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 미안한다... 자신이 이렇게나 속이 좁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대의 마음도 괴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활동 때도 통감했지만... 역시 나는 여전히 미숙한 모양이다.
엘리엇 : 라우라...
마키아스 : ......
라우라 : 린, 그런 이유로 이후의 전투에서는 날ㅡ
린 : ㅡ아니. 서포트는 내게 맡겨 줘.
라우라 : !?
피 : 엣.
엘리엇 : 자, 잠깐? 린?
마키아스 : 또, 또 너는...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꺼내는 거냐?
린 : 잠시 싸워 보고 하나 깨달은 것이 있어. 라우라, 그리고 피. 너희들의 전투 스타일이 본래 최고의 조합이라는 걸.
라우라 : 아...
피 : ...그건...
엘리엇 : 그, 그래?
마키아스 : 나, 나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데...
린 : 라우라는 이상적인 중검사... 압도적인 검기를 흔들림 없이 휘두르는, 그야말로 "메인 전력" 에 해당하지. 한편 피는 이상적인 선두... 압도적인 기동력과 속도로 적을 무너뜨리고 메인의 돌입을 돕는 어태커야. 실기 테스트도, 둘이서 조를 짜게 되면 애초에 상대에겐 승산의 여지가 없어.
라우라 : ......
피 : ......
마키아스 : 과연...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군.
엘리엇 : [전술 링크] 를 쓸 수 있다면 그야말로 날개 달린 호랑이겠네.
린 : 그래. 그리고 그건 너희 둘 다 알고 있겠지? 그래서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뭔가" 가 제대로 맞지 않아서... 그런 초조함을 계속 느껴 왔던 거잖아?
피 : ...(끄덕)
라우라 : ...그래. 그대가 말한 대로다.
린 : 그렇다면 여기서 어느 한 쪽이 물러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전력 면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오히려 날 엄호로 돌려야 할 거야. 그 편이 서로의 문제점을 깨닫기에 수월하지 않겠어?
라우라 : ...그대에게 감사를.
피 : 한동안 그 제의를 따를게.
린 : 응. 기꺼이.
마키아스 : 후우... 이것 참. 나 때도 그랬지만... 너, 지나치게 대담무쌍한 것 아니냐?
린 : 엑... 그래?
엘리엇 : 아하하, 자각이 없는 것도 린 답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어쩐지 조금 앞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네?
라우라 : 그래... 어떻게든 감을 잡아 보도록 하겠다.
피 : 일단은 호텔로 돌아가야겠네.
엘리엇 : 어라...
린 : 엘리엇, 왜 그래?
엘리엇 : 아니, 그... 소나타 연주가 들리는 것 같아서.
마키아스 : 소나타...? 화, 확실히 아주 희미하긴 하지만...
라우라 : 바이올린에 플루트... 산뜻한 선율이 들리는군.
린 : 그래... 녹음은 아니군... 혹시 지상 어딘가로부터 들려오고 있는 건가?
피 : ...응...! ㅡ이쪽이네.
마키아스 : 이건... 비밀 문인가?
엘리엇 : 응. 소나타 연주가 더 크게 들려... 하지만, 뭘까...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라우라 : 흠, 어디로 통해 있는지 확인하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린 : 그래. 뭔가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마키아스 : 이런 장치가 지하도에 있을 줄이야...
라우라 : 선율이 더 커졌군.
피 : 아마 지상 어딘가로 통해 있을 거야.
린 : 신경 쓰이는데... 일단 가 볼까?
엘리엇 : ...응...!
[마테르 공원]
엘리엇 : 아...
마키아스 : 여긴... 제도청 근처에 있는 [마테르 공원] 이잖아.
린 : 하하, 설마 제도의 지하가 이런 식으로 이어져 있을 줄이야.
라우라 : 암흑시대로부터 전해지는 유구... 제도의 역사를 느끼게 되는군.
