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요력 1204년 6월 28일 특별 실습 3일째]
(같은 날, 6시30분ㅡ)
린 : 후우... 잘 먹었습니다.
알리사 : 하아, 맛있다보니 전부 먹어버렸어...
엠마 : 어제 연회에서도 가득 먹었는데 말이죠...
파트마 : 후훗, 한창 클 때인걸요.
가이우스 : 말을 타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다. 그 정도야 오히려 보통이지.
시다 : 저, 저기... 좀 더 드시겠어요?
유시스 : 아니... 역시 적당히 먹는 게 좋겠어.
가이우스 : 남은 닭고기 밥이 있으면 대나무껍질에 싸 줘. 실습 중에 먹을 테니까.
시다 : 응...!
릴리 : 릴리도 도울래~
토마 : 그럼 시원한 차도 대나무 통에 넣어 둘게요.
린 : 하하... 정말 고마워.
알리사 : 으으음. 처음부터 끝까지 신세만 지고 있네...
라칸 :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손님에게는 당연한 대접이야. 그럼ㅡ 오늘 실습 말이다만 과제를 준비해 두었다.
[특별 실습의 봉투(6월)를 받았다.]
(특별 실습 2일째 실습 내용은 다음과 같다ㅡ)
라칸 : ㅡ어제보다 의뢰 수는 줄여 뒀다. 남은 하루는 어느 정도 너희 편한 대로 지내는 게 좋을 테지.
린 : ...알겠습니다.
엠마 :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트마 : 후후, 뭣하면 알리사 씨는 할아버님과 느긋하게 보내는 게 어떻겠어요? 어제는 그다지 함께 보내지 못했던 모양인데.
알리사 : 그, 그건...
린 : 그러고 보니 어제 그웬 씨는 장로님 댁에서 묵으셨지?
엠마 : 슬슬 일어나 계실 시간인 것 같은데요...
유시스 : 오전 중에는 우리에게 맡기고 조부께 효도라도 해 드리는 건 어떻겠나?
알리사 : 하, 하지만...
이븐의 목소리 : 라칸! ...라칸 게 있는가!
라칸 : 장로님...? 예. 여기 있습니다만.
파트마 : 어머, 여러분?
알리사 : 하, 할아버님?
린 : 노튼 씨도...
그웬 노인 : 음, 다들 좋은 아침.
노튼 : 실례.
가이우스 : ......
라칸 : ...보아하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이븐 장로 : 음ㅡ 젠더 문에서 방금 연락을 받았어. 아무래도 제국군의 감시탑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은 모양이더군.
가이우스 : !?
유시스 : 뭐...!?
노트 : 오늘 한밤중에 일어난 일인 모양이야. 게, 게다가 그것뿐만 아니라...
그웬 노인 : 아무래도 공화국군의 기지도 공격을 받은 모양이라서 말이다. 이건 좀... 떠들썩해질지도 모르겠구먼.
(같은 날, 8시00분ㅡ)
젝스 중장 : ...공화국의 특기인 공정 기갑사단의 선제 공격인가. 전차 부대가 도착하는 것도 시간문제인 모양이군...
제국군 병사 : ㅡ각하! 수비병 두 명의 사망을 확인! 남은 세 명도 중상입니다만 어떻게든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젝스 중장 : ...그런가. 구급차가 도착하는대로 서둘러 후송하도록.
제국군 병사 : 옛!
젝스 중장 : ㅡ젠더 문에 연락! 제3기갑사단, 출격 준비!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장갑 차량을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두도록ㅡ!
(같은 날, 09시30분ㅡ)
린 : 저기, 정말로 저희가 함께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븐 장로 : 음. 그럴 필요는 없다. 이변이 일어났을 때 이동하는 것쯤은 이미 익숙하니까 말이다.
가이우스 : ......
라칸 : 가이우스, 너도 마찬가지다. 젠더 문의 젝스 님께 상황을 확인하러 가는 거지? 노르드의 백성으로서가 아니라ㅡ 사관학교의 일원으로서,
가이우스 : ...예. 다녀오겠습니다.
