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빌런 유니버스


[디즈니의 악당들: 사악한 여왕] 책 표지인데, 뭔가 아주 기대감이 넘치게 만든다

  1. 책 표지 때문에 책을 봤다, 왜!

[디즈니의 악당들]이라는 책이 있어서 읽었는데
표지가 멋있어서 읽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책 표지로 책을 평가하지 마라

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책은 표지만 봐도 읽고 싶을 수밖에 없다
하기야 속담이 나오던 그 시절엔
디자인 감수성이 있었겠냐? 갬성마케팅을 아냐고?

​그냥 디즈니 특유의 밝은 분위기였으면
안 봤겠는데 미세먼지로 책을 구워낸 것마냥
다크하게 나와서 흥미돋아 읽었다


  1. "겨울왕국을 극장에서 봤다구요?! 그게 가능??"

크으, 디즈니라니....
어릴 때 토요일 저녁에 토요명화 보고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디즈니 만화동산을 봤는데

​이걸 디즈니 만화동산에
티몬과 품바가 그만 나올때까지 해서 그런지
키가 180을 못 넘겼다 ㄲㅂㄲㅂ

​그런데 요즘 애들은 품바가 아니라
엘사와 안나를 보면서 큰다

<라이언킹>을 극장에서 봤다는 사람을 봤을 때
'와...1994년작인데 그걸 극장에서 봤다니...'
라고 생각하며 옛날 사람 취급하던 초딩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와...<겨울왕국>을 극장에서 봤다니...옛날 사람이다.'
라고 생각받을 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거 같다

어쨌든 추억에 잠기며 책을 읽었다.

​​

  1. "크흡, 너무 슬프다"

뭔가 책이 거무스레해서
'음, 잔혹동화 같은 거려나?' 생각했다
하지만 디즈니니까 잔혹동화까지는 아니었다.

​1권은 백설공주의 계모, 즉 왕비의 이야기인데
왕비는 원래 불운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부터 책이 들어간다.

​엄마가 엘프같은 거였는데
왕비를 낳다가 죽자 아빠가 버린 자식 취급하듯이 키운다.
음, 인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겁나 예쁜 와이프가
애 낳다가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 놈이 잘못된 거였다

밖에 싸는 타이밍 조절도 못해,
감정조절도 못해
앞으로도 못해


게다가 딸내미 외모가
아내보다 못하다고 한다.

​아, 당연하지!! 자기 유전자 생각 안 하는 것 보소??
​그런데 이 놈이 멀쩡한 딸을 투명인간 취급하듯이 키우니까
왕비는 음침해지지만, 다행히 얼빠인 왕이 나타나
청혼하고 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데 왕의 친척인 '세 자매'가 있는데
얘들이 마녀다.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의 메인빌런이다.


얘들은 마법을 쓸 줄 알고
과거를 보는 거울이 있어서 왕비의 모든 과거를 꿰뚫고
그녀를 그냥 아무 이유없이 타락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마법거울을 주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게 만든다
그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할 때 나오는 그 남자 얼굴이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했던 아버지인 것이다(충격)


세 마녀는 이렇게, 왕비로 하여금 어릴 적 못 받은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김질하게 하며 과거에 얽매이게 하고 감정조차 퇴화시키더니
의붓딸인 백설공주와 외모를 비교하게 하여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았던 외모비교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만든다


그녀들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단순히 '절망을 느끼는 타인의 모습이 재미있으니까'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가 다 아는 내용으로
타락하기 시작한다.

그런데...타락해가는 과정과 이유가...
슬펐다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도 결핍일 수도 있고
어릴 적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은 것도 결핍일 수 있다.


이 결핍 때문에 멀쩡한 한 사람의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으니까...와... 정말 너무 비극이었다.

비극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주인공의 필연성'이다.

햄릿은 우유부단한 주인공의 필연적 특성으로 오필리아와 지 엄마까지 죽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오셀로는 자신의 피부색으로 받은 차별과 인정에 대한 결핍 때문에 아내를 목졸라 죽인다.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천성이 그들을 비극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누구도 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극이다. 마치 오이디푸스처럼.


1권은 이런 비극이었기에 재미있었다.
다짜고짜 의붓딸이 예쁘다고 죽이려고 드는 게 아니라
그 세심한 심리의 발달과정과 세부적인 배경설정의 묘사가 있어서
진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증폭된다.


꼭 1권은 읽길 바란다
그녀의 절망과 심리가 너무나도 트와이스 정연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4.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

1권이 백설공주의 왕비라는 개별 인물의 비극에 초점을 두었다면
2권부터는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의 세계관이 맞물린다.
세계의 3요소인 인물, 시간, 공간이 모두 합쳐진다.


그러면서 세 마녀 이외에
키르케, 우르슬라, 말레피센트를 비롯한 다양한 마녀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2권부터는 별로였다.
1권처럼 한 명 한 명이 몰락해가는 세심한 과정과 절절한 심리묘사가

없다.

그냥 빌런들끼리 얽힌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전개랄까?

일반적으로 독자와 관객들은
악당과 악당이 모인다고 하면...


서로 죽이려고 달려드는 피지컬 액션 혹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싸그리 죽여버리는 학살극 혹은
나쁜 놈과 나쁜 놈의 말싸움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막히는 살기
이런 걸 기대하고 보고 싶어한다!

​술집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내가 왜 이렇게 악당이 되었냐면(구구절절 읊을 테니 울어라!!)"
...같은 <TV 동화 행복한 세상>, <인간극장>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많은 마녀가 나오면 뭐하는가?
짜여진 듯이 얽힌다.
게다가 디즈니 빌런 유니버스의 암흑한 분위기를 초장에 잘 구축한
메일빌런 '세 마녀'가 갈수록 약해진다.


아니, 이 좋은 캐릭터를 두고 왜 약해지게 두냐??
그렇다고 빌런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아니다!!!


2권부터는 아쉬움이 많이 크다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괜찮으나
1권과 같은 세세한 심리와 과정의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하아...1권은 정말 읽고나서 가슴이 조금 먹먹할 지경이었는데...


1권을 읽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리어왕>도 같이 읽으면
1권이 얼마나 비극의 정석을 잘 따라갔는지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1권 사악한 여왕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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