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이른 아침. 고향에서 맞이하는 아침 운동시간이다. 어디로 갈까. 가고픈 곳이 너무 많다.
이리저리 재다가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는 추억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즉,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다니던 길을 다시 가보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변했을까. 8살, 10살의 나는 어떻게 그 길을 다녔을까. 내 동무들 집은 무사할까.
일단 길부터 너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논두렁 밭두렁 좁은 길이자, 흙투성이 길로 학교를 다녔다. 이제는 농로들이 트럭이 다닐 수 있게끔 넓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흙을 밟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넓은 들판 한 가운데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그 아래로는 우리가 다녔던 옛길은 흔적조차 없다. 고요한 들판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달려가는 차들의 소음이 가득하다.

논밭도 무척이나 달라졌다. 논을 대규모로 경지 정리가 되었다. 예전에 밭에서는 목화를 많이 키워, 학교 오가가는 길에 꽃봉오리를 따서 먹곤했는데 그런 밭은 이제 없다. 대부분 과수원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논은 대규모 축사로 바뀐 곳이 적지 않다. 농사도 돈 되는 농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자급자족은 먼 옛날 추억의 한 자락일 뿐.

집에서 학교까지 가자면 자그마한 산등성이를 두 개나 넘어야했다. 거리로 치면 3키로 미터 남짓. 아득하다. 그 길을 어떻게 어린 나이에 다녔을까.
두 번째 등성이를 넘을 때쯤에는 예전에도 배 과수원이 있었다. 당시에는 배가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나! 여기 담 울타리에 탱자나무를 심어 도저히 아이들이 서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나다니면서 침만 삼킬 뿐. 근데 이번에 보니 그 좋았던 집은 다 허물어지고, 과수원은 흔적조차 없다.

그리고는 학교로 다니던 작은 길 역시 흔적도 없다. 큰길을 돌아 마침내 학교에 도착. 하지만 학교는 역시나 폐교가 되어 용도가 바뀌었다. 운동장은 잡초만 무성하고, 우리가 배우던 교실도 사라지고 없다.
돌아오던 길. 갈 때와 마찬가지로 길에는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없다. 그저 차만 다닐 뿐. 앞으로 이런 변화를 더 심할 것이다. 10년 20년...차들은 자율주행차로 바뀔 것이다. 조금 더 지나면 도로를 다니는 차 대신 하늘로 드론 택시가 날아다닐 것이다.
여린 두 다리로 한 시간 남짓 먼 길을 걸어서 다니던 초등시절. 그 덕분에 지금 건강을 유지하는 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 과정에서 모든 걸 올려다보며 꿈을 키우던 내 어린 시절이 새삼 자랑스럽다.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두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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