알리사 : 할아버님은... 여기 남아 계시는 거군요?
그웬 노인 : 음, 이것도 뭔가의 인연이겠지. 운반 차량도 쓸 수 있고 하니 이동 준비를 도울까 싶어서 말이야.
알리사 : ...알겠어요. 부디 조심하세요.
노튼 : 죄송합니다... 장로님, 라칸 씨. 중요한 때에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이븐 장로 : 무슨 소리냐, 그게 자네 일 아닌가.
라칸 : 바람과 여신의 가호를. 조심해서 다녀오거라.
린 : 예...!
유시스 : 어쨌든 서둘러 젠더 문으로 향하자.
엠마 : 그렇군요...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노르드 고원 남부]
노튼 : 미, 미안하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린 :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유시스 : 뭐, 보도 카메라맨으로서는 역시 이건 놓칠 수 없을 테니까.
알리사 : ...그건 그렇고... 제국군과 공화국군의 설비가 동시에 공격당하다니...
엠마 : 어, 어느 쪽인가 먼저 공격해서 보복에 나섰다는 걸까요?
가이우스 : ......
린 : ㅡ지금은 어쨌든 젠더 문으로 서두를 수밖에 없어. 다들, 다른 길로 빠지지 말고 단숨에 달려가자!
일행 : 그래!
노튼 : 사, 살살 부탁한다...!
(같은 날, 10시00분ㅡ)
가이우스 : ......
린 : 에리보니아 제국군, [제3기갑사단] 인가...
유시스 : 흥... 출격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군.
노튼 : 다들 고맙다! 일단 촬영 허가를 받으러 가 볼게!
엠마 : 저기... 젝스 중장님은 어디에ㅡ
알리사 :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어...!
젝스의 목소리 : ㅡ자네들 왔는가.
가이우스 : 중장님...!
린 : 어, 어딘가에 다녀오시는 길인가요?
젝스 중장 : 만약을 위해 다시 한 번 시찰을 다녀왔네. ㅡ그보다 자네들, 딱 좋은 타이밍에 돌아왔군. 마침 30분 뒤 루르행 화물열차가 출발한다. 이번 실습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그걸 타고 어서 돌아가도록 하게.
알리사 : 예!?
엠마 : 그건 대체...
가이우스 : ......
젝스 중장 : 공화국군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만... 앞으로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다. 이미 촌락 쪽에도 전해 두었을 텐데?
유시스 : 큭. 허나...
린 : 이렇게 그냥 돌아갈 수는...!
가이우스 : ㅡ젝스 중장님. 이번 사건,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댄 것입니까?
린 : 가이우스...
알리사 : ...확실히 그건 신경 쓰이는 부분이지만...
젝스 중장 : ㅡ조사 중이다. 물론 먼저든 나중이든 제국군이 움직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시탑은 파괴되었고 수비병 중에는 사상자도 나왔다. 젠더 문의 책임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알리사 : ......
엠마 : 역시 돌아가신 분도 계셨던 거군요...
유시스 : ㅡ만일 공화국군의 위장공작이라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가 되겠소만. 저쪽 기지의 피해는 어느 정도였던 건가?
젝스 중장 : ...몇 군데의 시설에 대미지를 받은 모양이네. 피해 상황은 여기와 동등... 아니, 훨씬 심한 것으로 보였다.
알리사 : 그, 그건...!
린 :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젝스 중장 : 하지만 이미 느긋하게 상황을 관찰할 시기는 지났다. 전면전쟁은 피하고 싶네만 어느 정도 충돌은 각오한 상황이지. 우리도, 그들도 말이다.
엠마 : 그럴 수가...
유시스 : ...흠...
가이우스 : ㅡ그렇다면 중장님. 부디 제게 이번 사건의 조사를 맡겨 주십시오.
젝스 중장 : ......
엠마 : 가, 가이우스 씨...?
알리사 : 조, 조사라니...
가이우스 : 아시다시피 이 일대에서 제가 모르는 곳은 없습니다. 노르드의 정적을 깨뜨린 이 알 수 없는 "사건"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시스 : ...너...
