 : 이, 이 시기에 마을에 들이겠다고?
카나 :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 우리 집도 마찬가지니까...
나바르 : 아...
스벤 : 그, 그렇지, 너네도...
카나 : 힘든 때일수록 더더욱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행동하자. 코모도를 지켜 주고 있는 이 거목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요한 판단은 내릴 수가 없어.
스벤 : 그렇군, 미안하다...
라몬 : 카나 말이 맞아...
듀렌 : 저기 봐, 아돌. 우리가 지나온 수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걸.
카나 : 자 자, 마을 사람들이 불안해하니까 부지런히 걸어 줘.
카나 : 미안하지만, 마을 사람들 눈도 있고 하니 여기로 참아 줘야겠어.
듀렌 : 이봐, 카나라고 했던가.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카나 : 자세한 건 나중에. 그냥 눈치껏 헤아려 줘. 알겠지?
아돌 : 알았어.
듀렌 : 네가 할 소리냐? 어...?
카나 : ...다시 올게.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얌전히 있어.
듀렌 : 가 버렸네... 야무진 아가씨구만. 역시 수해의 험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 그건 그렇고, 어지간히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나 본데... 아돌... 너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거냐?
아돌 : 전혀 모르겠어.
듀렌 : 뭐, 그야 그렇겠지. 널 의심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지만... 뭐든지 간에 뭔가 오지랖을 부렸을 것 같긴 하단 말이지. 뭐, 여기라면 짐승이나 마물에게 습격당할 위험은 없으니까. 일단 쉴 수 있을 때 쉬어 두자고.
(밤이 깊었다...)
듀렌 : 흐아~ 암... 슬슬 지루하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지... 누가 온 것 같아.
아사드 : ...실례하마.
카나 : 소개할게. 우리 아버지셔.
아사드 : ...아사드다. 이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지. 아돌, 너와는 한 번 만났었다만... 카나에게 들었는데 기억을 잃었다더군?
아돌 : 맞습니다...
아사드 : 흠... 그렇군. 가능하다면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주길 바랐다만...
듀렌 : 무슨 얘기인지 감을 못 잡겠는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됐길래?
카나 : 지금 이 마을에서는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있어.
듀렌 : ...[실종] 사건?
카나 : 마을 주민이 어느 날 홀연히 모습을 감추더니 행방을 알 수가 없어... 그 뒤로 한 사람, 또 한 사람 사라지더니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아돌 : 대체 언제부터?
아사드 : 처음 사건이 일어난 건 네가 코모도를 떠난 직후다.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마을 주변은 얼추 다 수색해 봤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