피 : 응... 바레아하트의 지하보다 큰 것 같네.
엘리엇 : ......
린 : 엘리엇...?
마키아스 : ? 왜 그래?
엘리엇 : 아, 응... 이 소나타, 내 친구들이 연주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피 : 교복...? 어느 학교 학생 같아.
라우라 : 흠, 젊은데도 썩 괜찮은 연주 솜씨군.
엘리엇 : 응... 자랑스러운 친구들이야. 저, 잠깐 인사하고 와도 될까?
린 : 그럼, 물론이지.
마키아스 : 모처럼이고 하니 가까이서 들어 볼까?
론 : 앗...
카린카 : ...에, 엘리엇!?
모리스 : 와~! 돌아왔었구나~!
엘리엇 : 오랜만이야, 모리스. 론, 그리고 칼린카도.
론 : 하하, 엘리엇도... 정말 오랜만이네!
칼린카 : 후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저기, 뒤에 계신 분들은...?
린 : 우리는 토르즈 사관학교 소속, 엘리엇의 동급생이야.
라우라 : 동년배인 모양이군. 금후 기억해 주길.
마키아스 : 너희들도 엘리엇의 친구인 모양이구나. 그 옷, 어디 학교 교복이지?
모리스 : 응, 우리는 음악원에 다니고 있어~
피 : 음악원...
엘리엇 : 이 구역 외곽에 있는 곳으로 음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어. 유명한 연주자도 몇 명이나 배출해내고 있지.
린 : 과연, 납득이 가네. 그래서 그렇게 연주 솜씨가 좋았구나.
론 : 하하, 고마워.
칼린카 :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하지제에서 개최되는 콘서트에 출연하게 되어 있거든. 방과 후에 마무리 연습을 하고 있던 중이었어.
마키아스 : 과연... 여기라면 확실히 안성맞춤이로군.
엘리엇 : 응, 응...! 다들 대단히 좋았어! 전보다 실력이 확 늘었어... 많이 연습했구나.
모리스 : 그, 그런가~?
론 : 뭐, 매일 연습에 푹 절었으니까~
칼린카 : 후후, 조금이라도 늘지 않으면 벌 받을 걸... 하지만 엘리엇도 음악원에 오길 바랐었는데.
린 : 그건...
론 : 아, 물론 너희들을 나쁘게 말하는 건 아니야. 저, 사관학교에서도 바이올린은 계속 켜고 있어?
엘리엇 : 응. 동아리 활동으로. 일단 관악부에 들어갔거든.
칼린카 : 그렇구나... 다행이다.
모리스 : 엘리엇은 정말 연주 솜씨가 좋았으니까~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또 같이 연주하고 싶어~
엘리엇 : 아하하, 그래.
론 : 엇차, 그만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네. 슬슬 음악원으로 돌아가서 연습을 계속 해야 해.
라우라 : 흠, 꽤 열심이로군.
칼린카 : 후후, 괜찮다면 하지제 때 다함께 들으러 와. 사관학교 여러분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린 : 그래, 기대할게.
모리스 : 그럼 엘리엇, 또 만나~
엘리엇 : 응. 그럼 다음에 또 봐.
린 : 엘리엇...?
마키아스 : 저... 혹시.
엘리엇 : 아하하... 아니라니까. 호텔에 보고하는 게 끝나면 오늘은 슬슬 돌아갈까? 누나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해 줄테고 말이지.
피 : ...그래.
라우라 : 그럼 가 볼까?
(퀘스트 [제도 지하도의 수배 마수] 를 달성했다! 보수로 세피스 덩어리 500개를 받았다.)
[크레이그 가]
(그날 밤ㅡ 피오나 씨가 정성 들여 마련해 주신 저녁 식사를 먹은 우리는 식사 후 엘리엇의 방을 찾아갔다.)
린 : 이거... 굉장한걸.
피 : ...가게 차릴 수 있을 것 같아.