린 : ...ㅡ미력하나마 저희들도 돕겠습니다.
알리사 : 이것도 [특별 실습] 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이우스 : 아니ㅡ 잠깐. 이것은 노르드의... 내 고향에 관한 문제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적어도 너희들만이라도ㅡ
엠마 : 섭섭한걸요, 가이우스 씨.
유시스 : 알바레아의 이름에 걸고... 꼬리를 말고 달아나는 한심한 꼴을 보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알리사 : 나 역시 가족이 여기서 신세를 지고 있고.
린 : 거기다 너도 제도역에서 말했잖아? [전원이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고.
가이우스 : ...!
젝스 중장 : 후후... 한 방 먹었구나, 가이우스?
가이우스 : 중장님...!
젝스 중장 : 현재 시각 10시05분ㅡ 12시30분까지 조사를 허가하마. 그때까지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가이우스 : 아...
린 : 각하... 감사합니다!
엠마 : 그리 정해졌으니 빠를수록 좋겠어요...!
유시스 : 일단 포격 당한 감시탑으로 가 보지.
알리사 : 응, 그래!
가이우스 : ...고맙다. 정말로, 아무리 감사하더라도 모자랄 정도다.
알리사 : 그, 그건 너무 과장이네.
엠마 : 그러니까요. 같은 반의 동료잖아요?
유시스 : 흠... 뭐,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게 있는 모양이군.
린 : 고향의 위기를 막고 싶다...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거지?
가이우스 : ...그래. ㅡ중장님의 추천을 받아 사관학교에 들어간 것에 관한 부분이라. 누구나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고향 땅을 사랑하고 있어. 바람 부는 고원을, 높은 산들을, 푸른 하늘을, 일출의 거룩함을, 석양의 애절함을,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노르드 땅의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린 : ...그렇구나...
알리사 : 나, 나도 고향인 루르에는 애착이 있지만...
엠마 : 사랑한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니 역시 가이우스 씨다워요...
유시스 : 하지만... 그렇다면 왜 이 노르드 땅을 떠난 거냐. 이국 땅에 있는 사관학교... 솔직히, 너 같은 사내가 고향을 떠나 입학한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만.
가이우스 : 후후, 의문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 자신부터가ㅡ 명확한 해답을 찾아낸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 공화국군의 기지가 동쪽에 지어지고... 제국군이 감시탑을 쌓고 나서부터 그것들은 조금씩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교회의 순회 신부님에게서 제무리아 대륙의 역사를 여러 가지 배웠다. 그리고 강대국간의 다툼으로 사라져 간 민족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크게 놀랐지.
가이우스 : 그리고 [도력 혁명] ㅡ모든 생활과 문화에 영향을 끼치며 "시간" 과 "거리" 의 개념을 대폭 뒤집은 그 발명... 그걸 알게 되었을 때,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는 노르드 땅이 계속해서 평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언젠가 "바깥" 의 거대한 흐름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사 : ......
린 : ...놀랐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
엠마 : 그럼 가이우스 씨는... 소중한 고향을 둘러싼 "바깥" 에 대해 알기 위해 사관학교에 들어오신 거로군요?
가이우스 : 그래... 계기는 아마 그것이겠지. 그 때의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예감에 떨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중장님과 알고 지내게 된 것을 계기로 [토르즈 사관학교] 에 대해 알게 되고... 거기에 추천해 주신다는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 보니 가겠다며 덤비고 있었다... 제국이 어떤 곳인지 거의 몰랐었는데도 말이지. 그러니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
유시스 : 흥... 이것 참. 아무래도 우리들 중 누구보다도 엉뚱한 이유로 온 모양이군?
린 : 하하... 그렇네. 고향을 사랑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일단 바깥 세계를 안다, 인가...
알리사 : ...솔직히, 제국인에게는 나올 수 없을 듯한 발상이네. 그래도, 그런가... 그런 거였구나.
엠마 : 알리사 씨...?
