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나 푸짐한 숲 산책-순간을 영원으로(#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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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깨어난다고 해야겠다. 나를 비우고, 숲을 산책하면서 귀 기울이면 깨어남으로 가득하다.

먼저 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나무 새순이 연두빛으로 돋아남을 보라. 가을 단풍보다 더 강렬한 느낌이다. 단풍은 기품 있게 늙어가는 모습이라면 새순은 생명력이 충만한 모습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니,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새순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 역시 경이롭다. 개나리꽃, 매화꽃, 진달래꽃, 벚꽃, 살구꽃...눈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혀도 즐거움을 맛보리라. 매화꽃잎은 차로, 진달래꽃은 주먹밥으로 안성맞춤이다.

김소월은 많고 많은 꽃 가운데 왜 하필 진달래꽃을 헤어지는 연인의 발걸음에 뿌렸을까. 꽃잎 빛깔이 강렬한 것 이상으로 꽃잎으로 함께 한 삶이 있지 않았을까. 꽃잎 몇 장 따다가 먼저 맛을 본다. 꽃술에는 독이 있다니 떼어내고 꽃잎만 먹는다. 빛깔에 견주어 크게 맛나지는 않다. 꿀이 아주 조금, 그러나 주먹밥으로 싸면 정말 잘 어울린다.

주먹밥을 하는 간단한 요령. 밥을 2인분을 짓는다고 치면 쌀을 밥솥에 안칠 때, 밑간으로 소금 한 술, 참기름 두 술을 넣는다. 참기름은 밥을 고소하게 하고 윤이 나게 한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제철 달래를 준비했다가 밥이 다 되면 달래를 함께 넣고 비비면 향기롭다. 손바닥에 밥 한 술을 얹어 여러 번 꼭꼭 쥐어준다. 그런 다음 꽃술을 떼어낸 진달래 꽃잎을 붙이면 끝.

나무가 깨어나면 벌레도 깨어난다. 벌레가 나오면 새들도 울음소리가 달라진다. 짝을 찾는 울음이 잦고 애절해진다. 어서 짝을 지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다. 비둘기, 꿩, 까치, 호랑지빠귀...덩달아 사람도 연인을 부르는 목소리가 달라진다.

봄은 생명을 낳고, 사랑을 키우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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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나 푸짐한 숲 산책-순간을 영원으로(#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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