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록 | #2 희망은 언제나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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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보내준 주소로 찾아 들어가자 뜻 모를 영어들이 나를 반겼다. 다행히 구글에 ‘스팀잇’을 검색해보니 한글로 된 글들이 꽤 나오기 시작했다. 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글은 어떻게 쓰는지, 보상은 어떤 식으로 교환하는지 등 새로운 유저를 위해 정리된 글들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스팀잇에 대해서는 내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적잖았다. 스팀잇에 대해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땐 막연히 브런치나 티스토리 같은 블로그 형태의 플랫폼을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살펴본 스팀잇은 블로그라기보다는 SNS에 가까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블로그를 더 선호했다.

SNS는 아무래도 블로그에 비해 글의 다양성과 퀄리티보다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더 중요시한다. 이는 SNS의 목적이기도 했고,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트위터의 기억 때문인지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나는 바로 가입하기보다는 조금 여유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심감은 둘째 치고, 글을 읽다 보니 알아야 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마크다운을 익혀야 했다. 설명에 의하면 마크다운은 사람들이 읽기 쉽고 쓰기 편하게 만들어진 언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발자의 생각이고, 매번 한글만 쓰는 나로서는 편하려야 편할 수가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불편할 뿐이다.

물론 마크다운을 모른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줄 바꿈도 마음대로 못하고, 정렬도 되지 않으며 띄어쓰기도 한 칸 이상은 할 수 없다. 지금은 불편한 줄 모르고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왜 이런 거지 같은 걸로 글을 쓰게끔 만들어 놓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사실 지금도 이해는 잘 안 간다).

다행히 마크다운은 쉬운 언어였다. 거기에 나는 대학 때 HTML과 C언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훌륭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간단한 소스 정도는 보고 이해할 정도는 됐는데, 마크다운 문법은 HTML과 유사했다. 오히려 HTML보다 간단했고, 덕분에 마크다운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옛 말에 배우면 다 어딘가 쓸모가 있다고 하더니 대학 때 잠깐 배운 걸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

스팀잇에는 요리, 리뷰, 맛집 소개, 일상 등 다양한 글이 있었다. 개중에는 미래를 예측하며 스팀잇의 장점을 논하는 글도 있었는데, 대게 이런 글에는 황금빛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체 이런 글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스팀잇을 알게 된 것이 꼭 숨겨진 보물지도를 발견한 것만 같았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희망은 언제나 절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 또한 누구 못지않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했다. 허황될지라도 그들의 희망을 믿고 싶었다. 희망은 언제나 좋은 거니까.

아무튼, 마크다운을 익히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나니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있었고, 나는 그제야 스팀잇에 아이디를 새겨 넣었다.


스팀록 | #2 희망은 언제나 좋은 거니까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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