알리사 : 아니, 혼잣말이야. ㅡ하지만 그런 거라면 더욱 내버려둘 수 없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준 이 땅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엠마 : 그렇죠... 정말로 잘 대해 주셨고 말이죠.
린 : 그래. 이번에 일어난 알 수 없는 사건, 어떻게든 확인해야만 해...!
유시스 : 제국에게 있어 이 땅은 소중한 이웃이기도 하다... 협력하도록 하지, 가이우스.
가이우스 : 그래ㅡ 잘 부탁한다!
린 : 여기저기가 포탄으로 파괴되어 있구나. 상상했던 것보다 심한 상황인 것 같아.
알리사 : 실제로 사람도 죽었고 말이지... 설마 이런 장면을 마주하게 되다니...
유시스 : ...사관학교에 들어간 이상 조우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긴 하지. 첫 번째가 설마 공화국과의 전쟁 위험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만.
엠마 : 학생인 저희들에게는 무거운 짐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린 : ...아니,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나쁜 상황은 겪어 왔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 뭔가 해낼 수 있을 거야...!
알리사 : ...그래!
엠마 : 그랬죠... 힘내도록 해요.
가이우스 : ...어쨌든, 자세한 상황을 확인하고 싶군.
린 : 그래. 먼저 현장 책임자 분께 설명하고 조사 허가를 받자.
[제국군 감시탑]
서머리 준위 : ...사정은 대강 알았다. 젝스 중장님께서 허가하셨다면 우리도 거부할 이유는 없지.
린 : 감사합니다.
서머리 준위 : 다만, 금방이라도 공화국군과의 전투가 일어나려는 상황... 우리는 어디까지나 동쪽의 경계에 집중할 생각이다. 탐문 같은 것도 허가는 하겠으나, 부디 수비병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가이우스 : ...알겠소.
린 : 그럼 조사를 시작하자.
유시스 : 병사들에게 탐문을 실시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 우선은 그것부터인가.
엠마 : 대강 정보가 모이면 다함께 정리하는 쪽이 좋을 것 같네요.
알리사 : 그래. 바로 시작하자!
병사 자츠 : ...로안... 왜 죽어버린 거야...
린 : (죽은 사람의 동료인가... 상당히 괴로운 것 같아...)
알리사 : (응, 무리도 아니지...)
병사 자츠 : ...마침 교대 시간이었어. 내가 언제나처럼 농담을 던지고, 로안이 보초를 대신하고... 아마도 오전 3시때였구나... 그 포격이 시작된 것은.
린 : 오전 3시경...
엠마 : 그야말로 어두운 밤을 틈탄 습격이었던 셈이네요...
병사 자츠 : ...내가 보초였었는데 그 순간까지 전혀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했어. 나는... 군인이면서 계속 평화에 늘어져 있었어. 젠장, 내가 정신만 바짝 차리고 있었으면 로안은 죽지 않았을 텐데...
가이우스 : 아니... 나조차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시스 : 이 평온한 고원에 근무하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군.
알리사 : 경계가 허술한 곳에 어두운 밤을 틈탄 포격... 역시 공화국군의 짓일까?
린 : 좀 더 정보를 모으는 게 좋겠어...
병사 자츠 : ...아니... 실은 포격 직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었어. 공화국군 기지ㅡ 거기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피어올랐거든...
알리사 : 그건...!?
린 : 제국 감시탑의 습격과, 공화국군 기지 습격... 이 둘이 거의 같은 시각에 진행되었다...?
유시스 : 어느 쪽 군이 범인이라는 말은 완전히 부자연스러운 이야기군.
가이우스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엠마 : ...다른 정보와도 조합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
알리사 : 이 파편은...
린 : 왜 그래, 알리사?
유시스 : 그 쇳조각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했나?
알리사 : ...응, 틀림없어. 이거, 라인폴트제 [도력 박격포] 의 탄이야.
가이우스 : 음... 알 수 있는건가?
알리사 : 맞아. 우리쪽 라인업에 있는 걸 본 적이 있어. 이 포탄을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을 거고...
엠마 : 그럼 포격에 사용된 병기는 RF제라는 것이 되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상당히 위화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