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사연 많아, 더 특별한 ‘백담 순두부’-순간을 영원으로(#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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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두부를 참 좋아한다. 집에서도 틈틈이 해먹을 정도로.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기는 하다. 콩을 불리고, 믹서에 갈고, 베보자기에 짜고, 끓이고, 간수로 엉기게 하고...그러다보니 입맛이 고급이 되었는지, 공장식 순두부는 이젠 맛이 없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들리게 된 순두부 집인데 제대로 된 순두부 맛에 혼자 먹기에도 참 즐거운 곳이라 소개한다. 서울이라면 조금 멀기는 하지만...

강원도 인제 백담사를 들렸다가 내려오는 길. 배가 고프다. 길가에는 식당에 즐비하지만 선뜻 결정을 하기 어렵다. 마침 아내가 무언가를 발견. 돌로 벽을 쌓은 '백담 순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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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제안한다.
"여보, 저 집 장독대가 참 좋네요. 저 정도면 아마 믿을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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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밀고 들어가니 따뜻한 난로가 몸을 녹여준다. 식당을 찬찬히 둘러본다. 벽면에 걸린 사진. 무엇보다 높은 벽에 걸어둔 등산장비와 악기들이 특별하다. 주인장과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리라. 식당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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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가 나오자, 아내가 먼저 맛을 본다. 우선 양념하지 않고 순수한 순두부 그 자체 맛을.
"당신이 만드는 순두부 맛이 나네요."
이 말은 최고의 칭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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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 가지는 많지 않지만 정갈하다. 맛을 보니 다 맛나다. 추가로 주문하니 처음 양보다 더 많이 가져다 준다.

식사 뒤에는 다음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마침 '원조 주인'이 가계를 들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때 아내는 휴식이 필요했고, 나는 이 집 사연이 더 궁금했다.

그러니까 이 가계를 연 주인은 지금은 아들에게 물려주고 필요할 때만 잠깐 돌봐주는 정도란다. 이 집은 장독대가 말해주듯이 간장 된장을 손수 담그고, 나물로 장아찌도 직접 만든단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다 재미있고, 정보 가치도 높다.

"순두부는 요. 만든 지 6시간 정도면 맛이 없어져요. 공장식 순두부가 맛이 없다는 건 운송과정을 생각해보면 간단해요. 저희는 이 식당에서 직접 만들거든요."

주인장이 이 곳에 자리잡는 과정도 영감을 준다. 서울에서 사업하다가 쫄딱 망하고 이 곳으로 흘러들어와 자리잡기까지. 그러니까 성공한 귀촌 사례랄까. 아니면 자신에게 잘 맞는 일과 인연을 찾게 된 과정이랄까.

나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 식당이 궁금하다.
"혹시 순두부 만드는 걸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는 일인데 주인이 기꺼이 식당 안을 안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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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연이 많은 식당이 보니 혼자 먹어도 혼자가 아니다. 어쩌면 혼자 먹을 때야말로 음식 맛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음식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양념으로 뒤죽박죽된 맛이 아닌, 콩맛과 손맛이 어우러진 맛을. 그러면서도 원한다면 더 많은 걸 맛볼 수 있다. 살아온 사연을 먹을 수 있고, 순두부에 대한 정보를 먹을 수 있으며, 인연을 먹고, 영감까지 얻어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음식 맛과 사람 맛을 같이 볼 수 있는 곳. 맛집 기행으로도 손색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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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

백담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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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19


구구절절 사연 많아, 더 특별한 ‘백담 순두부’-순간을 영원으로(#170)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고독한 미식가 혼자 먹기 좋은 식당에 참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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