라우라 : 피아노에 바이올린, 관악기에서 타악기까지... 캐비닛에 있는 건 보아하니 악보인 모양이군?
마키아스 :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취미 범주를 넘어섰잖아.
엘리엇 : 아하하... 좀 질리지? 돌아가신 엄마가 꽤 유명한 피아니스트셨거든. 누나와 내가 그 영향을 받았다는 거지.
린 : 그랬구나...
마키아스 :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면야 관악부를 선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
피 : 하지만... 왜 저녁 때 만난 사람들이랑 같은 학교에 안 갔어?
라우라 : 피...
린 : 그건...
엘리엇 : 아하하, 괜찮아... 어쩐지 다들 눈치챘을 거라 생각하는데. 나, 사관학교에 들어오기로 마음먹기 전까진 음악원을 지망하고 있었어.
피 : ...아...
린 : ......
엘리엇 : 어렸을 때부터 누나와 함께 엄마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랐지. 아버지는 호쾌한 사람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엄마한테는 완전히 반하신 것 같아서... 매일 매일, 이 집은 따뜻한 음색과 미소가 넘치고 있었어. 하지만 그 엄마가 7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시고... 누나랑 나는 당연스레 엄마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어. 그리고 누나는 음악원에 들어가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나도 당연히 그 길을 따르려 했지. ㅡ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허락해 주시지 않았어. [취미 정도라면 모를까, 제국의 사내가 음악으로 생계를 꾸린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ㅡ아무리 끈질기게 부탁해도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허락해 주시질 않았어. 오히려 제국에 있는 군 학교나 사관학교들을 쭈욱 권유하곤 하셔서... 결국... 난 음악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솔직히 아버지를 원망했어. 다투는 것은 질색이고, 전쟁은 더욱 싫었거든. 그래도 알아보니ㅡ [토르즈 사관학교] 라는 곳만은 음악 수업이 충실하다는 걸 알게 됐고... 졸업생 중 절반은 군인 이외의 진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돼서... 그래서 결국 타협했다는 거지. 에헤헤... 너희들한테 비해 이유가 좀 한심스럽지? 결국 나는 아버지의 말을 끝까지 거역할 수 없었어... 내 음악을 향한 열정은 고작 그 정도였던 걸까 싶어서... 그런가 하면 하지제의 음악제나 음악원에도 미련이 남아서... 아 진짜, 뭐랄까,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야.
린 : 엘리엇...
마키아스 : 그랬구나...
라우라 : ......
피 : 엘리엇은... 후회하고 있어? 사관학교에 들어온 거.
엘리엇 : 어, 왜? 거기에 관해서는 후회할 리가 없잖아.
피 : 엣.
마키아스 : 허...?
엘리엇 : 매일 바쁘긴 하지만 충실하게 지내고 있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연주도 할 수 있고. [특별 실습] 이라는 색다른 커리큘럼도 있어서 여러모로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지금은 막연히 음악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야. 졸업 후에 음악의 길을 목표로 하더라도, 다른 길을 목표로 하더라도... 이번에야말로 나는 나 자신의 의지로 가야 할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피 : ......
린 : ...엘리엇.
마키아스 : 후우...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
라우라 : ...강하군, 그대는.
엘리엇 : 아하하... 너무 추켜세우지 말아 줘. 음악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부럽다고 느끼고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관학교에 들어온 걸 후회하는 일 만큼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너희들과ㅡ VII반의 동료들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마키아스 :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부끄럽잖아!?
피 : 엘리엇... 실은 통이 엄청 큰 거?
엘리엇 : 응? 엑? 그렇게 부끄러운 말이었어?
라우라 : 후후... 아무래도 얼굴이 붉어질 말이긴 하군.
린 : 하하... 그래도 엘리엇이라면 아슬아슬하게 통과 레벨일지도 모르겠네.
엘리엇 : 으으음, 린에게만은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아... 하지만 딱 하나 후회하는 건 있으려나?
피 : 어...
라우라 : 그건 대체...?
엘리엇 : 그, 친구들이 참가하다던 하지제의 콘서트 말인데... 오래 전에 엄마가 연주하신 적이 있고 누나도 5년 전에 참가했었거든. 에헤헤, 그래서 그것만큼은 나가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
(ㅡ그 뒤, 엘리엇은 오랜만에 집에서 묵게 되고... 우리 네 명은 숙박처인 구 길드 지부로 돌아가게 되었다.)
마키아스 : 후우... 벌써 9시가 넘었네. 나도 모르게 오래 머물러 있었군 그래.
린 : 그래. 식후 커피까지 대접받았고 말이야. 내일 아침 식사에도 초대해 주셨으니 피오나 씨에게는 감사를 드려야겠어.
마키아스 : 그래. 나중에라도 언제든 답례를 해야겠어. 그건 그렇고... 여기 살 때는 딱히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실습 과제를 소화하고 있자니 제도가 거대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
린 :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내일 과제는 숙박처의 우편함으로 보내 주신다고 했지?
마키아스 : 그래. 아침 일찍 보내 주신다는 모양이야.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니 빠뜨리는 건 없겠지만 내용 쪽이 걱정이군. 우리의 처리 능력을 절묘하게 뛰어넘는 엉뚱한 걸 시킬지도 모르겠다 싶은 것이...
린 : 하하, 확실히 그렇네. 그렇다면 오늘 밤은 리포트를 쓰고 나서 일찍 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라우라, 피?
마키아스 : 왜 그래? 혹시 피곤해서?
라우라 : 으음, 아니...
피 : ...그건 아니지만.
라우라 : ...엘리엇의 말을 듣고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ㅡ피, 나와 승부해 다오.
마키아스 : 헐?
린 : ...!
피 : ㅡ좋아. 오늘 하면 되지?
라우라 : 음, 그리 하지 않으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을 테니까.
마키아스 : 자, 잠깐! 잠깐만! 갑자기 뭘... 승부라니 무슨 소리야!?
피 : 말 그대로의 의미.
라우라 : 나와 피가 무기를 사용해 1대1로 승부를 겨루겠다는 것뿐이다.
마키아스 : 아, 그런 거구나... 라니 그럼 안 되잖아!?
린 : 밤이라고는 해도 역시 거리에서 승부를 겨루는 건 민폐가 될 거야. 저녁에 갔던 거기... [마테르 공원] 은 어때?
라우라 : 음, 괜찮을 듯하군.
피 : 지하도에서 나왔던 주변 같은 곳이 사람도 없으니 괜찮을지도.
마키아스 : 뭐, 거기라면 어떻게든... ㅡ이 아니라! 너까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피 : 마키아스, 시끄러워.
라우라 : 제도의 밤이 떠들썩하다고는 해도 소란을 피우는 것은 그리 옳은 행동이 아니다.
마키아스 : 윽...
린 : 하하... 뭐, 여하튼 장소를 옮기자. 분명 도력 트램은 아직 운행하고 있었지?
마키아스 : 밤 11시 언저리까지긴 한데... 라니 진짜로 가는 거냐!?
[마테르 공원]
라우라 : 흠... 꽤나 환상적인 광경이군.
피 : 응, 괜찮은 느낌.
린 : 하하... 하지만 이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네.
마키아스 : 밤이라고는 하지만 제도 한구석에서 치고받으려 들다니... 하아... 대체 왜 이런... 중얼중얼.
피 : 마키아스, 시끄러워.
라우라 : 폐를 끼치게 되었으나 부디 망을 봐 주었으면 한다.
마키아스 : 큭, 이건 불합리해...
린 : 어쨌든 정자 쪽으로 가자.
라우라 : 흠... 주변에 사람은 없나?
피 : 좋은 조건이네.
린 : ......
마키아스 : ...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